원아이드잭 [521447] · MS 2014 · 쪽지

2018-05-20 18:35:16
조회수 12,817

논술이 뭐라고.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17169958

안녕하세요.

오르비 논술강사, 변호사 김지훈입니다.


바쁘다는, 귀찮다는 핑계로 글을 안 적다보니

오르비 활동을 접은 줄로 아는 분들이 계셔서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써나갈 글들은 꽤나 길 것입니다만, 확언컨대 인문논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분들 혹은 학부모님들이라면 시간이 들더라도 제 글을 정독하시는 것이 추후 논술과 관련하여 제대로 된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어 전체적인 시간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 첫 번째로 '논술이 그렇게 특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논술 강사를 몇 년이나 더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활동하는 동안 반드시 깨고 싶은 고정관념과 관련된 주제이기에 이를 첫 번째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몇 년 전 오르비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논술학원이 1회에 15만원인데,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거기다가 필요 없어 보이는 내용을 자꾸 가르쳐주네요. 괜찮은 건가요?' 


답글을 달러 들어갔더니 이미 달린 대부분의 답글이 논술은 원래 비싼 과목이니 그 정도 수강료를 내는 것이 그렇게 과다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논술은 학원에서 배우면서 첨삭을 받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으니 계속 다니도록 하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학생분들 혹은 학부모님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논술은 왜 고액 사교육의 대명사가 되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논술은 특별한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일선 학원 혹은 강사들이 계속 주입시켜왔고 이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에 그랬듯이 논술을 처음 접한 보통의 사람이라면 논술이란 글쓰기니 이와 관련된 맞춤법, 주제, 논리학 등 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하고 이를 배우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논술은 수능과 별개가 아닙니다. 논술에서 출제되는 주제는 교과과정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매해 3월 31일까지 대학교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일선 학교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검토위원회에 의한 작년 논술 기출문제에 대한 검토내용을 게시하여야 합니다. 검토위원들은 논술문제가 교과과정을 벗어나서 사교육을 조장하는가를 기준으로 당해 학교의 논술 문제를 검토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 논술 문제가 교과과정을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교육부에 의한 상당한 수준의 제재가 예정되어 있기에 대학교들은 이에 큰 관심을 갖고 논술 문제를 교과과정 내에서만 출제하며 출제의 출처도 밝히고 있습니다. 교과과정이란 결국 수능에서 출제되는 주제들과 관련된 것입니다. 논술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없습니다. 


다음으로 논술은 글쓰기라기보다는 답 맞히기에 가깝습니다. 물론 글을 잘 쓰면 좋습니다만 맞춤법이 틀려도, 원고지 사용법을 몰라도, 주어와 서술어 호응관계가 맞지 않아도 답만 정확하게 맞히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논술 채점방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글을 잘 쓴 학생을 뽑으라고 한다면 이는 너무나 추상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것이 논술의 채점기준이라면 채점위원의 기분, 취향, 그리고 채점 시간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같은 답안지라도 점수가 달라질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채점 기준은 명확성을 생명으로 합니다. 그래서 대학교들이 발표한 채점기준은 글의 논리적 구성, 맞춤법, 어문규범의 준수 등 다소 주관적 사항이 아닌 답안지에 핵심 키워드를 현출하였는지, 각 제시문들을 적절하게 연결한 답이 맞는지 등 객관적 사항에 대부분의 배점이 존재합니다. 전자의 사항들은 해봐야 10-20%의 배점을 차지하며, 이마저도 기본점수와 만점의 차이가 크지 않으며, 눈에 띄는 오류가 아닌 한 지적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후자의 사항에 비해 굉장히 떨어집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이유들로 논술은 글쓰기라기보다는 답 맞히기이며 굳이 글쓰기 기술을 일선 학원 혹은 강사들이 강조하는 것만큼 배워야 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본기를 가르친답시고 필요 이상으로 필요하지 않은 내용을 채운 커리큘럼을 만들어내고, 연역법, 귀납법 정도만 간단히 알려주면 될 것인데 논리학 전반을 다루지를 않나, 또 빈출되는 논술 주제를 묶어서 가르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필요 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곡해하지 마십시오.)


왜 그럴까요. 

그렇게 해야 돈이 되니까요.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돈이 되는 법입니다.


여기에 첨삭은 화룡정점을 찍습니다.


추후 쓸 글 중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논술은 대학마다 출제의 재량이 있기에 대학마다 고유한 문제유형과 채점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수능지식을 각 대학교가 원하는 형태의 답안으로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이 논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첨삭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표현방식보다는 답을 도출하는 원리에 대해서, 추상적인 글 구성방식의 지적이 아닌 학교별 채점기준에 근거한 객관적 답안 구조의 지적 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결국 혼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올바른 첨삭은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첨삭은 빨간 색 줄로 학생의 답안에 ‘주제를 좀 더 명확히 표현했으면 좋았을 걸.’, ‘이건 띄워 써야 해.’ 등 별 필요도 없는 지적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나버립니다. 결국 핵심적인 답안 도출방식에 대한 생각의 교정이 아닌, 부차적인 표현방식에 대한 교정 행위가 되어 주객전도가 되는 것이죠. 


거기다가 온라인 첨삭은 대부분 대학생, 대학원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진행하는데, 그 사람들이 대학별 논술에 대해서 뭘 안다고 제대로 된 첨삭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냥 글쓰기 일반론으로 대충 사기나 치는 것일 뿐이죠. 건 당 계약으로 진행을 하는데 한 건 한 건에 정성을 들이지도 않을 것이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별 필요도 없는 글쓰기 기본기, 빈출 논술 주제, 학교별 접근이 아닌 추상적 접근을 위주로 긴 시간을 요구하는 강의는 듣지 말아야할 터이고, 답안 도출 과정의 교정이 아닌 표현 방식의 교정 위주로 이루어지는 첨삭은 받지 말아야 하겠죠. 


글이 길어지는 것 같지만 하나 더 말하자면 인문논술 강사들의 자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리논술이야 꽤나 어려운 영역이니 아무나 접근할 수 없지만 인문논술은 진입장벽이 낮기에 수준미달의 강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글 쓰는 것은 손만 있으면 되고, 여기에 적당히 양념을 쳐서 팔면 고액의 수입을 올릴 수 있거든요. 대학별 논술 체계 혹은 채점기준, 그리고 학생들의 학업현황은 알 필요도 없고 그들 능력으로는 알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도 잘 모르는 논리학을 처음 배워 이를 가르치기도 하고, 주어와 술어의 호응관계가 수차례나 어긋나는 답안을 모범답안으로 올리기도 합니다.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국어, 수학, 영어 등 수능 과목을 공부하느라 논술에 관심을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여 논술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지 못한 관계로, 논술이란 특별한 것이라는 오해에 빠진 관계로 위와 같은 사기꾼들의 사기에 당하여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정시와 수시 모두 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이 수준미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글이 길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실 수 있을 터이니 정리를 하고 시간 관계 상 결론과 이를 병합하여 쓰도록 하겠습니다. 행간을 잘 파악하셨다면 이 또한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첫째, 논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둘째, 그런데도 특별한 것처럼 꾸며서 학생들의 시간과 돈을 뺏으려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기에, 주의를 기울여 효율적 학습을 하도록 하라.


셋째, 첨삭 그거 생각보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답을 어떻게 도출해야하는가는 결국 자신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논술을 특별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행위이기에 이를 반드시 받아야 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러분들은 오해하지 마시라.


넷째, 수능 공부 덜 된 학생은 나중에 논술 공부해도 충분하니 일단 수능부터 공부하고, 수능 공부가 어느 정도 된 학생은 글쓰기 기본은 빠르게 익힌 후 바로 학교별 기출문제 풀이로 들어가라. 


‘비싸지 않아도 되고, 길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에는 연세대 논술에 관하여 쓰도록 하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