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수능치기 (3) 성장기 + 수능 응시까지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5741305
3편입니다. 이때까지 부대에 적응을 잘 하고 수능 공부를 시작했으면 적어도 일말~상초 정도의 짬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때부턴 허드렛일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며, 군번이 풀렸으면 실세 자리도 노릴 수 있는 그런 위치입니다. 업무는 이때쯤 완벽히 숙달되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정비 시간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누가 터치할 일도 없습니다. 공부의 스퍼트를 올릴 시기입니다.
전 편과 비교 시 뭐가 달라지냐면, 자잘구레한 일들에서 먼저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개인정비 시간에는 그냥 공부방이나 싸지방 가서 열공하세요. 그리고 슬슬 짜투리 시간, 할일 없는 일과 시간에 책을 좀 봐도 됩니다. 짜투리 시간은 아침, 점심식사 시간을 의미합니다. 짜투리 시간은 거의 개인정비 시간처럼 집중도 100%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단, 일과 때는 간부나 선임들의 눈치를 보면서 눈치껏 공부하세요. 이때 하는 공부는 아무래도 일이 생기면 바로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집중도 100%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한 40~50%? 그래서 전 그냥 EBS 독서랑 문학을 책 읽듯이 계속 읽었습니다. 아니면 그냥 수학 N제를 풀었고요. 일과 시간에 국어나 과탐 공부는 진짜 비추드립니다.
이렇게만 해도 일병 때보다 공부 시간이 1~2시간 더 늘어날 겁니다. 연등까지 포함하면 평일에 하루 약 5~6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주말 개인정비 시간도 눈치 안보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으니 공부 효율은 엄청 높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지 재수학원이 아닙니다. 몇 가지는 신경 써줘야 합니다.
첫째, 공부하는 데 윗사람이 일을 시킨다고 불편해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집중하다가 흐름 끊기면 기분이 좋진 않지만, 원래 군대는 명령 내리면 따르는 곳입니다. 그냥 바로 책 덮고 일 빨리, 깔끔히 끝내고 다시 공부해도 시간 안 모자랍니다. 표정관리 못하면 불편한 기색 내비쳤다고 찍혀서 향후 공부에 방해될 확률이 훨씬 큽니다. 향후 공부를 위해서라도 지시사항은 즉각 이행하세요. 더불어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는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신병들 교육은 어느 정도 맡아줘야 합니다. 한 상꺾 전까진 신병을 직접 케어하는 위치일 텐데, 처음엔 많이 귀찮습니다. 얘는 도대체 훈련소에서 뭘 배워온 거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우리 모두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세요. 그것이 인간적인 도리이기도 하고, 실리적으로 보았을 때도 신병이 1인분을 빨리 해내면 내 몫이 줄어들어서 공부에 집중하기 더 편해집니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은 덤이고요. 한 상초까진 인수인계나 신병 교육에 신경 써주는 게 이득입니다. 상꺾~병장 때부턴, 뭐 신병 케어는 놓으셔도 됩니다. 그때쯤 되면 제 조언도 필요없으실 거고.
셋째, 수능 휴가 일정을 간부들과 지속적으로 상의하세요. 군생활을 잘하면서 수능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음을 피력하면, 간부들이 시험 여건을 봐줄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6평, 9평, 수시 원서 접수 등에 훈련과 일정이 겹치면 많이 피곤해집니다. 부대에서 수능응시를 위한 휴가는 내보낼 의무가 있지만 위의 일들은 안 보내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간부들과 관계가 좋다면? 모의고사나 수시 원서 접수를 위해 훈련때 휴가를 승인해 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수능 전에 길게 4주 동안 휴가를 썼는데요, 월~금 찍턴을 몇 번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대에서 이를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저도 혜택을 받은 거죠. 덕분에 마지막에 스퍼트를 올릴 수 있었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전반적인 군생활 동안 군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는데요, 육군 일과 시간 동안 공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안 적은 것 같아서 사진으로 첨부합니다.
부바부니까 참고만 하세요!
특히 평일에는 짜투리 시간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군 등 타군은 다를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자기가 굳은 의지가 있다. 군수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남자는 2년을 손해본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현역으로 대학 간 애들도 군대 다녀와야 합니다. 군수는 공짜 2코인이예요. 그리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 향상을 이룰 수도 있고요. 사회에 있을 때보다 공부가 힘들겠지만, 어차피 사회에 있을 때도 힘들게 공부해야 해요. 게다가, 군대에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확률이 높습니다. 기회비용이 없다는 게 진짜 진짜 큰 겁니다.
저는 군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능을 친 적도, 수능을 준비한 적도 없습니다. 오직 군대 안에서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에 붙을 만한 성적을 얻었습니다. 물론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반대로 말하면 운이 좋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할 수 있어요. 운은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올해 수능 응시한 군수생들 정말 수고하셨고, 또 내년 수능 응시 예정인 군수생들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커리큘럼 스톱되는건가? 큰일났네..;;
-
유난히 힘들고 문제도 많이 틀리고 공부도 안 되고 울고싶은 그런 날..ㅠ
-
여캐 일러 방출 4
-
드릴 5+워크북 4 3 드릴드 맞나요?
-
여분 안경 맞추러..
-
헤헤 마라탕 먹어야지 12
-
수업 듣는데 놀랐네
-
학원을 옮기는게 나을까요? 이번 5모 80점입니다. 미적분에서 3개 틀린거 보면...
-
06년생 현역입니다. 혼자서 인강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고 관리해주는 기숙으로 여름...
-
내 주변 거의 다 5월생임
-
1회차 92점 13 22틀 2회차 88점 13 21 22틀 1회차 객관식 난이도가...
-
연애할때 여친이 1
여친이 아이돌 빠순이거나 2D캐릭터 좋아하는 오타쿠면 별로일 것 같음 나만 그런가
-
AQ길이 어떻게 구한건지 알려주세요....
-
-수학 틀린 거 다시 풀게 했는데 다 맞춰서 실수하지 말라 함. -통과 개념 안...
-
군대도 다가온다는 걸 느끼네 아 군대 가기 싫어
-
취집공 수2 0
취집공 수2 미적파트 저만 머리터지나여? 문제 진짜 줜 나 어렵던데 취집공 3차...
-
오늘이 바로 딱 그날이다 공부 ㅈㄴ 안되서 그냥 인강만 축 늘어져서 볼라고 햇는데도...
-
5모 국어 0
안녕하세요.. 고3이고 최저러 입니다. 너무 뒷북이긴 하지만 5월 모의고사 국어에서...
-
지름 그려야하는 아이디어는 좋네요 !
-
기하공부+학교공부 이슈로 늦었습니다 너무 어려웠네요... 5모
-
과팅 나간다 4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는 또 망하겟지 ㅇㅇ... 술이나 먹는다 아하하하
-
이게 1,2학년때 성적이구요 3학년때 87 100 이렇게 받았는데 평소에 이감이나...
-
대학교 로망 8
자취방에서 같이 자고 학교 가기
-
아하
-
나우유씨미 관람 0
학교에서 영화 나우유씨미 1편 본 사람 있니?
-
원점수로 어케 앎
-
할 수 이따
-
교사되면 7
이런 일 생기는 건가 부럽다
-
2등급 안뜨겠죠…? 막 그렇게 개어렵진 않았는데 실수를 왕창함
-
엔믹스에 푹 빠졌는데
-
지금일남 1
헤헤...
-
혀녀긴데 3/3덮&4덮/5모 다 1이었고 국어 하루도 안 거르고 했는데...70ㅠㅠ...
-
육사 인식 7
개인적으로 육사 갔다고 하면 어떤 인식이 드나요?? + 대학 수준으론 어느정도라고 생각되나요??
-
옥린몽 << 이새끼 뭐냐.. 골목 안 고전소설 버전이노
-
6모 2
6모 망하면 ㅈ대는거임??...
-
현역인데 2
진짜로 입시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다..
-
노란 펜으로 가리킨 부분이 의문형식(설의법)이라는데 ''있으리 '' 라는 말이 왜...
-
여태껏 풀었던 3회분 중 가장 어렵네요 특히 문학이..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풀다가...
-
팬 될 듯
-
없던데....
-
얼버기 0
-
비닐 안 깐 기범비급 세트 (정오 ㅈㄴ 많아서 아예 새로 보내줬었는데 걍 쓰던 거...
-
벌써 새벽 4시 0
공부를 못해서 우울하군아...
-
검독수리는 시속 240으로 꼴아박고 고릴라는 근욱빵빵임
-
특난도 모고도 베끼셨네요... 메가 시대 강대 골고루 ㅋㅋㅋ
-
오늘 올라온 신고글만 엄청 많던데 다 피코 신고글 아닐까 싶네요...
-
본인은 여단본부 인사계원이었음. 약 2000명 규모의 병인사관리가 메인이었고,...
-
뭐 그냥 그렇다고요 설마 초딩이 아니었던 건 아니겠죠?
-
난 무얼 위해 공부하는가 어느 대학에 가고싶은가 대학에 가서 무얼 배우고 싶은가 왜...
확정은 아니지만... 면접까지 준비해야죠.
와... 대단하시네요 저도 좀만 쉬다가 2-3주 뒤부터 다시 달립니다!!!
혹시 보직 여쭤봐도 될까요?
화생방병입니다.
GOAT of GOAT
개씹 goat
슬리벙님 군수와 관련된 조언글 잘 읽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 댓글을 보실 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군수와 관련된 게시글을 개인 블로그에 담아가도 괜찮을까요? 유용한 글입니다.
혹시 괜찮을 경우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담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입시에 만족하는 결과가 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