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현대시) 금강 中 3장-신동엽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8143619
제 3장
어느 해
여름 금강변을 소요하다
나는 하늘을 봤다.
빛나는 눈동자.
너의 눈은
밤 깊은 얼굴 앞에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검은 바람은
앞서간 사람들의
쓸쓸한 혼을
갈갈이 찢어
꽃 풀무 치어 오고
파도는,
너의 얼굴 위에
너의 어깨 위에, 그리고 너의 가슴 위에
마냥 쏟아지고 있었다.
너는 말이 없고,
귀가 없고, 봄도 없이
다만 억천만 쏟아지는 폭동을 헤치며
고고히
눈을 뜨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두운 밤
너의 눈은
세기(世紀)의 대합실 속서
빛나고 있었다.
빌딩마다 폭우가
몰아쳐 덜컹거리고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당세에 하나도 없었다.
그 아름다운,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조용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다만 사랑하는
생각하는, 그 눈은
그 밤의 죽음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자시(子時)다, 새벽이다.
승천(昇天)이다.
어제 발버둥치는
수천 수백만의 아우성을 싣고
강물은
슬프게도 흘러갔고야.
세상에 항거함이 없이,
오히려 세상이
너의 위엄 앞에 항거하려 하도록
빛나는 눈동자
너는 세상을 밟아디디며
포도알 씹듯 세상을 씹으며
뚜벅뚜벅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눈.
너의 그 눈을 볼 수 있는 건
세상에 나온 나의, 오직 하나
지상(至上)의 보람이었다.
그 눈은
나의 생(生)과 함께
내 열매 속에 살아 남았다.
그런 빛을 가지기 위하야
인류는 헤매인 것이다.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몸은 야위었어도
다만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눈물겨운 역사마다 삼켜 견디고
언젠가 또다시
물결 속 잠기게 될 것을
뻔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의
세속된 표정을 개운히 떨어버린,
승화(昇華)된 높은 의지 가운데
빛나고 있는, 눈
산정(山頂)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정신의
눈
깊게. 높게.
땅 속서 스며나오듯한
말 없는 그 눈빛.
이승을 담아버린
그리고 이승을 뚫어버린
오, 인간 정신 미(美)의
지고(至高)한 빛.
이 시는 신동엽 시인이 지은, 동학농민운동을 주제로 한 서사시 중 일부입니다.
특유의 강한 민중사관적 역사관으로 인해 별로 좋아하는 시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강' 중 3장은 시의 문체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가져와 봤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제가 딱히 조언을 드릴 수 있을만한 위치에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줄...
-
그래도 아이폰 유저가 오래 쓸 생각하면 에어팟 사는게 나으려나요...?
-
나만 시험 끝나고 볼 친구가 없구나
-
얼버기 0
아침 든든하게 드세요~!
-
그런 내가 재수 중 처음으로 입시 실패를 겪었을 때 눈물만 나오고 너무너무 괴로웠다...
-
6모는 평가원이 봐줬다는걸 몰랐어
-
돈이 없구나...
-
아니 선크림 바름->이중세안매일?->피부장벽 나빠짐 선크림 바름->이중세안x->더...
-
머리 아퍼 4
공부 더 못하겠다
-
맛난거 먹어야하는데
-
6모 목표 1
94 72 85 44 44 원래 상남자는 난이도 생각 안 하고 원점수로 목표 잡음
-
매운 거 아니니 괜찮겠지...
-
착각하는거 같은데 14
그쪽이 도전자라고?
-
ㅋㅋㅋㅋ
-
거의 2년 정도 썼는데 유닛이랑 본체 둘 다 고장났다고 하네용..... 고치는...
-
기출이나 n제, 실모 풀고 기억할만하거나 떠올리지 못한 발상같은건 따로 정리를...
-
제가 2학년 때 윤사 수업을 들어서 그래도 어느 정돈 기억하지만(30%정도?)...
-
수업 때문에 국어치고 거기 선생님께 온라인 응시 치겠다고 하면 될까요?
-
되나요? 국수영만 치려구요
-
응 화작할거야
-
한완기 평수능 교사경 한완수는 ㄹㅇ 섹스인데 한완기도 그정도 할려나
-
칸트가 형광펜 부분에서 일시적 중지라고 보지 않나요??
-
작수 미적 3컷 받았고 원래 76~84진동하는 성적이었는데 수능날 미적에서...
-
쉽게 내죠,,,, 나 그래도 오늘 나름 열심히 했어,,,
-
너네는 이러지 마라 후...
-
누가 젤 쎄보여?
-
정병훈 빙의 ㄱㄱ혓!~~~~~
-
충격먹기+ 수능때 모아둿다 쓰기
-
재수생 미적에서 확통런을 했는데 3주 됐거든용.. 일단 6모 범위까지 진도는 다...
-
원피스
-
수2보다 훨 어려울줄 알았는데 최근에 미적이 쉬워져서 그런가 수2가 훨 어려운거같음...
-
깜빡 잠들었다 8
나도 모르게 잠들었넹 힘들긴 한가봐
-
뭐햇다구 6평임 1
구라같긔
-
미친기분 시작편+완성편 하려고 하는데 기출 이정도면 충분한 양인가요? 둘 합쳐서...
-
10분간 질문받음 14
암거나 ㅇㅇ 잡다한 거 다됨
-
대학교2학년이라 수능판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네
-
의외로 중요한거 26
꺾이지 않는 마음
-
강k기준 ㅇㅇ
-
의외로 중요한거 5
선지 번호 체크하기 다 풀어놓고 딴거 고르는거만큼 괴로운거 없다 잘 체크하자 (번외...
-
로또 1등 당첨되기 뭐가 더 어려울까
-
그래서 잠 안옴
-
ㅇㅇ
-
헬스터디 어지럽네;; 22
어쩜 저렇게 무책임할 수 있지??
-
39 3 9 16 20 3은 ㄹㅇ 아직도 취약한 유형,,, 이해를 해야 하는데......
-
언제나오나요
-
올해 들어서 국어 지문 단 하나도 안풀어봄 영어 신택스 4강 듣다가 말았음 탐구?...
-
내일이 6모라니 0
말도않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