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9-25 04: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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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쉰 한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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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누군가가 용기를 내주었다는 것을 '아는 건' 더 쉽지 않습니다.

내 가슴 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다는 것,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나누는 것,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등

활자 그대로를 보면 매우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용기를 누군가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시간을 내준다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고민 끝에 하나씩 꺼내놓는 것.

이 모든 일들은 단순한 시간과 감정의 준동이 아닌, 상대방의 큰 용기가 필요한 일들임에도 우린 그 용기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지요.

나는 과연 친구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주었나요? 그들이 시간을 내줄 때 얼마나 감사히 여겼나요?

혹 공부, 대학 따위를 핑계로 정말로 중요한 순간들을 놓쳐버린 것은 아닌가요.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저와 재수를 같이 했던 한 친구는, 재수의 끝에서 깨달은 가장 큰 깨달음을 명문대 진학이나 성적 상승이 아닌

'나만큼 소중한 너가 존재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내가 용기를 내고 시간을 쓰는 것 자체를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듯, 나만큼 소중한 누군가의 아들, 딸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귀중한 존재 역시

나처럼 그러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험생 여러분

얼마 남지 않은 입시의 끝자락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감정을 핑계로 이를 가벼이 여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편해지겠다는, 나만이라도 잘되겠다는 부끄러운 사소함이 11월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나로 하여금 더 큰 자책과 회한을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않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느덧 9월을 떠나보내는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부끄러움만이 가득했던 그때와는 다른 순간들을 만들어 갑시다.

그대가 가진 뜨거운 젊음을 응원합니다.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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