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on [776997] · MS 2017 · 쪽지

2017-12-31 23:16:24
조회수 3,704

어느게시판에 올라온 글.. (feat 삼수고민)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15008249

수능이 끝나고 성적표도 나오고 다들 한번 더 칠까 말까 하는 고민이 많을 시점이라 긴 글을 써볼게.

방금전 이 내용 다 썼다가 날려서...ㅠㅠ

으음 표현이 아까 썼던 글보다 격해진 것도 같고 선생질...ㅠㅠ 느낌도 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한번 읽어보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일단 나냔은 수능이라면 질리도록 쳐본^^....장수생이야

일년만에 고등학교 다닐때는 꿈도 못 꾸던 대학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하는 성공도 해봤고

엄청난 폭락~제자리 걸음같은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성적표를 받아봤어



수능을 너무 많이 쳐보다 보니 내 주변에는 상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베일아 내 자식놈이 이번에 수능을 쳐보고 싶다는데 말이다~하는 어른들도 있고 까마득하게 어린 동생들도 있어

나는 성적은 잘 물어보지 않아. 대신에 수능을 몇번 쳐봤는지 물어.




고3 애가 수능이 망했는데 한번 더 쳐보고 싶다, 결심이 꽤 선 것 같다는 경우에는 격려해줘. 안 치면 그것 나름 한이 될 수도 있고, 대신에 죽을듯이 노력해 하고 말해.

재수생 이상부터는 수능 쳐보고 싶다는 말에 일단 물어봐. 지난 1년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공부했냐고 물어봤을 때 노력하긴 했는데 망했다/하지 않았다 이런 답변이 나와. 노력했다는 애한테도 다시 한 번 캐물어봐.

 노력했으면 어느정도? 정말 죽을 정도로 노력했는데 재수조차 망했다 이런건 거의 안 나와. 대다수가 하는 말을 요약하자면 이거였어.



노력하긴 했는데, 재수할 때 처음 먹은 만큼 노력하진 않았다. 그래도 1년 더 하면 낫지 않을까요? 더 노력할 수 있는데.

그런 애들한테는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줬어. 그 성적이 그냥 니 성적이니까 그만하라고.






나냔은 학원에 오래 다녔어. 성공케이스도 실패케이스도 수두룩하게 봤음.


그런데말야, 재수생 성공비율>>>>삼수 사수 장수생 성공비율이야.



재종반에 성공수기 같은게 꽤 많이 붙어있어. 대다수가 고3 수능 망하고 정신차려서 재수때 성공했다 이거야.

독학재수/재수 망하고 이 학원 와서 성공했다 이런 것도 있긴 한데 재종반 성공케이스는 대부분 재수생에서 나옴.

왜 그럴까?




수능 한 번 더 쳐서 성공할 것 같은 애들은 재수 때 다 성공하니까.





내가 위에서 나한테 상담하는 애들한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이거야.

니가 삼수해서 성공할 수 있었으면, 왜 재수때는 성공 못했어? 왜 1년을 더 했는데도 그만큼 만족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어?




나냔은 사실 재수까지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내 주변엔 이런 경우가 참 많아.

내 성적에 맞지 않는 대학인데, 어쩌다보니 이곳에 굴러왔는데, 주변이 수준이 낮고 어쩌고 하면서 만사가 불평불만이야.

동기들을 한없이 깔보고, 대학에서 무슨 일만 있어도 수준이 낮다면서 비웃고, 소속감을 전혀 못 느껴,

원래 가고싶었던 대학을 동경만 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세상을 원망함. 수능이 몇년이나 지났는데도 모의고사 성적에만 매달림.



보기 안 좋지. 이럴 거면 수능을 다시 치는 게 낫지. 평생을 저러고 사느니.

한 번 죽을만큼 노력해서 훌훌 터는게 나아.


그렇지만 삼수부터는 대학가서 저런 불평불만할 것 같은 애들한테도 말려. 충분히 했다, 수고했으니까 대학가서 쉬자.

속으로 알고 있거든. 너가 성공할 것 같았으면 재수 때 성공했을 거야, 하고.




있잖아, 재수생과 삼수생/장수생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나이부담? 실패리스크?

나는 한 가지를 꼽을 수 있어.



실패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느냐 아니냐의 경험차이야.



재수생의 경우 고3 수능이 첫실패지. 원하는 대학을 가기에 모자라. 그래서 1년 동안 노력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재수를 시작해. 이 경우 그 실패로 교훈을 얻고 성공할 가능성이 꽤 커.

삼수부터는 달라. 지난번 수능이 끝나고 충분히 깨달음을 얻을 기회가 있었어. 그런데도 1년 동안 처음 다시 해보자 마음먹었을 때처럼 노력하지 않았어. 그럼 다음해라고 달라질까?



슬프게도 사람은 쉽게 안 변해. 재수를 시작하면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 사람이 다음해라고 달라질까?

아니라고 생각해.

재수생은 첫실패로 깨달음을 얻어서 달라질 가능성이 그나마 높지.

삼수부터는? 지난 1년을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이 커. 고3때 얻지 못한 깨달음이 재수실패에서 오는 경우는 드물더라.

주위에선 1년을 더 해서 비슷한 성적/하락이 다였어.

그러니까 그냥 재수에서 나온 결과, 만족하든 아니든 그냥 대학을 가라고 말하는 거야.




정말 대학에 가고 싶었으면 재수를 할 수 있는 1년이 더 주어졌을 때 열심히 했을 거야.

실패했을 때의 좌절이 너무 커서, 그 경험 다시 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했을 거야.

TV에서 재밌는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안 보였을 거고, 평소에 좋아하던 스포츠나 게임같은 것도 관심이 가지 않았을 거야.

간절하니까. 눈앞에 대학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그 대학에 들어간다는 기쁨이 지금 누릴 수 있는 사소한 일탈보다도 훨씬 크게 느껴져서 관심이 갈 틈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때 노력하지 않았잖아? 너냔이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던 거야.

그럼 받아들여. 나는 대학에 가고는 싶었지만,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다. 내 간절함이 그렇게까진 크지 않았던 거다, 하고.

재수생활하고 비슷한 N수생활, 도돌이짓 하지 말고 끝내.





그리고 재수에서 어느정도 성적이 올랐다....그런데 욕심이 생겨서 더 하고 싶다...이런 케이스도 말리고 싶어

수능이란게 말야, 장기레이스로 가면 갈 수록 힘들어져

그리고 수능이라는 사건을 한번 겪잖아? 그럼 그일을 기점으로 멘탈이 확 변화됨.



현역(수능)->재수(수능)->①작년과 비슷하거나 하락/②작년보다 상승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볼게.



①번은 왜 수능을 다시 치는 걸 비추하는지 말했으니까 생략할게.

②번은 왜 말릴까? 이미 한번 노력해서 성공할 정도로 근성있는 케이스인데?



②번 케이스를 말리는 이유는 이거야. 멘탈이 변해. 현역 때 실패했던 사람이, 재수로 성공한 사람으로 변화함.

현역 때 실패했던 쓰라린 기억보다, 재수로 성공한 기억이 크게 다가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만심이 생기게 됨.

수능에는 큰 독이 될 수 있는 변수지.



아까 처음에 글을 쓸 때, 내가 장수생이라고 했는데 나는 ②번 케이스였어.

현역 때 아프기도 했고 처참하게 실패함.

재수 초반에는 방황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어떻게든 멘탈을 추스렸어.

수능보기 직전에는 머릿속에 수능밖에 안 남았었어. 점심을 먹고, 5분 후에 뭐 먹었는지 기억을 할래도 기억이 안 났어. 필요없는 정보라서 머릿속에 안 담았거든. 수능을 치기 위한 기계같았지.

재수는 성공한 케이스라고 생각해. 어느정도 이름있는 인서울 대학에 장학금으로 받고 들어갔거든. 현역때는 택도 없었는데.

그리고 이때 욕심이 생겼어.

한번 더 해서 이만큼 성공했는데, 수능 더 치면 더 성공할 수 있겠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친 생각이라고 생각해.



공부 해본 냔들이면 다 알겠지만, 9->5등급, 4->2등급, 2등급 상위~1등급 하위->1등급 극상위로 오르는데는 격차가 꽤 크잖아.

당연히 원하는 대학이 요구하는 점수를 얻어내려면 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데, 눈높이만 높아진 거지.

거기에 나냔 삼수할 때는 멘탈 가관이었음.

실패하는 사람이 있긴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작년에도 성공했는데, 올해도 당연히 성공할 거야.

자만심이 싹튼 거지. 재수할 때의 쓰라린 각오가 수능->성공이라는 루트를 밟으면서 삼수에서는 사라진 거야.



삼수할 때 모의고사는 어마어마하게 올랐어. 하지만 결국 세번째 수능에서는, 재수랑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

나는 그 결과에 승복 못했어. 왜 내가 실패해야만 해? 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계속해서 수능을 쳤음.

이때쯤 와서는 외스에서도 자주 말하는 수능 중독이었다고 생각해. 현실도피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수능을 치던 해에 가까스로 포기했어.


하기 싫어. 더는 못하겠다.....그만하자.


나냔은 휴학했던 대학에 몇년만에 돌아갔어. 그때서나 수능에서 풀려나서 진짜 20대가 된 기분이었지.

올해 오랫동안 나를 응원해주던 친구한테 전화했어. 나 올해 수능 접수하러 안 가서 너무 행복해.




냔들에게 삼수부터는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냔은 수능을 계속해서 친 걸 후회하진 않아.

나는 나를 잘 알거든. 재수에서 끝냈더라면, 나는 아마 아까도 말한 평생 모의고사 성적에만 매달리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인간이 됐을 거야. 평생을 삼수하면 좋았을텐데, 나는 이 대학 다닐 인간이 아닌데 하면서.

나는 질리도록 수능을 쳐서야 포기할 수 있었어. 이제는 수능 다시 쳤으면 어쩌고 하는 그런 소리는 안해.

명문대...사실 꿈꾸던 대학들 이름 들으면 지금도 마음 아파. 속으로는 동경해. 그래도 해볼만큼 해봤기 때문에 이젠 괜찮아. 다른 방법으로 노력하면 될 거야, 하면서 노력할 수 있어.




하지만 이런걸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죽을만큼 계속 수능을 친다? 이러진 않았으면 좋겠어.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졸업하고, 취직했어. 나는 한참 뒤에 서 있어.

친구들이 취직때문에 고민하는데, 나는 대학 레포트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몰라서 고민하지.

그리고 내가 날린 20대 초반...그건 어떻게 하든 안 돌아와. 스무살은 스무살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게 나에게는 없어.




재수까지 해봤으면 대학에 대한 기회는 충분히 주어졌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멈출 수 있을 때 멈추고 20대를 즐겼으면 좋겠어 다들.

성공할 수 있었으면 재수로 성공했을 테니까. 적당한 때 포기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거, 그만 현실을 도피하는 것도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혹시 궁금한 것 있으면 정성껏 피드백할게.





삼수관련글을 찾다가 위에 글을 찾았네요

삼수를 주변에서 말리는데 참,,, 결정하기 어렵네요. 이런글을 보니까

분명 작년보다는 올라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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