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사가되자 [801072]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8-06-17 12: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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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숲 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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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숲!

저는 대숲에 처음 글을 써 보는 18학번 새내기입니다. 

항상 올라오는 글을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글을 쓰려니 떨리네요.

충동적으로 쓰고 있는 거라 글이 올라온 다음엔 많이 쑥스러울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제가 실감하는 건 이곳에서의 몇 개월 동안 제가 많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서울대학교 합격 사실을 확인한 날, 사실 저는 생각만큼 기뻐하지 못했어요.

제가 이 곳에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거든요.

실제로 입학 전 만난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입학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많이 힘들었어요.

처음 읽는 원서를 붙잡고 끙끙거리고, 과제하고 복습하느라 관정에서 나오면 하늘이 깜깜했죠.

더 넓은 사고를 하기는커녕 하루하루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어요.

역시 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슬프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타이틀이 없어진 제가 가지는 장점이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자꾸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고, 친구들보다 제가 나은 점을 찾으려고 애썼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모든 사람보다 나아야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건 아니구나.

나보다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내가 못하는 건 아니구나.


그걸 깨닫고 나서는 저에게 더 집중하면서 조금 편해진 듯해요.

비교의 기준을 다른 사람한테 두지 말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직접 느껴봐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을 찾고, 뿌듯해하고, 또 예전의 저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꾸역꾸역 붙잡고 버틴 결과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고, 이제는 요령이 생겨 원서도 두렵지 않아요!

나름대로 돈도 살뜰하게 아껴 썼고, 인간관계로 그닥 고민할 일도 없었죠.


그리고 이제는 친구들을 보면 그 친구의 멋있는 점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대단한 친구들이 많으니 친구들에게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충동적으로 글을 썼지만 제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이건가 봐요.


너무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잊고 지냈지만, 사실 우리 한 명 한 명 다 멋있는 사람이라고요.

남보다 그리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생각해보면 소박한 장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글씨체가 예쁠 수도 있고, 하늘이 아름다운 순간을 잘 포착할 수도 있고, 웃음이 많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사람일 수도 있죠. 

게다가 주변에 대단한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앞으로 우리는 더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한 학기 동안 새로운 곳에서 정말 고생 많았어요. 저도, 여러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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