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 쪽지

2018-06-27 02: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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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예순 두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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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과 밤새 술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12시만 되면 기숙사에 칼같이 들어갔던 제가, 처음으로 외도를 해본 날이었지요. 가벼운 지갑 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에 흠뻑 젖어 들었던 것은 다름아닌 그가 내게 전해준 생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와 나눈 말들의 자세한 내용도, 그 시인의 이름도, 장소도 그 어떠한 것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내뱉는 말들이 촉촉하다 못해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는 것.


열등감에 지친 내 마음이 요동칠 수 있게 가슴을 적셔주고 숨결을 불어 넣어줬던 그 말들은, 그 자체로 시와 소설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나도 그처럼 누군가에게 하나의 눈짓이 되고, 사랑이 되며, 하나의 공감이고 싶어진 운명의 시작이.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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