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815206] · MS 2018

2018-07-12 13:58:21
조회수 4857

‘N수생의 인간관계’에의 참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725347

아이폰을 쓰지만,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말하더군요.

아이폰 사용자 전수 조사를 하면

그 중에서

카톡을 하지 않는 사람은 너가 유일할 거라고.


예전에

제가 카톡을 하지 않았던 건,

‘도피’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나열 속에서

나에게만 고독하게 흐르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버거웠거든요.


‘고독’을 ‘고요’로 

인지할 수 있게 된 제가 

지금도-여전히

카톡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온전한 ‘집중’을 위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래서 혹여라도

‘나’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내가 있어야 너도 있고,

내가 똑바로 서야만

그제서야 비로소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거지요.





우연히 
어느 N수생의 글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N수는 인간관계의 여과기이다.”

한참 들여다보며 

천천히 곱씹어보았지요.

‘여과’라는 단어. ‘여과기’의 의미.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저대로 끝내기엔

저 문장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감히, 

참견을 좀 해보려 이 글을 씁니다.





N수를 하면서,

그 이후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간 관계는 

참 꾸준하게 ‘여과’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말이에요.

과연

그 ‘여과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우리는 

여과의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도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나를 떠난 것처럼 ‘보여지는’

그래서 지금 꽤나 ‘원망스러운’ 

그 사람은,

이제는 더이상 

내가 소중하지 않아서

나를 소홀히 대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말이에요,

 사람에게 지금 

커다란 과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혹, 그 사람은 지금

나보다 더한 외로움 속을 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볼 수 없는 것은 논할 수 없는데도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것들은 매번 철저히 무시됩니다.


그것을 알기에
저 또한 그랬기에

저는 지금,

‘나의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상대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나의 이러이러한 때에

A는 그러했지만 B는 아니었더라.’

하는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하고 싶은 겁니다.



N수는 긴 여정입니다.

괜히 

마라톤에 비유되는 게 아니지요.


지금쯤,


내게 소식이 뜸하던 B는

여름이 온 것을 마주하고

겨울이 올 것을 실감하며

‘자유’를 되찾을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B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더라도-그에 개의치 않고

그 누구보다 뜨겁게 

나를 응원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는 곳에서 

나를 아껴주는 A를 잊지 말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B와 C를

나만의

불투명한 추측과

불완전한 주관만으로

잃어버리지 않았으면-하는 것이지요.





더하여,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N수의 ‘수’가 

[배울 수]가 아니라 [닦을 수]임을.

게다가

修의 또다른 이름이

[둘러볼 수]가 아니라 [다스릴 수]임을.


修가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가

올해 해야 하는 일은

주위를 ‘둘러보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남이 나를 돌아봐주기 이전에,

내가 나를 바라봐주는 게 우선이지요.


내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안아주는 것.

내가 나를
다독이고 다듬어서 단단하게 해주는 것.

이것을
이러한 것들을
내가 아니면 

과연-누가-내게 

충만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제 삶의 
어둠을 함께 해주시며

제 성장의 

대부분을 이끌어주신 은사님께서,


항시 ‘관계’에 목말라하던

제게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불나방이 되지말고 꽃이 돼라”고.

“뛰어들지 말고, 향기를 내라”고.

“가만히 있어도 아름다운 사람이 돼라”고.







꽃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게
우리가 모여
꽃밭이 되었으면 합니다.

‘스스로’ 피어나서 ‘서로로’ 함께하는.


내가, 당신이, 우리가 

무슨 꽃을 피워낼 지 모르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래서 어떠하든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이며

우리는 우리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향기롭겠지요.

그리고

그것만으로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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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운틴 D 히그마 · 611986 · 07/12 14:03 · MS 2015

    진짜 공감합니다. 전에 모평 치고 나서 연락도 없던 친구들이 잘 지내냐는 안부와 응원 그리고 군휴가 나온 친구들도 저한테 전화 한 통 해주고 덕분에 큰 슬럼프 없이 잘 n수 보내고 있습니다. 연락은 없지만 항상 뒤에서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더 고맙고 미안하고 올해는 수능끝나면 제가 먼저 연락해 봐야겠어요

  • 유리꾼 · 736263 · 07/12 22:57 · MS 2017

    전 아무도 연락이 안옴 흑

  • 29+1 · 815206 · 07/13 07:34 · MS 2018

    괜찮아요-
    유리꾼님에게는 무리꾼님이 있.......

    아재개그 죄송....ㅋㅋ

  • 29+1 · 815206 · 07/13 07:32 · MS 2018

    바람직하군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오롯이 알고 계시는 듯 *_*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맙시다 :)

  • 경제하는교대지망생 · 751160 · 07/12 14:14 · MS 2017

    모두 ㅎㅇㅌ...
  • 29+1 · 815206 · 07/13 07:10 · MS 2018

    교대 ㅎㅇㅌ! >_<

  • 섬광 · 793705 · 07/12 14:27 · MS 2017

  • 계란초딩 · 811544 · 07/12 15:07 · MS 2018

    님 글 진짜 너무 좋아요..
    잘 읽고 가요

  • 29+1 · 815206 · 07/13 07:11 · MS 2018

    저는 님이 너무 좋아요..
    계란도 좋고 초딩은 더 좋거든요...ㅋㅋ

  • 아는만큼행복하다 · 647828 · 07/12 15:17 · MS 2016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꼈네요.참 좋은 말이네요.
    "불나방이 되지말고 꽃이 되라"
    인생에 가지고 가야할 문구인듯 하네요.

  • 쉽게 씌여진 시 · 755666 · 07/12 15:54 · MS 2017

    ㅎㅎ... 대학 가서 남자친구가 생겨서 저는 안중에도 없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제일 먼저 메일하겠다고 했던 친구인데,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잊은 것 같아요... ㅎㅎㅎ 인간관계가 너무 어렵네요 8ㅁ8 꽃이 되자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29+1 · 815206 · 07/13 07:18 · MS 2018

    인간관계 원래 어렵습니당 ㅠㅠ
    일단,
    우리 꽃이 됩시다 :-)

  • 역시는 역시 역시군 · 764622 · 07/12 18:41 · MS 2017

    문득
    여러 장면이 떠오르네요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와사등-

    '그들은 이제 점점 수군거림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으리라,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리면서. 나중에 그 소용돌이 밖으로 내던져졌을 때 자기들이 느낄 공허함도 모른다는 듯이 그들은 수군거리고 수군거리고 또 수군거리고 있으리라.' -무진기행-

    고독-외로움 속에 나를 홀로 둔다는거.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예전에는
    고독이 외롭고 슬퍼서 그저 피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알게되었어요.
    고독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피어나서 '서로로' 함께한다 라니
    당신은 참..

    오늘도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카톡없는 2g폰 쓰는데 반갑네요 ㅎㅎ

  • 29+1 · 815206 · 07/13 07:19 · MS 2018

    무진기행 좋으네요 :)
    전문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고마워요!
  • 라제박 · 713985 · 07/12 19:13 · MS 2016

    멋있으십니다.

  • Mertesacker · 615717 · 07/12 20:48 · MS 2015

    딱 네달, 열심히 합시다 ㅎㅎ

  • 노량진 · 773631 · 07/12 22:08 · MS 2017

    저도 아이폰 쓰는데 카톡 쓰지 않는 삼반수생으로서 크게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집 가는 지하철에서 많은 생각들이 드네요ㅎ

  • 노량진 · 773631 · 07/12 22:08 · MS 2017

    저도 아이폰 쓰는데 카톡 쓰지 않는 삼반수생으로서 크게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집 가는 지하철에서 많은 생각들이 드네요ㅎ

  • 29+1 · 815206 · 07/13 07:22 · MS 2018

    엇! 이거 캡쳐해서 친구에게 보내줘도 될까요
    ㅋㅋㅋ 저 말고도 있다고. 너가 틀렸더라고!
    오늘도 힘내요 동지-! 응원할게요 :-)

  • 노량진 · 773631 · 07/13 23:42 · MS 2017

    물론이죠~ 님도 화이팅입니다!!

  • 설아조시현 · 762395 · 07/12 22:27 · MS 2017

    감사합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네요 ㅎㅎ

  • Best fast · 740797 · 07/12 22:28 · MS 2017

    사실 전 무의식중에 갈망하는것같아요. 제발 나를 잊지말아달라고,2017학년도에 졸업한 너의 친구는 아직 그자리에 있다고

  • 29+1 · 815206 · 07/13 07:29 · MS 2018

    다들 무의식중에서도
    의식중에서도 알고 있을듯!
    그러니, 걱정말아요 :-)

  • 인생기구잼 · 811734 · 07/12 22:38 · MS 2018

    솔직히 재수한다고 주변에서 깔보는 얘 없었는데.. 친구들이 다 좋아서 그론가 ?
    장난으로 삼수해라 뭐 지들 소원은 삼수다 ㅇㅈㄹ 해도 저도 학교다닐때 엄청 까불어서 서로 장난으로 받아들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n수를 하기 때문에 친구가 걸러지는게 아니라 서로 배려해서 멀어지는거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 연락했는데 서먹하거나 ㅈ같이 대하면 원래 안친했던 얘거나 어차피 대학을 가도 걸러질 친구였을듯.. 저는 한 달에 한 두번 서울 광주 왔다갔다함 친구들 보러.. ㅎㅎ

  • 꺼르비오라 · 717421 · 07/12 23:01 · MS 2016

    요즘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때마침 이 글을 읽게 되었네요 꽃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호로로로로롤 · 745970 · 07/12 23:30 · MS 2017

    으앙 저도 아이폰써요.. 카톡을 지우고싶지만 제가 지워버리는 순간 지인들의 손길조차도 지워질거같아서 못 지우고 있어요

    저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제가 아닌 타인에게 맡겨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제 삶을 수동적으로 사는거 같은 요즘 ㅠㅜ
    이런 일상에 대한 회의감에 끝없이 우울해지고 그러네요

    그러나 선택에는 책임이 전제되어있죠
    제가 선택한 길, 제가 후회없이 걷는게 맞는 길인거 같아요
    저를 이해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실망하는 그런 이기적인 제가 밉네요
    그 사람도 나만큼 소중한 자신이 있음을 간과했나봐요

    연락의 빈도대신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는게 맞는거같아요
    항상 이렇게 성찰할 수 있는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진짜 멋있고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좋은 꿈만 꾸시길
    내일 하루도 행복하길 바라요>__<

  • 29+1 · 815206 · 07/13 07:24 · MS 2018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를 아껴주면 되지요.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서두를 거 있나요!

    오늘도 파이팅입니당 :-)
  • 지리는갓기상 · 737648 · 07/12 23:45 · MS 2017

    와.. 머리 쎄게 후려맞은 기분이네요.. 감사합니다

  • 29+1 · 815206 · 07/13 07:25 · MS 2018

    제가 때린 거 아니에요.....ㅋㅋㅋ

  • 잭아틀라스 · 821148 · 07/13 00:19 · MS 2018

    아 한달뒤에 부산 가서 친구들이랑 같이 신검하고 동반입대하자고 해야겠다

  • 29+1 · 815206 · 07/13 07:27 · MS 2018

    헐....왜요 ㅠㅠ
    어찌하여 그런 결심을......
    그르지마요....ㅋㅋㅋㅋ
  • 한까데기 · 538659 · 07/13 15:15 · MS 2014

    이런 글 올라올 때마다, 저는 애초부터 수능공부할 때는 친구가 없어서 이런 고민 안하고 삼수했던 걸 떠올려보면 남들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걱정없이 편하게 공부햇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벌써 4년 전 일이지만요
    그냥 수험생활 때는 감정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공부할 때만큼은 감정이든 환경이든 다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약간은 '비인간적'일수는 있지만 결과가 나쁘면 무용지물인 것이 수험생활이고, 어찌보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연습일 수도 있구요

  • 29+1 · 815206 · 07/14 00:44 · MS 2018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하시고 가셨네요 :)
    제가 올 여름이 되어서야 느낀 것을
    사년전에 아셨다니 ㅠㅠㅠㅠㅠ
    저 왜 안알려주셨어요 ㅋㅋㅋ

    ‘감정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
    이거 진짜 핵심인 것 같아요!
    그로써 ‘평온’이 정립되고
    정말 ‘습관’처럼-‘기계’처럼
    행하는 것이 얼마나 공부에 득인지
    이 근래에 느끼고 있지요 *_*

    감정의 폭이 크지 않으니까
    에너지 소모가 적어서
    그 에너지를 공부에 쓸 수 있는 듯!

    ‘공부진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당 :-)

  • 나듀서울 · 806206 · 07/13 19:04 · MS 2018

    저는 솔직히 이번에 삼수하면서 포기하게 된것같아요..원래 사람 사귀는 데에 서툴렀는데 제가 말실수를 자주하는 바람에..ㅜㅠ 그리고 이번에 다시 도전하는걸 알리고싶진 않더라구요..공부하면서 앞으로 사람을 잘 사귈수있을까 엄청걱정돼요..흐뮤ㅠ
    재수 때 카톡 프사나 상메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축해주고싶더라구요...비록 연락은 안하지만 그만큼 잘지내는구나 하구요

  • 29+1 · 815206 · 07/14 00:50 · MS 2018

    저도 사람에 대해 굉장히 서툴러요.
    저 또한 실수가 많은 편이구요-
    다시 도전하는 것도 알리지 못했지요.
    저랑 공통 분모가 많으시네요 :)

    이십대에 ‘관계’에 대해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배우시게 될 거예요.
    이십대를 관통하는 축이거든요.
    관계, 그리고 사람. 그러니까!

    미리 걱정하실 필요 없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어요!
    모두가 서툴러요. 모두가 불완전하구요.
    대학가서 배우면 되니까 걱정말아요 :-)
    절대 절대 절대 절대 늦지 않았으니까요.

  • 29+1 · 815206 · 07/14 00:54 · MS 2018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데
    N수는, 입시는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속성이 있대요.
    남의 행복에 분노하고,
    남의 불행에는 기뻐하는.

    그런데 서울님은
    완전 반대시네요!
    ‘오히려’와 ‘축하’라는 말이 예뻐서
    한참 들여다봤답니다 :)
    주제넘지만,
    인생 선배로서 기특하기까지 합니다-

    서울님은, 삼수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니, 다 잘 되겠지요.
    ‘선’은 언제나 옳아요. 응원할게요 :-)


  • 나듀서울 · 806206 · 07/14 16:36 · MS 2018

    지금보니까 축하해 가 아니라 축해 라고 썼네요ㄲㅋ오타인데 알아보셨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 19재림조교 · 746173 · 07/14 13:56 · MS 2017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