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lineun [567750] · MS 2015

2018-09-12 07: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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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심히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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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까지 원고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물으시던 오르비 담당자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일단 열심히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갑자기 문득 감성 타서 글을 쓰긴 하지만, 이 일을 5년 내리 연속으로 쉬지 않고 하니 좀 벅차긴 하네요. 다른 분들은 개정 크게 안 하시고 그냥 편하게 가시는 분들도 있으시긴 하던데 일단 저는 지금까지는 무조건 매해 신간을 하나씩 출간해온 터라.....


일단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고, 평가원을 모방해야하니 기출 문제를 보긴 하지만 요즘 문제들을 보면 그냥 단순히 성적을 매기기 위해 변별하려는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기출 문제가 의미 없다는게 아니고, 제작자의 관점에서 그 동안의 기출 문제를 살펴보았을 때 드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사실 솔직히 어느 정도의 난이도가 적절한지 가끔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여러분이 킬러/비킬러/지엽이라고 부르는 문제들도 제가 봤을 땐 '이에 왜 킬러지? 이게 왜 지엽이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구요. 물론 저는 이 일을 하다 보면서 좀 더 많이 접해봐서 여러분들보다 조금 더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가장 회의감이 드는건 대학을 가기 위해 기계적으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여러분을 볼 때입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책을 쓰게된 계기도 고등학교때 생명과학이라는 과목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인데 지금 대다수의 수험생 여러분들은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남들이 듣는 1타 강사의 강의를 찾아 듣고, 다른 친구들이 사서 푸는 문제집을 나도 사서 풀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가의 척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인데, 요즘에는 학업 자체에 순수하게 재미를 느껴서 몰두한다기 보다는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좀 더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대학을 가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 좀 슬픕니다.


물론 제가 위에서 공부를 얘기했다고 해서 공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가 아닌 다른 어떤 일이던지 간에 저는 여러분이 스스로 흥미나 관심을 가지면서 좀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긴장 풀고 슬렁슬렁 하라는 건 아니구요. 할 때는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겠죠. 어떤 몫을 맡았다면 책임을 다 해야하구요.)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항상 주위에서 듣는 얘기이지만 "대학가서 다 할 수 있어."라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있는 그 시간에서,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때가 아니면 나중에 다시는 할 수 없는 그런 일. 그래서 다른걸 다 떠나서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잠깐 머리 식히는 겸으로 글을 쓰려고 한 건데 어느새 또 쓸데없는(?) 충고아닌 충고를 한 셈이 되어버렸네요..... 이러다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꼰대 아닌 꼰대가 되는게 아닌가 무섭네요.... 여러분이 공부를 순수하게 그 자체만으로 즐길 수 없다는 건 좀 슬프지만, 그래도 기왕 시작한 공부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지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다들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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