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수정됨) · 쪽지

2018-10-03 18: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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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기억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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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2013년에는 모 선생님 연구소에 들어가서


선생님 이름으로 된 모의고사 2회분을 제작합니다. 


검토나 감수는 연구소에서 받았지만


원고는 제가 직접 작성하였는데요.


다른것은 몰라도 난이도 조절만은 자신감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자체적으로 개별 문항의 예상정답률을 작성해서


그 수치를 토대로 성적분포를 예상할 수 있었죠.


그 선생님의 모의고사도


가형의 경우 1등급컷을 88~89정도로 맞추었습니다.


연구소에서도 반응이 괜찮았고, 난이도 조절도 성공적이라고 봤죠.


그런데 이것은 제 착각이었습니다.


당시 선생님의 현강생 수백명이 제 모의고사로 100분을 재고 시험을 봤는데


(제가 만든 2회분을 편의상 각각 1회, 2회라 하면)


2회의 경우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계산도 많아서


학생들이 성적이 생각보다 무척 낮았습니다.


정답률을 보니 1등급컷이 80점 안팎이겠더라구요.


심지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2회는 안풀어도 된다. 정 풀고싶은 사람만 풀 것.'


결국 제가 만든 시험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에서도 나오게 됩니다.


연구소에서 나오고 몇 달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냥 30문제 모아서 모의고사를 만드는것은 쉽지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전'모의고사를 만드는것은


출제를 3년을 해도 쉽지 않구나...'


그러다가 과감히 Hidden Kice라는 용감한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평가원인지 아닌지 모를 시험지를 만들자!


예쁜 문제를 만들지 말고 평가원의 느낌이 나는 시험지를 만들자!


지난 실패를 떠올리며 


난이도 조절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에 4회분으로 출시하려던것도 더 쉽게 만들기 위해


2회분을 증설해서 킬러들을 분산시켰습니다.


맨 마지막에 검토자들이 문제 검토를 도와주는것을 제외하고


기획부터 출제까지 저를 도와주거나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혼자하려니 막막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중 모의고사와는 다른


'실전'모의고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해낼 수 있었죠.


결과는...?





책은 많이 팔렸지만 학생들에게 욕설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들의 의견을 순화해서 적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만든 모의고사는 실전용이 아니다.'


제가 가장 듣고싶지 않았던 말을 정확히 해주었죠.


여전히 어려웠던 겁니다.


분명 출시할 때는 1등급컷이 80점대 중반~90점대 초반일것으로 예상했으나


또 시간이 지나서보면 귀신같이 다시 어려워보입니다.


1등급컷 80점대 초~중반이 맞겠더라구요.


인세는 섭섭치 않게 받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의 목표는 다시 한 번 실패하고 맙니다.


'내가 만든 모의고사는 실전용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해 수능 1등급컷 가형 100...


정말로 학생들에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해에 재도전을 하였습니다.


쉽게... 제발 쉽게...


어떠한 난도를 생각하더라도 그보다 쉽게...


1등급컷을 96으로 맞추자는 생각으로,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험지가 너무 밍밍해지면 안되니까


참신하면서도 쉬운 문제도 많이 넣기로 했습니다.


1탄은 처음 출판한 6회분 중에서 좋은 문제 몇 개만 넣고


비킬러들을 새로 만들고


2탄은 전부 새로운 문제들로 쉽게 만들었죠.


자나깨나 불모의 조심!


그렇게 또 혼자서 몇 달간을 사투한 끝에 출판을 하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당시 평가원&수능과 아주 유사한 난이도였고


퀄리티 또한 놓치지 않았죠.


누군가 실모를 추천받으면 댓글에 반드시 Hidden Kice가 있었고


혹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호불호또한 갈리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성적대의 학생들을 만족시켰었죠.


그렇게 드디어 빛을 보나 하는데...










그리고 학생들에게 잊혀지고 맙니다.


Hidden Kice라는 모의고사도 잊혀졌지만,


'실전'모의고사가 어떤 느낌마저도 말이죠.


출제자가 


'나 이만큼 좋은 문제 만들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모의고사들이 


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시작합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과시하지 않겠습니다.


좋은 문제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간 실패하면서 얻은 노하우들로


실제 수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전'모의고사를 선보이겠습니다.


8년째 하고 있는 생각이고


앞으로도 변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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