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8-11-13 22:09:19
조회수 13,134

푸르게 숨쉬며 살아갈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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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잘 경험해보지 못한 숱한 고민들 속에서

답답하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수능 대박이라는, 그날은 네가 주인공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들은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노래 구절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가 얘기한 '천고의 뒤'란 과연 무엇일까.


결국 일제 치하의 고통마저도 천고라는 시간 속에서는

한낱 지나가 버리는 작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들의 시간도 그러하겠지요.

훗날 돌아봤을 때 올 한해는 흔적마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시간이고, 작은 기억들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의 시간들이 지나갔을 때


괴로움, 속상함, 수많은 강사들과 내가 풀었던 교재들

이 모든 것들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더라도


이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 한없이 성장했던 나 자신만큼은 

여전히 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 훗날에 나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언젠가 생활에 지친 어른이 되어 하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오고 싶을 때면, 그대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경험하고 있는,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지금의 이 순간이 그때이길 소망합니다.


우리가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온 이 시간들이

그대들의 젊음에 좋은 밑거름이 될거라 굳게 믿습니다.


그동안 정말 애썼습니다.


이제 그대만의 '광장'에서

푸르게 숨쉬며 살아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8.11.13.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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