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돌아빠 [444035] · MS 2017 · 쪽지

2018-11-16 04: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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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강군에게 보내는 11월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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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국어강사고 서울대 국문과 출신일세. 난 동문인 김동욱선생이나 홍준석이(가까운 학번 후배라 이렇게 불러도 되네)같은 정통 강사가 아니라 사업하다 시원하게 들어먹고 30대 중반에 불가피하게 지방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한 어중이와 떠중이중 하나에 불과하네. 

 자네 혹시 슬램덩크 본적 있는가?  거기에 희대의 명언이 나오네. 바로 "왼손은 거들뿐" 

 자네 강사를 뭐라 생각하는가? 아니 사람을 뭐라 생각하는가? 누군가 자네를 붙잡고 나만 믿어라, 나를 따르면 성공한다, 돈을 번다. 이렇게 말하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가? 진정 그런가?  그렇다면 자네는 아직 철없는 아기에 불과하고 누군가에게 속고 있거나 나처럼 시원하게 빨릴 준비를 하고 있는 호구 부대의 예비 대원에 불과하지, 수능과 같은 중차대한 시험을 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걸세. 

 수능시험을 어찌 강사따위가 시키는 대로만 해서 잘볼 생각을 하는가?  차라리 그자들에게 돈을 1천만원 달라 하게 그게 더 빠른 길일 게야. 

 어른으로써 한마디 하겠네. 아무리 억울하고 힘들지라도 농구할때 강백호처럼 공은 오른손으로 던질 수밖에 없고 왼손은 거들 뿐이네. 강사는 아무리 용을 빼고 역발산기개세사 있을 지라도 기껏해야 왼손일 뿐이네. 

 중요한건 오른손인 자네야. 물론 왼손이 잘 거들어야겠지만 공이 골대를 빗나가게 만든건 결정적으로 오른손이란 말이지. 이 말을 새긴다면 앞으로 인생을 살며 왼손따위에게 흥분할 일도 없고 좀더 넓은 시각으로 지금껏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걸세. 

 기운 내게. 나 역시 96학년도 재수당시 수능에서 국어페이스가 말려 막판에 15개를 번호 하나로 찍었네.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며 본 2000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백분위가 99.7%가 나왔지. 당시에도 국어가 지옥이라 했으니 오늘 시험으로 치자면 100점과 표점이 비슷할걸세. 이나이에 잘난체 하려는게 아니라 그 4년의 시간 사이에는 결국 오른손이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그런다네. 지금 강사를 하는 만큼 좋은 왼손이 되려고 노력은 하지만 부족함 투성이라 나도 참 답답허이.  기운 내게. 4수를 한 내가 할 얘긴줄은 모르겠으나 수능 한번으로 세상 끝나는거 아닐세. 이만 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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