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스-피아트 [630596] · MS 2015 · 쪽지

2018-12-14 0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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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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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누군가를 평가할 그런 입장은 아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주제넘게 글을 씁니다. 경영학과와 로스쿨을 다니면서 수 많은 선배, 기업인, 법조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이라고 하는 것을 이룬 분들이지만 크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부류는 왕년에로 시작해서 왕년에로 끝납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내가 판사할 때는 말이야’ 등등이 있습니다. 일정한 성공을 거두셨고 그 과정에 대단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것을 잘 알기에 그런 것에 대해 존경심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부류의 사람은 오늘 혹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학부 때 가장 존경스러웠던 교수님 중에 한 분은 행시 재경직에 어릴 때 붙으시고 기재부 국장까지 하시다가 조직과 개인의 의견이 안맞아 그만두시고 공부를 하셔서 교수가 됐습니다. 이 분은 수업하실 때나, 사적으로 만나는 자리나 학생들이 묻지 않는 한 공직 생활에 대한 얘기는 별로 안하시고 요즘 다루는 주제에 대해 열띠게 말씀을 하십니다. 학생들의 의견도 경청하시구요. 이런 분들을 보면 그들의 성취에 대한 존경심과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경외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특정 시점까지 어떤 성공을 이뤘건 그 시점부터는 어떠한 삶의 자세를 가진 경우가 더 잘 되는지는 명약관화입니다. 

앞에 부류의 분들을 뵐 때는 겉으로는 열심히 듣지만 속으로는 ‘그래서 어떻게 해드릴까요?’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뒤의 부류의 분을 뵐 때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이 하고싶어 집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상담 혹은 입시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위에 사례처럼 과거에 매몰된 경우 단순히 몇 사람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이지만, 입시에서 이런 경우는 판단력을 흐려 입시 자체를 망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첫 번째는 D고등학교, H고등학교, S고등학교와 같이 전국에서 손꼽히게 좋은 학교를 졸업한 경우이고 두 번째는 평소 모의고사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경우입니다. 좋은 고등학교 출신들의 경우 나름 학교마다 대학 진학의 마지노선이 있고, 평소 모의고사를 잘 보던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능에서의 결과가 본인의 생각과 현저하게 다른 경우 이를 받아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담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보는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인간으로서는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지의 부조화가 비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나름의 마지노선 이하의 학교는 진학할 수 없다는 생각에 현역이든 N수이든 붙을 만한 원서 없이 그냥 상향지원을 합니다. 이 경우엔 해볼법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더 시험 보는 것을 각오하고 이른바 노줌 스나를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원서는 3패의 결과를 만듭니다. 자연스레 수능을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이러한 멘탈 상태와 비빌 언덕이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수능을 기대만큼 잘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도박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은 B라는 게임입니다. B는 쉽게 말해서 홀짝 맞추기 게임 정도에 가까운데요, 실제 프로패셔널하게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배팅액을 줄이는 연습이라고 합니다. 초반엔 한 판에 만 원정도로 하다가 좀 따면 10만원, 20만원 배팅을 하는데, 20만원을 잃으면 순간적으로 멘탈 컨트롤이 안 돼 이를 회복하려고 30, 40만원씩 배팅을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경우는 거의 다 잃게 되죠. 누구나 큰 배팅에서 한 번씩 실패를 합니다. 그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만 원씩 배팅하면서 10만 원을 배팅할 찬스를 기다려야 합니다. 일단 잃은 10만 원 복구하고자 더 크게 가면 더 크게 망합니다.

내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수시 최초합 발표가 마감이 되는데요 수시 떨어졌다고 될대로 되라 식으로 되도 않는 배팅을 하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망합니다.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일단 그 시점에서 제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합니다. 그 다음에 다음 싸움을 할지 말지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이번 판에 몇 번 잃었다고 이성을 잃고 올인하면 다음 판 참가할 기회도 없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귀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Live to fight anoth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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