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다, 그리고 축축하다』 [832060]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1-16 23:42:57
조회수 8,932

탈르비 선언문)가끔 오르비 보면 내 꿈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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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친구 부모님 중 의사가 많아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부터 가졌던 꿈이 진정한 의사, 그중에서도 사람 살리는 외과의사가 되자는 거였어요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아는 의사분들은 과가 무엇이든 간에 다 참의사라고 부를만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한거죠


뭣도 모르던 학생시절에는 단순히 영어공부가 재미있어서 외고를 선택했고, 공립외고라 전교생이 문과다보니 자연스럽게 꿈에서 멀어져갔죠

그러던 와중에 경희대한의대에 붙은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나도 공부를 그래도 좀 하는구나, 나도 노력하면 뭔가를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예과1학년을 마치고 휴학반수, 그것도 난생 처음해보는 이과로의 도전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 있었어요. 공부는 열심히 못?안?했지만 다행히도 지방의치대를 노려볼만한 성적을 받았고 치대는 사실상 확정인 단계까지 왔죠.


드디어 어릴적 꿈에 근접했다는 들뜬 마음에 도서관에서 임상 구강내과 총론과 해부병리학 책을 빌려와서 공부도 하기 시작했어요. 좋아하는 공부를 하니 그렇게 좋아하던 술 생각도 잘 안나고 시간도 잘가더라구요


멘탈이 정말 약한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는 부모님도 그렇지만 지인 의사분들의 조언과 격려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매주 교회에서 힘들어하는 저를 격려해주신 흉부외과 박ㅇㅇ교수님, 수능 끝나고 성적표 나오기 전 복학할 생각에 좌절해있던 저에게 술한잔 하자며 조언을 많이 해주신 미생물학 박ㅁㅁ교수님 등을 보면서 다시금 "참 의사"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었죠.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은 저는 커오면서 주변에서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만을 봐왔으며 저도 그런 의사가 되고자 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참 많더라구요

다른 의사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을 하는 동안 오르비에 분탕글을 싸지르시는 의사분도 계시고

다른 한의사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김민재 골 ㅅㅅ) 불철주야로 연구에 매진해 있는 동안 오르비에서 하릴없이 분탕글을 써재끼시는 한의사분도 계시더군요.

의사도, 한의사도 사람이기에 정말 다양한 군상들이 있을 것이라는건 잘 알고있었지만, 저런 글들을 보면 볼수록 제 꿈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그런고로 이번에 새로운 대학에 가게 되면 오르비를 그만하려고 합니다. (의조 까비) 인터넷상에서 감정소모 계속 하면 나중에 저런 인간이 선배랍시고 꼰대질할때 턱주가리를 돌려놓을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영어 칼럼은 꾸준히 쓰고 올해 안으로 모의고사도 하나 배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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