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능 국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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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자신에게 맞는 의미 덩어리로 잘라 읽자
2편) 읽은 다음, 어떻게 이해할까?
1, 2에서는 ‘독해력’에 대한 칼럼을 썼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문제해결력’에 대한 칼럼을 쓰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국어 문제에 대해서 오인하는 부분이
선지 1~5번을 깔끔하게 처리해야
지문을 ‘잘 독해했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5번 중에 하나라도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무언가 찝찝함을 느끼고,
정답을 고르지 못하고,
지문으로 돌아가 그 ‘찝찝함’을 해소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 방법은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
아래 문제를 풀어보시죠.
다음 중 참인 것은?
① 412 + 921412 + 3216 = 957135
② 13213 × 49422 = 5243215456
③ 1+1 = 2
④ 53222 + 8318 - 10003 = 42321
⑤ 9999 ÷ 321 = 32.3149
여기서 답이 ③번인 걸 모르는 분들은 없겠죠??
그렇다면 여기서 ③번외의 선지가 맞는 지, 틀린 지 검증하신 분들이 있나요??
직접 복잡한 수식을 다 검증하셨나요??
③번외의 선지를 검증했다면 맞혔더라도, 틀린 겁니다.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국어 문제도 똑같습니다.
정답이 확실하다면 다른 선지는 완벽하게 검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드시겠죠?
‘아니, 아무리 시간을 낭비하더라도, 내가 잘못 생각한 걸 수도 있으니,
1~5번 모두 검증해봐야 하지 않나?
다른 선지를 검증하지 않는다는 건 조금 위험한 선택 같은데?‘
그런데 이 물음을
수학 문제에 비유해보자면
‘아니, 아무리 시간을 낭비하더라도, 1+1=2가 아닐 수 있으니,
1~5번 모두 검증해봐야 하지 않나?
다른 선지를 검증하지 않는다는 건 조금 위험한 선택 같은데?’
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또 이렇게 물으실 겁니다.
‘국어 선지에서 1+1=2 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냐? 그렇게 쉬우면 개나 소나 풀게?’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독해가 어느 정도 됐다는 전제하에
그러니까, 글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중심 내용만큼은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정답 선지만큼은 1+1=2 만큼이나 자명합니다.
평가원은 많은 경우에서
정답 선지는 쉽게 출제하고, 오답 선지는 까다롭게 출제하거든요.
개소리하지 말라고요?
개소리가 아닙니다.
평가원이 이렇게 선지를 출제하는 것은 ‘교육과정 상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독서와 문법’ 교과서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글의 중심 내용 파악하기’입니다.
즉, 평가원은 수험생에게 묻고싶은 건
‘너, 지문의 중심 내용이 뭔지 알아?’
라는 거죠.
그래서 평가원은 선지를 구성합니다. 어떻게요?
정답 선지에 ‘중심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배치하고,
오답 선지에 중심 내용과 동떨어진 정보, 미시 정보로 눈을 흐리게 합니다.
중심 내용이 뭔지 모르는 학생은 오답 선지, 미시 정보에 흔들립니다.
모든 선지를 지문으로 돌아가서 1:1대응하며 찾습니다.
문제를 결국에 맞힐 수 있긴 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게 평가원이 '중심 내용'을 잡아내지 못한 학생들을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이게 여러분들이 국어 시험 시간이 부족했던 결정적 이유입니다.
아직 공감이 안가신다구요? 당장 이번 수능에서 그 예를 찾아드릴게요.
많은 학생들을 당황시켰던
‘계약과 채무 불이행’ 지문의 16번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기출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이 글의 중심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1- 계약은 계약 당사자 양쪽에게 의무와 권리를 발생시킨다.
2- 채무 불이행은 계약 해제권, 원상회복 청구권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문제를 봅시다.
1, 2번 선지에서 당황하셨다고요?
‘실체법’, ‘절차법’에 관한 내용을 지문에서 찾느라 시간 쓰셨다고요?
실제 지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체법과 절차법이라는 단어는 지문에 각각
단 한 번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기억 안 나는 게 당연하죠.
기억력이 엄청 좋거나
독해 천재가 아닌 이상 1, 2번 선지를 바로 처리하기는 힘들어요.
이에 반해 3번 선지를 보시죠.
‘법률 행위가 없으면 법률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음.. 글의 중심 내용을 생각해 볼까요?
1- 계약은 계약 당사자 양쪽에게 의무와 권리를 발생시킨다.
-> 계약(법률 행위)이 의무와 권리(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네.
2- 채무 불이행은 계약 해제권, 원상회복 청구권을 발생시킨다.
-> 채무 불이행(법률 행위x) 권리(법률 효과)를 발생 시키네.
법률 행위가 아니어도, 법률 효과가 발생하니까 3번은 개소리!
이제 3번이 답임이 확실해졌죠?
그러면 1,2번은 어떡해야 할까요?
지문에서 한 번 나온 실체법, 절차법 찾느라 낑낑대야 할까요?
아뇨, 다음 문제 넘어가야죠.
1초가 중요한 이 국어 시험에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잖아요.
이처럼 독서 영역에서 대부분 문제의 정답 선지의 내용은
[중심 내용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되어 참, 거짓 판별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결론은,
중심 내용을 잘 파악하고,
미시 정보를 말하는 선지,
기억 안나는 내용을 말하는 선지를 거르자는 거예요.
물론, 모든 문제가 중심 내용으로 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10문제 중 2~3문제는 중심 내용이 아닌 미시 정보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예 '세부 정보 묻기'가 평가 목표인 문제들이죠.
이러한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지문으로 돌아가 선지를 검증해야합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은 탐정이라고 해봅시다.
범인 단 한 명이라고 밝혀진 사건에 용의자 갑과 을이 있습니다.
갑은 방금 잡아서 지금 경찰서에 있고,
(갑: 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중심 내용에서 논리적으로 도출 가능한 선지)
을은 외국으로 튀었습니다.
(을: 지문에서 해당 미시 내용을 찾아 풀어야 하는 선지)
여러분은
잡혀있는 갑을 먼저 조사하실 건가요.
외국에 있는 을을 찾은 뒤에 을을 먼저 조사하실 건가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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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이네요.
단순히 근거를 찾는 문제 공부 말고
지문의 흐름상 왜 그러한 선지가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분석 역시 기출 분석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