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9-02-20 0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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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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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영역 강사 심찬우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정신 없이 살아오느라 새해 인사가 좀 늦었습니다.


오전 수업을 가는 길에 거침없이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이제 겨울이 조금씩 끝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더 늦기 전에 (늦은 새벽이지만) 글을 좀 남기려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0. 시작하기에 앞서


혼란스러웠던 작년 수능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새로 뽑은 조교들이 새터에 가는 걸 보니, 이제 대학 진학 여부도 대충 가닥이 잡힌 것 같고, 새로운 입시를 준비하는 움직임들도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입시라는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명절만큼이나 입시에 있어서 유독 유난을 떠는 나라다보니

정신 없이 바뀌는 교육과정만큼이나 모두들 많이 혼란스러워 합니다.


국어영역 말고는 문외한이라 감히 입시를 두고 몇 마디 하는게 좀 주제 넘는 것 같지만, 지난 5년, 6년 동안 강사나부랭이 생활을 하며 느낀 몇 가지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침묵'과 '성찰'을 하는 1년을 보내라는 것.



제가 개강 때마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입니다.


대학과 성적이 인생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분명 아니기에, 지금의 

이 시간을 여러가지 의미에서 단단하게 보내야만 한다는 뜻에서 말해주곤 합니다.


수많은 강사, 학원, 컨텐츠들이 범람하는 요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오직 ''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수험생활의 필수요소

즉 무거운 '침묵'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말들이 되려 나의 정신 건강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친구와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이런 등등의 관계들이 예전과 다르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많은 질문들로 포장되어  내게 일년 동안 '끊임없이' 도전해 옵니다. 이런 것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지요.


중심을 잘 잡으려면, 정중동(動)의 자세로 1년을 임하시기 바랍니다. 조용한 가운데, 나만의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왜, 나만의 젊음을, 이 시간에 쓰고 있는지 

끝임없이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기회비용들을 포기하고, 한 명의 플레이어로 입시판에 들어온 

나만의 이유를 분명하게 확립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들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는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때, 분명한 '성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N수를 결심한 학생들은, 내가 왜 다시 하려고 하는지 끈질기게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무턱대고 들어와서, 시간과 돈을 낭비해버리는 일은

이번 일년 동안 있어서도,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지요.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요즘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면 가끔은 20세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일들도 많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실로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부분들도 꽤 목격되곤 합니다.


과거의 프레임과 생각만으로는 결코 미래를 대처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가끔은 두려움마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숨가쁜 시대에 내가 진정 무엇을 위해 입시를 하고 있는지를 고민해보세요. 해야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면서, 나만의 길을, 나만의 1년을 만들어가실 때야 비로소 건강한 모습으로 수험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1. 국어가 참 쉽지 않습니다.


국어라는 과목이 참 쉽지 않습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과목이기에

상황에 따라 점수 폭이 매우 크게 준동합니다.


수많은 방법론과 컨텐츠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상황에

과연 무엇이 정도(正道)인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내가 글을 읽고 이해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19학년도 수능 이후 우리는 평가원의 분명한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잡다한 도구들이 아닌, 순수 글 읽기 능력으로 승부를 보라는 것이 그것.


제가 바라본 19수능은 지문의 난도보다는 문제의 난도가 높았습니다.

이는 글, 텍스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깊이'가 예년보다 깊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노선투쟁을 명확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이는 기호, 도구, 밑줄 등을 최소화 하고(금두뇌들만 가능하다는 자조를 거두고) 정말 순수하게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체력'을 기르시라는 의미입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생각의 불치병'이 전염병처럼 퍼져있습니다. 그저 정보들을 의미 없이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국어를 잡을 수 없습니다.


단군이래 이토록 많은 강의와 컨텐츠(실모, 문제집)를 소비하는 세대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작년 수능장에서 84점이라는 역대 최저의 등급컷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실은 결국 '내가' '현장에서' '제시된 글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이 요구된다는 것이지요.


글 읽기의 내공이 없고, 활자에 대한 노출 빈도가 낮은 수험생은 이번 수능에서도 처참하게 깨질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텍스트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세요. 주변 친구들이 스탑워치를 들고, 5분, 6분, 10분을 측정하고 있을 때, 나는 시간의 구애로부터 벗어나, 정말 글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세요.


현장에서 가능한가. 언제 현장에서 글을 다 이해하고 있을 것인가.


나는 이 물음에 대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현장에서 모든 문장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지금 글을 읽기 위해서 애쓰는 이 시간과 노력이 분명 현장에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겁니다.



아래에 서술된 얘기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정수환 선생님께

술자리에서 들었던 것인데, 제가 종종 써먹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1. 내가 가지고 있는 이성의 힘을 신뢰하세요.


어떤 글을 읽고 이해할 때, 자꾸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조급하다라는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정보들을 처리하면서, 이해를 잘 하고 있다, 잘 읽어내고 있다 스스로 다짐해야 합니다.


대개 중하위권 학생들은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때, 이를 돌파함에 있어 중도 포기를 하거나, 자체적으로 이른바 '믿고 거르는 행위'를 저지르곤 합니다.


내가 가진 이성의 힘을 믿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을 보여주세요.



1. 지적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진행하는 강좌들은 모두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수업입니다.

'국어영역'이라는 매개를 이용할 뿐, 학생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수업이지요.


하지만 수업을 하다보면 중, 하위권, 특히 학년으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가해지는 무참한(?) 지적 충격을 감내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머리가 과부하가 걸리면서, 집중력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자세도 흐트러지고, 글들이 눈으로 와서 튕겨져 나가버리기 일쑤입니다.


평소 공부를 하실 때 2, 3시간 끄떡없이 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집중력을 훈련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즉 생각의 체력을 기르라는 것이지요.


실제 현장에서 9시 30분 정도가 되면 지문 속에서 굳이 붙잡을 필요없는 잡다한 정보들까지 기억하려하면서 

머리가 과부하가 걸리고, 이내 머리가 멍해지며 모든 사고가 정지됩니다.


내가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부터 끝내는 시간까지, 끝까지 집중하고 또 집중하려 합시다.




국어영역은 탁구와 같습니다.


스키와 같은 (예를 들어)수학 과목은 시간이 좀 흐르더라도 금방 감을 회복하지만, 국어는 감이 떨어지면 한 순간에 점수가 '급전직하'를 할 수 있습니다.


섬세하게 글을 읽고, 한 글자 한 글자 존중을 하며 지문을 뚫어가시길 바랍니다.



사실 제가 근 두 달간 오르비에 거의 들어오지 못해

본사로부터 다른 커뮤니티로 이적했냐는 농까지 들었는데요.


오늘 들어와보니 오르비에 계신 훌륭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국어 학습법 관련해 많은 칼럼을 올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들과 그런 칼럼들을 잘 접목시켜

본인만의 명확한 방향을 잡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 심찬우에 관한 불필요한 TMI


제 근황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시겠지만

들어온 김에 몇 자만 써보려고 합니다.


제 일주일 일과는 {학원, 연구소, 집, 스튜디오}의

기호 집합 속, 기호들의 조합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순서에 관계없이 그냥 저 집합 속에서만 그냥 돌아가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시스템이 잡히면서 컨텐츠 제작에 모든 직원들이 달라붙어

죽을 힘을 다해, 모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두 달동안 제작된 컨텐츠가 현장 모의고사를 제외하고 교재만 24권입니다. 직원들 모두가 지쳐가지만, 반응들이 꽤 괜찮아서, 올해 수능까지 70권을 목표로 집필, 공정, 시뮬, 시판을 반복하려 합니다.


생각하며 글 읽기는 완강을 하였고

생각하며 감상하기는 개강을 했습니다.


스튜디오 버젼으로만 올해를 보내려 했는데

현장을 그리워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문학 때는 섞어보고


이후 강좌들은 다시 현장으로 돌려볼까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입고가 다소 늦어진 점은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생각하며 감상하기부터는 서둘러 준비하여 빨리빨리 입고 시키겠습니다.


현장에서는 에피소드 1, 2가 끝나갑니다.

추후 에피소드 3이 개강 준비 중에 있습니다.


복습 영상, 보충 영상을 포함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들을 모두 조성중입니다.


새로 수강하시는 신규생 분들의 이질감을 덜기 위해

기존 강좌에서 다룬 강의들도 영상으로 무료 제공중에 있구요.



그 와중에 공감연구소의 이야기와 제가 수업시간에 드리는 좋은 얘기들을 그리워하시는 분들도 꽤 되시는걸 보고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맨날 쓸데없는 얘기한다고 욕만 먹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보니, 기억에 많이 남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올해는 수업 때 다룰 양이 많다보니, 순도 100%의 수업만 하는데 컨텐츠나 유튜브 채널(공감연구소)을 통해 더욱더 소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건강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성대 결절 예비단계에 있기도 하고

결혼 준비도 조금씩 늦어지고, 통장에 예년보다 많은 빚도 쌓이고.


생각해보니 작년 콘서트 때  내년부터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닥 행복해지진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수...수업은 행...행복합니다.



여튼 그렇습니다.


인, 현강에 대한 자세한 공지는 다음에 또 한 번 글을 쓸 때

자세하게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쓸데없이 또 길어진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짬을 내서, 자주는 아니겠지만 이따금 글 남기겠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코드킴 말대로, 우리네 삶은 의지로 가득차 있어야 하니까요.



아차 이 얘기도 드려야 했는데 깜빡 했네요.


'6월 모의평가 전까지는' 


온전히 '글 읽기 체력'을 기르는데 총력을 다하세요.


중간 중간보는 모의고사 따위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11월로 달려가는 길목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분기점을 스스로 설정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고 생각합시다.





화이팅입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깊은 이해


국어강사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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