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볼펜 [597765]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20-02-10 05: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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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은 ㅈ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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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입니다. 전 수험생활은 ㅈ같아야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n수생은.

 

제 얘기를 좀 해보면 전 고3시절 정말 드럽게 공부를 안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공부를 하는것도 안하는것도 아닌 애매한,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독서실 가서 하루종일 핸드폰만 하다 오는게 하루 일과였습니다. 그러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죠. 인서울 공대(아 저 이과입니다)는 말할것도 없고 수도권 공대도 간당간당한 성적이 나왔습니다.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수시도 쓰긴 했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서성한 라인 학종을 지르고 연고대도 1장씩 썼습니다. 그중 하나는 붙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정시 공부도 거의 안했습니다. 당연히 수시는 6광탈하고 정시도 3연패 했습니다. 바로 재수행이였죠.


그래도 어찌어찌 강대 들어갈 성적은 나와서 강대 재종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재수할때는 진짜 열심히 해야지하고 제 딴에는 공부한다고 나름 수업도 듣고 숙제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재종 담임쌤이랑 상담을 하는데 엄청 많이 혼났습니다. 그해 삼일절이 평일이었는데 그날 학원에 자습하러 안가고 그냥 집에서 쉬었거든요.(휴일에 자습은 선택이에요) 담임쌤한테 정말 영혼까지 털릴 정도로 크게 혼났습니다. 너 이런식으로 하다가는 무조건 삼수한다고 쌤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때서야 정신이 좀 들더군요. 내가 너무도 안일했구나 하고요.


상담 받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서 진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대에서 나가는 숙제도 다 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기도 하면서요. 근데 생각보다 제가 모르는게 엄청 많더라고요. 그걸 하나하나 채워나가면서 실력이 오르는걸 느끼니 공부가 나름 할만하덥니다. 아니, 오히려 재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게임 캐릭터 스탯 쌓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제가 제 손으로 무언가를 해본 거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 "재미"가 한 6월까지는 갔던거 같아요. 6평도 되게 잘봤었거든요. 근데 슬슬 공부가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적도 잘 오르지도 않고 무엇보다 수학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준킬러까지는 그나마 할만 한데 새로 보는 킬러문제들은 도저히 못풀겠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킬러문제만 붙잡고 늘어지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니 미치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닭장같은 좁은 교실에 갇혀 지내는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강대는 주말자습이 세타임으로 나눠져있는데(오전, 오후, 야간) 주말에 적으면 4타임, 많게는 6타임까지 했으니 매일매일이 집-강대-집-강대의 연속이었습니다. 주말을 통째로 놀아본적은 거의 없으니 사실상 강대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러니 정말 그때 저는 미치기 직전이었습니다. 누가 살짝 건들이기만 해도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어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는걸 힘들어하는데 아침에 샤워하면서 먄날 죽고싶다고 생각하고 ㅆ발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담배도 원래 많이 피우지 않은데 이틀에 한갑씩은 피웠습니다. 진짜 개ㅈ같았어요. 약하게 우울증까지 왔었습니다.


근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건 정상적인 수험생활의 당연한 결과였던거 같아요. 원래 입시가 ㅈ같고 힘들기 때문에 안그럴수가 없거든요. 다시 말하면 자기가 지금 수험생인데 ㅈ같고 힘들지 않으면 제대로 공부를 안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진짜제대로 공부를 하는 사람은 인상도 나쁘고 음침한 기운을 풍깁니다. 그게 정상이에요. 드물게 공부가 즐거운 사람도 있겠지만 왠만한 사람한테는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결론을 말하자면, 이 ㅈ같음을 참아내야만 입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좀만 힘들다고 공부를 놓아버리거나 하면 절대로 입시에서 성공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인드로는 뭘 해도  아마 안될거에요. 이 과정을 이겨내야만 좋은 대학을 가고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사실 저도 막판에 좀 무너져서 조금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대학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인생에 있어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수할때가 인생에서 가장 뭣같았던 때인데 역설적으로도 가장 저를 많이 성장시킨 시기였습니다.


두번다시는 이짓 못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독하게 하고, 당당하게 합격증을 쟁취해내면 됩니다. 


이제 슬슬 고3, n수생들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때네요. 수험생 분들 모두 나중에 돌이켜봤을때 후회 없을 1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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