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범 [697853] · MS 2016 · 쪽지

2016-12-15 21:02:52
조회수 1,930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으로 베우는 국어. (울산대의대생)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10122012



     모든 관찰의 시작은 반복되는 것을 찾는 것이다. 관측은 관찰자의 존재를 전재로 한다. 반복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서로 다른 대상들이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나는 지 더욱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는 반복되지 않는 것, 혹은 서로 다른 것들을 파악하고, 그들을 배제해 나가는 과정에서 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즉, 적어도 관찰자의 입장에 다름의 기원은 같음이며, 같음의 기원은 다름이다.

      모든 표현에서 반복은 표현자의 의식을 강하게 반영한다.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든, 아니면 우리 평소의 말과 행동에서 들어나는 반복처럼 무의식적인 것이든, 적어도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점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


여기까지 말이 너무 어렵죠..? 어려우신 분은 이 부분만 읽으세요~~ 

그냥 간단하게,

1.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할 때,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야한다는 것.

2. 무언가가 반복되는 것은 어느 장르의 예술 작품, 심지어 그냥 글에서도 중요하다.

근대 그냥 중요한 수준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데 핵심적인 일을 한다는 점. 



이 점을 우리는 오늘 두 장르의 표현물을 통해 이해하고자 합니당.


첫번째는 뮤직비디오 입니다.


뒷 부분은 유튜브 켜놓고 재생하면서 보길 권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QslJYDX3o8s

친절한 링크 ^^ 눈정화하죠. 그렇다고 이것만 보고 넘어가지는 말구요. 

새 창에 띄워놓고 비교하면서 보시면 될거 같아요. 


이하 뮤비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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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초반부는

실내운동장, 수영장, 테니스장, 방 (실과 선인장이 존재하는) 운동부락커(캐비넷)등의 배경을 제시이 배경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장소가 됩니다. 뒤죽박죽이지만 잘 보면 한번씩 스쳐가요.


그 배경들을 나열하자면  


첫 번째, 네명의 여성이 한명의 골키퍼에게 공을 던져, 공을 맞추는 이야기

실내 운동장이 배경입니다.


두 번째,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다이빙대에서 다른 여성을 뒤에서 떠미는 이야기

그 뒤로, 회색 쥐(혹은 고양이)가 검은 고양이를 다이빙대에 떠미는 장면이 나와요. 

수영장(다이빙 대)가 배경입니다.


세 번째 , 캐비닛에서 네 명의 여성이 캐비넷을 밀어, 연달아 3개의 캐비넷이 밀려서 다른 한 사람이 깔리는 이야기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이러한 표현을 합니다.

운동부락커를 배경으로 합니다. 



네 번째, 테니스 공을 스매시해서 다른 여자 아이에게 맞추는 이야기

테니스장을 배경으로 합니다.


다섯 번째, 실타래를 끊고, (도미노를 넘어뜨려) 다른 여성에게 냉장고를 떨어뜨리는 이야기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냉장고에 깔려죽는 장면이 나온다.

실과 선인장이 존재하는 방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이외에도 이야기가 더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나, 이만큼 해도 충분한 듯 합니다. 

이 글에서 5가지 이야기를 보는 것은 정말 재미가 없지만

실제 뮤직비디오는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왜냐면!

 

1.

뮤직비디오의 화려한 색감도 색감 

2.

이야기들을 부분부분 쪼개서 여러군대에 배치해놓고 순서를 뒤섞어서, 이야기를 파악하기 쉽지 않게 해놨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몇몇 소설들은 이런식으로 장면들을 산재해놔서 파악을 어렵게 해요.

영화 도 이러한 구성을 활용해서 어지러우면서도 은근히 재밌게 이야기를 풀었죠.

소설들도 이러한 구성을 취할때가 종종 있어요. 

이번에 수능에 나온 이강백의 희곡도 비슷한 면모를 띄죠. 

물론 일부만 짤려서 나와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볼 때, 그러니까 여러가지 이야기(또는 아무거나)의 나열을 볼 때 

생각해야하는 것은 두가지에요

1.

위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뭘까? 다르게 말해서, 반복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이 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거에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모든 상황에서 폭력의 피해자는 본인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것을 직전까지도 알지 못했네요. 


2.

그렇다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몇몇 상황은 여러명이 한 명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황이고

어떤 상황은 한 사람이 도미노나 실타래 등을 이용해서 

아주 교묘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폭력을 가한다는 점에서 다르네요.


이렇듯, 뮤직비디오와 같은 표현물에도 반복되는 것과 변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그러니까 한 발짝 멀리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는 것이 매우 유익해요.



사실 제목에서는 레드벨벳의 만 가지고 얘기한다고 했는데, 

이렇게만 보여주면 아무도 수능에 이 관점이 안통한다고 생각할 까봐 수능 시 하나 해설할게요. 

2. 신석정의 꽃덤불


신석정의 꽃덤불을 예로 들어보면


꽃덤불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태양’이 반복되요.

또한 태양을 이야기하는 것은 태양을 등진 곳에서 일어난다.

실제로 태양을 등진다는 것은 태양을 보지 않는 것이니까. 

태양이 존재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을 보는 것이므로 서로 반대되는 느낌을 받는다.

즉, 태양을 이야기하지만, 태양을 제대로 바라볼 수는 없는 상태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메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 ‘태양’이 다시한번 반복되요

 태양을 모시겠다는 마음이 아주 대단해 보이죠.

도대체 언제서야 태양을 모시겠나 슬퍼하며, 계속 태양앓이만 계속 해요.

즉, 아까 말했던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결국 태양을 모시는 이야기네요. 

다시 말하면, 화자는 태양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사람 쯤 되겠네요.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를 하는 새^기가 실제로 있다면 그 새^기는 똘아@이 새^기죠?.

아마 본인의 마음과 관련된 얘기일거에요.

가슴을 쥐어뜯는다-> 마음과 관련된 가슴 표현중에 뭐랑 비슷한가요?


‘가슴’ 하면 떠오르는 표현중에 마음과 관련된 얘기나 심정과 관련된 표현 하나만 말해보면


통은, 가슴이 아프다라는 표현이 나올거에요.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이 실제 가슴이 아프다는 얘기로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의사지망빼고 없죠.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릿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

재밌는 지점이에요. 

‘그러는 동안에’를 무려 5번이나 반복한다.

그런데 더 재밌는 점은 4번은 같은 연에, 다른 하나는 다른 연에 넣었다.

또, 4번은 모두 글자수도 똑같고, 전부 벗도 있다로 끝난다.

반면에, 마지막에는 ‘드디어’라는 소리가 나타난다.


이미 형식상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럴때는 도리어 형식을 가지고 의미를 추론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어요.

일단 4번은 전부 다 비슷하다. 공통적으로 ‘더 이상 벗이 아닌’ 것들의 나열이에요.

반면에, 마지막 1번은 ‘더 이상 벗이 아닌’ 것들의 나열이 아니다.

(자 ,보세요. 나열이 되어있을 때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찾고 있죠?)


그렇다면 마지막 1번의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나갔다’는 무슨 뜻일가요?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드디어’라는 말이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알 필요가 있어요

드디어’라는 말은

‘우리 산이 형이 드디어 신곡을 냈어’

‘우리 마타가 드디어 다시 한국에 왔어’

‘우리흥이 드디어 골 넣었어’

‘느그흥에 배팅했네 비읍시옷들 ㅋ 드디어 참교육 당했네’

드디어 하야하네

‘우리가 원하던 것’이 온 상태를 얘기할 때 쓰는 말이다.

즉, ‘서른 여섯 해’, 또는 ‘서른 여섯 해가 지나간 것’은 우리가 고대하던 결과이다.

화자는 ‘태양’을 꾸준하게 논했으므로, 이 태양 또한 드디어 뒤에 올 수 있는 말이겠다.


36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해하는 데에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살던 시대, 또는 우리나라 역사 중에 36년의 세월동안 원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시기는...

190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가 있다.

그러니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하면 무방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36년이 지나간 것 = 일제강점이 끝난 것 =광복 = 태양

이라고 문제없이 추측해볼 수 있다.

배경지식과 이 시인에 대한 발문이 나오면 해석은 더욱 더 정확해질 것이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 이라고 한다.

즉 이미 한번은 우러러봤다는 얘기다.

이 시 내에서 하늘을 언제 우러러봤을까? ->

잘 생각해보면 답이 나와요.

2연에서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뒷 행을 보면,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 추측은 맞는거 같아요.

그때도 달빛을 보고 있었고, 지금도 달빛을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달빛은 ‘아직도 차다’.

아직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때 쓰는 말이다.

‘아직도 저새^기는 노답이다’ 라는 말은 필히 ‘저 새%기는 예전에도 노답 지금도 노답’ 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즉 , 2연, 36년전에 달을 봤을 때와 36년뒤인 지금, 4연 ,에서 달을 보았을 때, 별다른 느낌의 차이가 없다는 얘기이다.


즉, 36년이 지나 광복이 온 지금도, 본인이 원하던 태양이 제대로 오지는 않았다.

본인이 원하던 광복은 오지 않았던 얘기를 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겨울이 지나고, 오는 봄에는, 더 이상 차지 않은, 겨울이 아닌 봄에는,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고 얘기한다.

더 이상 차지 않은, 아늑한, 태양이 쏟아지는 세상을 바라는 것 같다.



위 시를 읽을 때, 나는 단어 하나하나에, 특히 부사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직도’ ‘다시’ 이런 말들은 단순하게 스쳐 지나가는 말이 아니다.

이 단어들을 보면서, 전반적인 상황이나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으며, 뒤에 오는 말이나 앞에 오는 말의 의미를 더욱 더 명료하게 이해 할 수 있다.


앞으로 시를 읽을때는 이런 단어들의 평소 쓰임새를 이용해서 시어들이 하는 말을 추론하는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들로부터 뒤에 올 내용과 앞에 내용에 대해 여러가지 추론을 

할 수 있어요. 이런 추론을 하고 나서 뒷 부분으로 넘어가시면 이해가 훨씬 풍부해집니다. 


또한, 반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길 바라요.


단순히 똑같은 말만 쓰는게 반복이 아니에요.

문법적인 구조나, 행마다 글자수가 같을 수 있고 (댓구, 음수율)

색감이나, 방향(위, 아래 소위 상승감, 하강감) 등이 같을 수 있다.


형식을 고려해서

실제 저는 2연에서


이미지를 고려해서

위 시에서 꽃덤불, 봄, 태양등은 전부 따뜻한 이미지를, 반면에 겨울은 차가운 이미지.

이러한 느낌이 반복되요.

여기서는 딱딱한 이미지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이미지 보다는 그 '느낌' '5감' 이 맞는거 같아요.

차가운 느낌, 따뜻한 느낌..

지금 추우니까, 밖에 나가서 그 느낌 함 느껴보고, 그 다음에 샤워할 때 따뜻한 물좀 틀어놓고 느껴봐라. 추운거랑 따뜻한거.


시는 '5감'으로 이해하는거에요.

모든 글은 '5감'으로 이해하는거에요. 




-서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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