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 실패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10124593
제가 글을 잘 못쓰지만 지금 오르비를 보니 작년에 제가 했던 고민을 하시는 현역분들이 많아 글을 남깁니다. 제 푸념겸...ㅠㅠ
참고로 이과입니다.
작년에 31122가 나오고 올해 수능은 그것보다 훨씬 망했습니다. 심지어 원서질까지 잘못해서 생각하던 학교보다 못가서 중앙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합격하자마자 반수커리 짜고 이거해야지 저거해야지 이러면서 준비했었고요. 대학교 1학기는 나름 성실히 다녔습니다. 중간고사 성적으로 학점은 3점대 정도였을거에요. 그러다가 기말을 포기했습니다. 막상 반수시기가 다가오니까 또 어찌보면 합리화식으로 기말고사 안보러갔습니다. 당연히 학점은 말아먹고 학사경고를 받았고요.
그러고 반수시작을 했는데 처음에 강남에 유명한 학원 한 곳에 가서 반수시작을 했습니다만, 첫날부터 엄청 후회했습니다. 분명 반수반인데 무슨 수학을 2주만에 끝낸다느니 말도 안되는 소리고 그걸 떠나서 수학 개정교과랑 맞지도 않고 잘 못 가르치고 다른 유명 강남 학원을 갈걸 하고 후회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마침 강민철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학원에 러셀이 있잖아요. 거기로 옮겼습니다. 단 하루만에요. 뭐 그 전에 있던 학원 담임이 아주 저한테 저주를 퍼붓더군요. 제가 못할거라느니 이 학원 아니면 안된다느니.. 제가 보기에는 그 샘 짬밥만 있어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냥 애들 군기 잡는데 맛들리신 샘이신것 같았어요. 주변에서 그 학원 가라면 말립니다.
그러고 3개월동안 열심히 했는데 9평을 보고 슬럼프가 왔습니다. 예상보다 못보고 다른 반수생들은 잘 봤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러고 결과는 뻔하죠. 9월, 10월에 우울한 날이 없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하루는 너무 울어서 학원도 못 가고 그랬어요. 그리고 정말 하루는 반수 그만 두고 다 때려칠까도 생각했었지요. 그러고 마음 겨우 부여잡고 수능을 봤는데 작년보다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고대 목표로 잡고 시작했던건데 최악의 시나리오인 복학만이 기다리고 있게되었네요.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이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솔직히 말하자면 중경외시 이상으로는 특히 이과 공대 쪽은 그렇게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반수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런 메리트보다는 제 자존심때문에 시작하게 된거였고 지금은 반수 시작한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기가 중경외시 이상으로 성적대가 나와서 그 학교에 가서 반수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반수는 생각보다 힘듭니다. 반수 성공후기는 정말 딱 글로만 보면 아 그렇구나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후기보다 실패후기가 더 많다는 걸 명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 만약 나중에 자기가 취직하려는 곳이 지금 가는 과랑 전혀 상관없는 과라면 반수는 접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과는 취직은 잘 되는 공대 과 중 하나이지만, 출판업 쪽에 취직하고 싶습니다. 공대랑 전혀 상관 없는 쪽이죠. 심지어 그 쪽 채용 정보만 봐도 어느 과든 상관이 없다고 되어있습니다. 다만 4년제 대학졸업이라는 학력이 필요해서 지금 복학을 결심하게 되었구요. 저와 같은 경우시라면 반수는 한 번 깊게 고민해보세요. 솔직히 놀다가 다시 공부하기도 힘들고 걸쳐있다는 거에 안도감도 들어서 진짜 힘듭니다.
수능 보고 나서 못본걸 직감했고 그러고 복학/공무원 시험 둘 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무원을 별로 달갑게 보지 않는 쪽이라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러고 지금와서 내린 결론은 복학입니다. (완전 상향해서 혹시 천운으로 붙는 다면 상황이 달라지지만 그건 거의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라 단념하고 있습니다)
어짜피 사람 신경안쓰고 다니는게 편하고 대학교 때도 얘들한테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거에 스트레스 받았던 터라 아싸여도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복학 하면 일단 학점 복구부터 하고 솔직히 학점이 높든 낮든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라서 학사경고를 다시 안 받게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마 방학에도 계절학기 들으면서 복구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복학 두려움이 앞썼는데 지금은 편합니다. 이런 경험도 제 인생에 필요한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실패를 많이 경험을 못한 터라 좀 자만심에 쩔어 있기도 했고 좀 그랬었어요..ㅋㅋ
어쨋든 반수 생각하시는 현역 분들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시도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오르비나 포만한 사이트 보시다보면 반수생각이 많이 드실텐데 잠깐 사이트 활동은 접으시고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같아요. 그리고 6월 말쯤에 다시 반수생각이 나실텐데 그 때도 꼭 깊이 생각해보세요. "내가 작년보다 혹은 작년만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확답이 드시지 않는다면 그 때는 확실히 접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반수 실패 후기였습니다.
수능 성적을 떠나서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결과있으시길 바래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승패가 아니다 1
이건 소망이다 그래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을 깨달았다 신이여 집합무의식이여 시간의...
-
6모 42422. 7모 54423 ㅋㅋㅋ 하 더 열심히 해야죠. 국어는 1,3번...
-
아무도 말릴 수 없으셈ㅋㅋ
-
하..
-
제가 좀 예민한 거 같긴함 걍 시야에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쓰임.....
-
자야겠다 2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문과 현실알려줘 2
고3 지금 내신 수능으로 중경외시 위 못할 가능성 큼 대학 가서 졸업하고 공무원은...
-
성적계속떨어지길래 좃같아서 공부열심히했다 나도 올라가고싶다
-
미적 n제 추천부탁드립니다(작수 백분위94 6평 93) 0
미적드릴을 풀다가 벽느끼고 이해원n제도 조금 쉽지않아서 4규미적s1만 한...
-
다음 N제 정베는 뭐임? 양치기 ㅈㄴ해야되는데
-
실전코드 안하고 기코 뉴런해도 문제 없나요? 실전코드에 있는 거 말고 기코만으로...
-
잔다 16
-
세지 괜히 한듯 4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뭔놈의 예외는 더럽게 많고 문풀하다보면 명확하게 안나오는...
-
여가시간 6
게임을 하다보니 느낀건데 공부이외의 여가시간은 게임 외에 다른걸 하는게 맞는것...
-
뭐 다 잘본건 절대 아니고 탐구가 커하 찍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탐구 되게 설렁설렁함
-
현역이고 국어 3 5 6 7때 5465맞았습니다. 마더텅으로 독서는 1회독 다했고...
-
유자분 2회독째 진행중입니다 1. 솔텍 파트2 + 솔텍 파트2 N제 2. OZ...
-
사람을 너무 좋아한당 ㅠ 집에 있다가 버려진걸까ㅠㅠ
-
뽀뽀하고 날아가던데 열라 간지럽다
-
1등급 찍고싶다 5
응
-
먼저 f(x)를 그리고 조사해봅시다. f(x)는 x=a,b에서 무조건 불연속이고,...
-
과탐이든 사탐이든 암거나 좋으니까
-
기본으로 알고 있나요? 그 막 빙빙 돌리는거 N제에 혹시 많이 나오나요
-
군필 집합. 1
저만 전역하고 멍청해진 느낌 듦?
-
7모 솔직 후기 0
맛있었다… 근데 3, 17번을 계산으로 틀렸다… 28, 30도 틀렸다 확통은...
-
2번 13번은 진짜 어렵게 잘낸거같고 도표문제들도 내용은 안어려운데 포장을 신선하게...
-
가능한가요? 동네 학원을 다니는데 블랙라벨만 완벽하게 하고 기출은 끝나고 하거나...
-
반팔에 추리닝으로 때울수있는 여름이 최고다
-
좋을까? 아니면 써킷만 매일풀어볼까...
-
앙넝 2
어넝어ㅓㅇ
-
헤이헤이코타에테 7
다레카이마셍카
-
부탁
-
우우
-
문해전 시즌1 다 끝나가는데 뭔가 이창무쌤 풀이 너무 맘에들고 문제풀면서...
-
본인 47점 (분류에서 지네랑 거머리 칸을 바꿔써서 틀려버림 ㅋㅋ) 1.우선 가장...
-
팔리긴하나
-
부산대경북대 전남대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경상대
-
내일도 안씻을거임
-
정공 말고...... 아시는분 있으심?
-
수능은 아니고 그냥 중요한 시험인데 아무튼 뭐 추천하심? 개인적으로는 금딸이 크게...
-
7모 후기 3
국어: 쉬웠음. 엄청 쉬웠던 5모보단 살짝 어렵긴 했는데 그럼에도 너무나 쉬웠음....
-
웅웅웅 1
앙♡
-
이번 실모가 내 약점만 후두려 팬건지 아니면 내 깨달음이 헛된 것이었거나
-
기말 끝나서 자습시간이 앞으로 많다 달려보자잇
-
현장에서 풀이 떠올리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진짜 해설강의 들으면서 풀어도 에러난것마냥...
-
AI랑 고도의 자동화시스템이 발달해서 수요 노동인구가 현재보다 확줄어들면 저출산이...
-
4규 공통 2회독씩 했고 드릴5랑 문해전1중에 하려고 하는데 항상 76-80점대를...
-
머릿속으로 그녀와의 가계도를 그려본다
-
프로필눌러보면 구석에 모셔두고있는 사람들이좀있네 이게 일년만에 바뀐 오르빈가
-
자꾸 방문을 벌컥벌컥벌컥 열어댐 할맣 잇음 할말만 하든가 자꾸 너머로 방을 훑어봄......
삼반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한번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
고생많았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재수를 했고 현역과 재수 시절에는 대학만이 목표였어요.입결표에 따른 대학 급간에 목숨걸고...탈출하고 보니 대학 급간 이 아~~주 무시 못할건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만큼 절대적인건 저~~~얼대 아니라는겁니다.
대학부터는 진짜로 자기 실력과 노력이 빛을 발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공부에서 멀어지면 좀더 많고 다양한 길이 보일겁니다. 고등수준에 국영수....수준이 아닌 정말 자기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공부가 보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급간 정도 올리겠다고 1,2년 재수 삼수는 한번 더 고려해보심이 좋을것 같아요....1년이면 참으로 많은걸 할수 있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