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 [293147] · MS 2009 · 쪽지

2011-03-30 21: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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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쓸 수기 싱크로율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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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말.. 고등학교 1학년..

이시기는 참 재미없게도 고1 2학기 중간고사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내신이 가다오던 내신이 끝나던
항상 내가 독서실에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날도 평소대로 학교를 끝 마치고 독서실로 향했다.
나는 독서실에서 공부 할 때가 제일 편하다.
왜 일까?
모든 독서실 책상에는 책들이 수북하다.
하지만 독서실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다.
나는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그날은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내신대비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 과목은 사회였다.
이과를 지망하던 나는 수능에 안나와 ㅅㅂㅅㅂ거리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부를 했다.
그 날 따라 너무 고요했다.
시계를 봤다.

새벽 2시 12분이다.
‘엥? 왜 벌써2시지? 독서실 2시까지인데.. 집에 가서 마무리해야지..’하며
집으로 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30분정도 걸었다.
집에 와서 다시 책을 폈다.
책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가 갑자기 방문을 여신다.
새벽 4시 50분이다. 할머니는 산에 물 뜨러 가신단다.
그 때 생각했다.
‘좀 만더...’
말 그대로 좀 만더 봤다.
새벽6시다.
하지만 체육이 남아있었다.
‘어느 대학이던 70점만 넘기면 된다던데...’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책을 폈다.
대충 두 번 읽었다.
할머니가 산에서 오셨다.
7시였다.
여태까지 밤을 새며 공부해 본적없는 나는 왠지 밤을 세며 공부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30분을 잤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엄마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별 생각이 없었다.

2009년 10월 초.. 고등학교 2학년.

참 재미없는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채점을 했다.
그저 그런 점수가 나왔다.
그리고 피자가 왔다.
맛있게 먹었다.

자유다!

그리고 독서실로 갔다.
‘이제 맘편히 수능공부를 할 수 있겠군...’
천일문 심화를 펴서 재미있게(?) 놀았다(?).
5시정도 까지만 공부를 하고 집에 갔다.
‘인간인데 나도 좀 쉬어야지...’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뭘 했는지 생각은 안난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다.
다시 컴퓨터를 켰다.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쉬는법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다시 책을 폈다.
책을 피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날. 학교에서 영화를 틀어줬다.
그리고 불을 껏다.
불을 끄니 수학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헐..
헐..
짧은 생각을 한고난 뒤 창틀로 갔다.
내 뒤로 커튼을 쳤다.
때는 오후2시, 햇빛이 강렬하다.
이 햇빛은 내 수학문제를 보이게 해줬다.
고마운 햇빛이다.


2009년 12월 말.. 고2 겨울방학전..

고3들은 없다.
수능을 보고 모두 떠났다.
그래서 고3도서실이 비었다.
점심시간,청소시간마다 가서 공부했다.
어느날은 도서실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못된 친구 한명과 같이
고3교실 창문을 타고 들어가 몰래 공부했다.
또 어느날은 정컴선생님이 안왔다.
정컴실 문도 잠겨있다.
학생들은 교실에 남아 파티를 벌였다.
난 책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다시 한번 고3교실 창문을 타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몰래 공부했다.
속된말로.. 기분이 째졌다.

2010년 ..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쉬는 시간마다 책을 들었다.
도서관을 갔다.
10분동안 공부했다.
그리고 교실로 왔다.
그 후로 일상이 되었다.

2010년 7월.. 교육청모의고사를 보고..

충격이다.
채점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수학점수가 미쳐 버린거같다.
기억을 지우자.
지우자.
지울 수 있다.
지워야 한다.
독서실을 갔다.
10주완성 외국어영역을 풀자.
안 풀린다.
눈물이 난다.
혼란스럽다.
갑자기 도피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독서실문을 나선다.
그래 학교에 두고 온 시험지를 가져와서 채점하자.
부딪히자.
밖으로 나왔다.
질척질척 비가 왔다.
비를 맞으며 갔다.
그런데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건 눈물인가 빗물인가?
고1,2들은 야자를 한다.
고3은 아무도 없다.
우리반도 비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반 안에 불은 켜져있다.
나는 내 책상안에서 시험지를 빼내어 들고 다시 돌아왔다.
채점을 했다.
예상대로 못 봤다.
처음으로 수리모의고사가 70점대가 나왔다.
아.. ㅅㅂ...
오답을 하자..
오답을 하자..
역시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에 가자 일단..
집에 갔다.
책장을 뒤 졌다.
고1때 추억이담긴 독서노트가있다.
물론 읽은 책은 몇 권 없다.
그 노트를 살피던 도중..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괴테[Faust]

그냥 울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왜 울었을까?
저 구절이 감명 깊었을까?
노력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을까?
아니면 지금 나의 방황하는 모습이 노력하는 내 자신을 증명해줘서?

혼란스럽다.
저 구절은 내가 처음 봤다고 생각한 구절이었다.
저 구절을 보고 내가 나에게 처음 한 질문은
‘고1 때는 흘려보낸 구절이 고3 때는 왜 이렇게 시리게 다가 올까?’

답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답은 없었을 것이다.


2010년 11월 13일 토요일.

놀토다.
아침에 눈이 안 떠진다.
6시에 일어나서 EBS파이널언어영역을 복습해야하는데..
8시에 일어났다.
씻고 밥을 먹었다.
8시 50분에는 독서실로 출발해야 다음 공부계획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몸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티비를 본다.
티비를 보나?
나의 눈은 초점이 맞지 않는다.
소파에 쭈그려 앉는다.
또 운다.
이런 병..신아.. 그만 좀 울어라..
10시쯤 독서실로 향한다.
10시 30분 언어를 푼다.
안 풀린다.
독서실 컴퓨터실로 간다.
아무도 없다.
불도 안 켜준다.
컴퓨터모니터에 나오는 불빛만 있을뿐.
네이버를 창을 띄운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를 친다.

파우스트가 나온다.
당연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나온다.
내가 항상 옳다고 하네?
패배자가 된 듯 좌절하거나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네?
운다.
장미와 찔레가 나온다.
또 우네?

핸드폰을 본다.
지하철노선도를 본다.
서울대를 검색한다.
독서실을 나간다.
서울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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