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폐지와 관련하여, 7년 전에 썼던 칼럼...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11689917
제목 : 외교통상부 순혈주의, 외무고시의 문제인가
외무고시를 대체할 외교 아카데미의 전면적 시행에 대해 당초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라며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MB의 강력한 지시에 의해 외무고시 폐지와 외교 아카데미 도입이 추진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외무고시’를 ‘외교통상부 순혈주의’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MB의 견해가 크게 반영됐다.
기업인 출신인 MB에게 관료사회란 순혈주의의 결정체로 보였을 게다. 끼리끼리 뭉쳐서 자신들의 보위에만 신경 쓰고 외부인사에 대해 배타적인 ‘그놈의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것만이 관료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행정고시 개편을 주문했고, 외무고시 폐지를 지시했다.
물론 순혈주의란 그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고인 물은 언젠가는 썩기 마련이므로.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MB는 그 원인을 엉뚱한 데서 짚었다. 관료사회의 순혈주의는 고등고시 때문인가.
이번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혜채용 파문으로 외교관 지위의 세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 7일 유 전 장관 케이스 외에도 아버지나 친인척이 고위 외교관으로 있는 사람들이 외교통상부에 특채로 들어와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외무고시 2부 시험은 또 어떤가? 외국에서 오랜 시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외교관 자녀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외무고시 2부 합격자의 41%가 고위 외교관의 자녀라는 통계는 외무고시 2부가 사실상 고위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특혜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런 지적에 외교통상부는 지난 2004년 외무고시 2부를 ‘영어 능통자 전형’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외무고시에 비해 외교관 자녀들이 유리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공식적인 시험인 외무고시 2부 이외의 특채에 대해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번 유 전 장관 딸의 케이스만 보더라도 더 이상의 다른 설명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들에게 외교통상부의 특채란, 장관의 딸을 채용시키기 위해서라면 관련법규와 규정 같은 건 언제든지 무시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게 됐다.
이런데도 외교통상부 순혈주의의 문제가 외무고시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외무고시 2부와 특채 전형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외교관 지위를 세습하는 만행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의 칼끝이 향해야 하는 건 외무고시가 아닐 것이다. 또한, 외교 아카데미가 과연 외무고시의 ‘개선책’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교 아카데미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거쳐 대상을 선발해 그들을 일정기간 교육시킨 뒤 요건을 갖춘 이들에 한해 외교관으로 임용시키는 제도로서, 얼핏 본다면 외무고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기시험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서류전형과 면접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유 전 장관 딸의 특채 과정에서 드러났듯,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면접에서 제대로 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서류전형을 통해 미리 대상자를 ‘내정’하고 면접은 형식적인 절차로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고, 유 전 장관 딸의 경우처럼 면접에서 소수 면접관들이 분위기를 주도해 점수를 몰아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면접의 비중 확대는 이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행정고시 개편안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 전문인을 5급 사무관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은 관료사회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외교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선발과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절대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관료사회의 순혈주의 타파는 분명 필요하다. 그로 인해 관료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것은 고시제도가 아니라, 고시 이외의 공무원 채용제도일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순혈주의를 강화시킨 것이 대를 이어 지위를 세습하는 특채인가, 객관적 공정성이 확보된 외무고시인가. 청와대와 정부는 먼저 그것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
2010년에 모 신문사에 기고했던 칼럼인데,
요즘 행시 폐지다, 뭐다 말이 많은 걸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올려 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저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자원하겠습니다
-
사실 전 아이브 데뷔부터 장원영보다는 리즈파이긴 했습니다만..
-
커피는 먹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이젠 안먹으려고요… 너어무 졸린데 다들 잠 어떻게...
-
이제서야 구렁텅이에서 벗어난다
-
모바일겜 추천좀
-
ㅅㅂ
-
난 엄마 보고 밥이나 해! 라고 큰 소리로 외침
-
얼마나 잘봐야함? 작년 입결로따지면 의대제외하고 서울대수리과학부가 가장 높던데
-
유급이 있는가? > 없는 학교가 있음. (전국 모든 의치한수는 유급 제도를 구비)...
-
물2 어때요..? ㅋㅋㅋ....
-
어떤거가 더 공부양적고 쉬울까요 생윤이랑 같이할거에요 내년에 더표점높게 나올...
-
롯데월드 왔는데 2
줄 왤케 김;;
-
자기전에 비타민 B 비타민 c l 아르지닌 카르티닌 타우린 먹고 일어나서 카페인...
-
저 엿같은 정지떡밥 그만좀굴려라 수능 전에 굴리는건 그렇다했는데 수능 후에 굴리는건...
-
의사들이 한의사, 간호사도 못잡는데 정부를 어캐이김 0
의사가 진짜 강했으면 이미 우리나라 한의원 전부 문닫고 간호사는 무급전속노예로 전락했음
-
수업가기싫오
-
오늘부터 아니었나..
-
5%면 꽤 큰거같은데 언미사탐으론 힘들겠죠..? 내신 별로 안좋으면?
-
1/700 준것도 그렇고 2n으로 설정하는 문제 만든것도 그렇고 주관식 특성상 불안감 2배는 높인듯
-
https://orbi.kr/00070166548/%EC%98%AC%ED%95%B4%...
-
대석열의 알빠노 마인드가 좆으로 보이냐?
-
오랜만에 공부해서 그런데 강의하나듣고 진득하게 양치기하게요 과목은 수학이요
-
면허정지 안함 처벌안함 사직서 수리함 책임 안짐 면허정지 안함 엄정대처 안함 휴학...
-
눈때매 지금 출발;; 형 수술 받고 올게
-
갑자기 요 며칠새 느끼는중 슬슬 수능 이후의 공부들도 해야 할 거 같고 특히 CS...
-
경고 했습니다. 절대 지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서연고도 좋은학교니까 거기가세요
-
더욱 집중력이 향상되는게 아닐까 싶은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껌을 씹거나 펜을...
-
정법 표점 뭐지 2
손해 안 본다며…
-
올핸 좀 정상화당한 거 같은데 작년에 물투화투 5050이면 이론상 수학 2등급도...
-
수업가기싫다
-
공대 가려면 수원대 공대가 그나마 나을까요? 가천,경기라인은 안될거같고 외대글캠 자연과들도 못가죠?
-
고경제 안정에 설대 스나 노리고 있을텐데
-
알려주새오
-
이제부터 랜덤탄다.
-
고2 교육청으로 본 3개의 수학 시험들중 다 합해서 3개까지 틀렸을면 가세요 아님...
-
둘이서 6병 마셧다 기억 안남
-
하던 거나 해야지.
-
설자전 가능? 1
자전 기준 411.7 가능할까요 ..?
-
오지훈 딱 대라
-
기차지나간당 6
부지런행
-
국어 언매 3컷 1
공통 -18 선택 -5 합쳐서 77인데 3컷 불가능할까요? 메가 기준으론 표점...
-
맛있더라 그래서 지금 피곤해
-
수학 노베 0
예비 고3인데, 현재 모고 수학 5로 노베입니다. 내신이 썩 좋은편은 아니라...
-
조오온나 피곤하네.
-
다 일어나서 글써
-
여기는 또리가 점령한다 !
ㅇㄱㄹㅇㄹㅇ
유 전 장관 딸이라 함은 누구였나요?
유명환이라고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는데, 이 사람 딸이 외교통상부 5급 사무관 특채에 혼자 합격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