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절대평가제는 미친 제도다(긴글주의)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12560318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꾸준히 교육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개편안의 핵심 주제는 다름아닌 수능절대평가제의 도입입니다. 수능절대평가제의 주된 내용은 수능의 과목들을 일원화하고, 그 모든 과목들에 대해서 현재 영어와 한국사와 같은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제도의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간단합니다. 그리고 아마 여러분도 쉬이 짐작하실 수 있는 결론입니다. 수능절대평가제는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위축시키기는 커녕 확대, 그것도 지금보다 훨씬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확대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소득 계층간 교육기회의 격차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절대평가제 실시 직후를 기점으로 다시는 한국 사회의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습니다.
수능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시 전형의 형태도 많이 변하겠죠. 그리고 그런 제도하에서 결국 일정한 점수대를 수능으로 따놓으면 중요하게 되는 것은 면접, 자기소개서,논술 같이 대학의 주관이 들어가는 지표들입니다. 결국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과 내신 이외에도 이것들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돈많고 배경되는 학부모들 중 몇 명이나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는 사교육으로 대비가 안되니 우리 아이 스스로의 역량을 믿어보자^^'라는 순진한 생각을 할까요?? 다들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면접, 자소서, 논술 관련 모든 학원과 강사, 자료들을 찾으려고 혈안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수요에 부응하여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사교육 시장은 결국 지금보다 위축되기는 커녕, 훨씬 기형적인 구조로 그 형태를 바꿀 뿐입니다.
강남에서 명문대 입학사정관 출신 강사가 학생들에게 일대일로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비교과 활동을 컨설팅 해줄 때, 지방에서는 비전공자(그것을 가르치려면 과연 무엇을 전공해야 하는지 조차 감이 오지 않습니다.)들이 대충 배운 글빨로 아이들에게 무책임하게 자소서 밑에 몇 줄 적어주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입니까?
우리나라 입시 정책의 만성적인 문제가 여기서 다시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입시 역사가 진행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수시와, 일원화되어 객관적으로 학생의 수학능력을 판단하는 정시가 자웅을 겨루고 있었죠. 경제학에서 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가 그랬듯이, 행정학에서 엽관제와 실적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유독 교육정책에서만 상충하는 두 제도를 타협과 절충으로 개선하지 않고, 문제시 되는 시스템에 대해 항상 '죽이기'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수능등급제가 그러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생들이 '수능식 사고방식'에 갇혀 산다고 해서 수능을 죽이자? 면접과 자소서, 심지어 논술도 그것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면 정답을 만들어야 하고, 학생이 그 정답을 맞추려면 결국 그 사고방식을 내면화해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고가 경직되는 것을 본질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박탈된다는 점, 단 하나입니다.
교육은, 특히 입시는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인재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입증하는 기회의 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이고 완벽주의적이어야 하는 점은 이해하나, 그렇다고 해서 실효적으로 기능하는 제도를 무리하여 수정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성급히 칼을 댄다면 그 취지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능을 당장 절대평가화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고, 잠정적으로 더욱 시간을 두어 생각할 문제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존나 멋있네...
-
책상 좁아서 불편하던데 걍 서랍에 넣나
-
으흐흐흐 3
흐흐
-
확통은 풀이가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다는데 진짜 인가요? 머리 나쁘면 못할수도 있다던데;;
-
W에 쉴드있음 요네, 암베사, 스카너 +w에 쓰면 뎀감있는 크산테
-
2026수능 보고 정시로 약대 도전하고 싶습니다. 근데 원래 화학1,생명1...
-
올수능 번외편 9
대충 이렇게 풀기.
-
나도 최대공약수 처지 되어보니 슬슬..... 이해가기 시작함
-
수능 미적 등급컷 예측 17
직접 풀어본 뇌피셜 등급컷인데, 85점 공통/미적 틀로 갈릴 것 같은 느낌입니다....
-
도쿄대생이 한국어 모르는상태로 수능수학킬러문제푸는 영상추천해주네 걍 숫자만 보고...
-
작년이랑 올해 현장응시한 9평에서는 각각 백분위 93,95가 나왔는데 수능에는 작수...
-
맨처음에 음수로 나오는 거 신경 안 쓰고 33이었나 3점 주관식이랑 같은 게 있어서...
-
경찰대 4
현재로서 어디정도 위치인가요?
-
제가 논술 연습한거 올리는데 거절당해서요.. 혹시 어떤질문을 받아주시나요? 참고해서...
-
(최초정답자 5000덕) 국어 [4-7] 국가신용등급과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 12
풀면서 존나 짜친다고 생각할수도? 1번선지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겠군에서 조정되겠군으로 바꿉니다..
-
계획을 수행할 때 특정 항목을 완료하고 나서야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는게 좋을까요 시간 상관 없이?
-
은종찬t 1
은종찬쌤은 재종학생만 수업하시나요?
-
[사전공지]고려대 25학번 합격자를 위한 고려대 클루x노크 오픈채팅방을 소개합니다. 1
아직 합격자 발표일 이전이지만, 미리 공유 드릴게요!! 고려대 25학번 합격자를...
-
과탐추천 8
메디컬목표라 과탐해야하는데 물1은 3년하던거라 안바꿀거고 화학1은 올해 바꿨다가...
-
수능 수험생중 최소 50%는 메디컬을 꿈꿀거임 하지만 메디컬은 대충 상위 3%정도만...
-
우우 오뿌이 1
-
왜 욕먹음 ㅠㅠ
-
제목이곧내용이에용
-
머리아푸요 9
공부하다보면 과부화 온건지 뭔지 모르겟는데 자꾸 머리 아픔 아 설마 커피 마셔서...
-
어차피 2년 뒤 개편한답시고그냥 아무렇게나 내는 건가 이 체제가 맛이 갔다는 소리야...
-
갈비찜시킴 3
먹고자야지
-
생명 6,9,수 다 2등급인데 걍 버릴까? 생지런데 지구는 더 이상 못하겠음 사문...
-
사탐 고민 2
반수예정인 생지러입니다 생명 -> 사문은 무조건할것같고 지구과학이 좀 애매한데 뭔가...
-
일백만점에 만점 2
??왜들어옴
-
사드문해 특 26
본인 재수까지만 해도 드문만 있었음
-
4-5% 시험지에 100점받고 10% 시험지에 85받고 결정적인 단서나 선지에 단어...
-
너무 답답하다 0
학겨 주변 동네 너무 낙후되었고 살인 사건들도 일어나고 대학 가면 많은 경험을 할...
-
이게 맞냐... 화1 정상화좀
-
오늘 서울대 물리 면접 보신분 계신가요? 역대급으로 어려웠던거 같은데 어떠셨나요
-
ㅈㄴ부럽다
-
둘 다 붙으면 어디 감?
-
논술 준비 하면서 기하가 생각보다 진짜 진짜 괜찮은 과목이라고 느껴지는데 워낙...
-
과탐 하나 과목 바꾸는거라 내년꺼 나오기 기다리면 시간이 너무 지날거같음
-
특히 잔나비 노래는 책한편 읽는 느낌임 그런김에 읽을만한소설책이나 가사좋은노래추천좀...
-
우~야쓰~~ 0
다들 머함
-
23때 모의수능봐서 화작 98 뜨고 작년 언매 73점인가 뜨고 올해 언매 98뜸
-
지인선>>>>.... ...>>>>사드문해 참고로 저는 사드문해중 하나도...
-
각각 1, 2 뜨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
너무 차이가 심하네요..
-
누나력 ㅁㅌㅊ?
-
님들 빠른년생이면 한번 더 볼거에요? 빠른년생이면 나중에 취업할 때 좀 이득을 보나요?
-
오르비에 이 시기에 이런 글 써서 정말 죄송하지만…ㅠ 이유가 뭔가요? 돈때문인가요?...
-
예스아이씨 그물망 팬츠
-
기출코드로 공부해도 ㄹㅇ괜찮을듯
ㅇㅇ 불공정함이 더 커지는 입시정책은 반대입니다
22
근데 정부는 바꿀생각이 없는게 문제.
취지는 좋음
근데 솔직히 수능 변화해야 하긴함... 난이도가 너무올라가서 조만간 펑 하고 터질위기였음
수능 그 내용 자체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평가지표로서 수능의 영향력이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수능절대평가화가 그 해답으로 적절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ㅎㅎ
교육이 평등에 기여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왜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야만 하는지 견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교육이 평등에 기여할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교육'정책'이 평등에 기여할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드릴 말씀이 많겠네요. 우리 사회에서 대학들의 이름은 분명히 개인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지표의 분배가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능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면 그것은 엄연한 부정의이죠. 이것은 비단 교육정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사정책도 마찬가지이죠. 경제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정책은 만인의 평등이라는 헌법 이념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육이 국정 운영에 있어 정책적인 측면으로 기능하는 한, 그것은 반드시 계층 간의 평등을 고려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교육인 동시에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합리적 시민이 국민 간의 평등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에 찬성하겠습니까?
둘째 질문에 대해서 답하자면, 특채 등의 인사정책으로 지방 저소득층을 직접 등용하는 방법도 가능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야만 할 이유를 저에게 물으신다면,이 또한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교육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사과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당장 손에 갖고 있는 사과를 뺏길 이유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