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15] · MS 2002 · 쪽지

2003-03-11 23:29:36
조회수 12,460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 여러분을 위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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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사

- 안녕하세요. 모 의대 02학번 재학중인 녀석입니다. 현 예과 2학년이고요 학교생활은 뭐..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냥 만족하면서 다니려고 합니다. 어찌어찌하다가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방학때 미국에 가 있는 바람에 올 수능은 안 보게 되었고(솔직히 03수능은 정말 많이 볼까말까 했었습니다) 대신 학과에 매진하기로 결심, 지금은 3학기째 전장받고 다닙니다. (지금 저의 성적은 과에서 3~4등 정도이고 지난 두 학기 모두 학점 에버 3.8입니다.)


2. 학과 소개

(*물론 여러분들이 희망하는 과이시니까 잘 알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막상 의대에 들어와 보면 허 이런것도 배워? 라고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전 사실 고등학교때 '그래! 난 의대밖에 없어!' 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했지만, 실제로 들어와서 보는 의대는 밖에서 보는 의대와 또 다릅니다. 당황하지 마시라고..^^;)

- 모두들 잘 아실 테지만.. 의과대학은 저희학교처럼 의예과+의학과로 묶어서 가르치는 곳이 있고요, 아니면 종합대학 같은 경우는 의예과를 자연과학대학으로 보내서 소위 말하는 '널널한 예과'가 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저희학교 같은 경우 학교가 작고, 의학과 진행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본과 과목이 예과로 많이 내려와 있습니다. (저희는 본과를 들어가서 배우는 생화학이랑 조직학이 예과로 내려와 있답니다) 반면 타 학교 같은 경우에는.. 의예과에서 기본학점 몇학점을 이수하면 의학과 진급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어서 하는 곳이 있거든요. 그리고 의학과 진급시 의예과 성적이 완전소멸되는 서울대 같은 경우.. 물론 그분들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저희같은 프레셔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_-;

- 예과때는 본과에서 필요한 과목들, 즉 물리/화학/생물 등을 기반으로 한 대학과정의 일반 수준의 과학(주로 예1), 유기화학, 비교해부학, 발생학, 유전학 등의 보다 심화된 내용으로서, 본과 학문과 직접적 연결이 되는 과목들(주로 예2) 정도를 배우고요, 물론 그다지 전공과 관련은 없지만 교양수준으로 들을 수 있는 선택 과목들도 있습니다. 아 물론 영어도 예과때는 배우고요, 저희는 전산도 있고 통계학도 교양필수로 수강하고 있습니다. 예2쯤 되니까 이제 슬슬 본과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네요. 저희 전공선택으로 의학개론이라는 P/F과목(Pass or Fail)도 수강을 하고 있거든요. 교수분들이 블럭 강의처럼 rotation을 해서 들어오시는데.. 이런 과목이 좀 본과 같습니다.

- 본1/본2때는 기초의학을 합니다. 우선.. 본1의 꽃은 해부학입니다=_= 저희학교 같은경우 해부학은 무려! 6학점입니다. -_- 무지막지하져? 게다가 학교마다 학풍이 좀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의대에서 해부학은 학생들에게 정말 엄청난 프레셔를 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_-해부학 들어있는 학년은 해부학 신경쓰느라고 다른 과목은 거의 밀어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그러다가 나중에 피를 보죠-_-) 해부학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대표적인 학교가 연세대인데요, 수업시간에 조금 밉보이면.. 쫓아낸답니다-_- 그리고 한 2~3주동안 수업시간에 안 들여보내고-_- 한답니다. 저희학교 교수님은 한양대 출신이신데.. 그래도 그렇답니다. 확실히 한 학교에서만 그런건 아닌거 같습니다. -_-

-학교에 따라 해부학이 들은 학년이 본1인지 본2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는데 아마 본 1이 대부분일 겁니다. 어쨌든 해부학이 끝나면 많이 널널해진다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많이 듣고 있습니다. -_- 수업은..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기생충학, 병리학, 생화학, 조직학, 뭐 이런걸 듣습니다. 본1/본2의 특징은.. 과목수가 확 줄어버리지만, 한 과목당 차지하는 학점이 매우 많아집니다. 결국.. 학점따기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_- 그리고 본 2쯤 되면 총론을 배우는데요, 뭐 산부인과학 총론, 내과학 총론, 이런거죠. 이때쯤 되면 이제 블럭강의라고 합니다. 블럭강의라는 말을 앞에서도 썼던거 같은데, 한 과목당 교수가 계속 바꿔가면서 들어옵니다. 한 과목당 학점은 2~3학점으로 확 줄고요. 교수님에 따라 1년에 한번 보는 교수님도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많이 빼먹습니다-_- 시험은 정말 중요한 것만 내고요. 이때쯤 되면 워낙 과목수가 많기 때문에 시간표가 정말 지저분해집니다. 뭐 1주차는 이렇게, 2주차는 이렇게, 이렇게 한 두달. 그러고서 시간표가 또 나옵니다. 뭐 이번 달은 이렇게.. 이런 식으로요.
아 말씀 안드린게 있는데 본2 말이나 본3쯤 되면 이제 정규고사(중간기말)가 없어집니다. 과목마다.. 한챕터 끝나고 시험, 또 한챕터 끝나고 시험 이렇게 되는거지요. 그래서 한달에 시험을 다섯여섯번 보기도 하고 한 주에 시험이 세과목 이렇게 되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도 있겠습니까? '본과는 딱 이틀밖에 없다. 시험보는날, 시험보기 전날.'

- 본3/본4는 이제 임상의학을 배웁니다. 본3때는 내외산소.. 알지여? 흔히 메이져라고 부르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요. 이때쯤 되면 본2때 잠시 살짝 배운 과목을 심화해서 배우는데요.. 내과학총론이.. 무려 12학점입니다=_= 죽이지요? 어쩄든 이렇게 배우고, 본4쯤 가면 마이너 과목들에 대한 수업을 듣습니다. 본3 2학기~본4 1학기는 수업을 하는 날과 실습을 하는 날을 병행해서 진행합니다. 이제 가운을 입고 나가는 것이지요!*_*! 물론 햇병아리 의사이기 때문에(아직은 의사도 아니고 실습생-_-이죠. 학교 교생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되실까나..) 선생님들한테 찍소리도 못하고 깨지고 혼나고 많이 합니다. 환자들도 실습생 짜증내하기도 하고요..-_- 뭐 고충이 있습니다. 본4 2학기로 들어가면 의사국가고시(KMLE)를 준비하는 체제로 돌아서고, 학교에서도 수능때처럼 "자 뭐는 뭐가 나오고~" 하는것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이건 학교마다 조금 다릅니다. 아예 국시를 준비 안해주는 학교들도 있고, 열라 신경쓰는 학교도 있습니다.) 국시를 1월 초에 보고, 패스하면 이제 의사가 되는 겁니다. 물론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전문의가 되는것이지요. 수련의 과정을 왜 거치느냐고요? 메이저나 마이너나.. 그 많은 과목을 한학기 동안에 수박 겉핥기-_-식으로 배우면 기억이 나겠습니까? -_- 당연히 거쳐야지요. 어쨌든 국시를 패스하고 나면 인턴시험을 보고, 취직자리를 정합니다. 이게 한 1월 말쯤 되나 그렇습니다. 그리고서.. 2월에 후배들의 부러움 속에 졸업을 하면, 의과대학생으로서의 6년간의 숨가쁘고 힘든 시간은 대충 정리가 된다고나 할까요.

시간이 모자라네요. 나중에 조금 더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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