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16수능 삼반수, 그 뒤 (2) -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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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을 떴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살갑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해방의 첫날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하... 수능도 끝났고 휴학이니 오늘부턴 자유ㄷ..."
"곧 논술이 있지 않니? 전부 떨어지고 정시에서 피말리고 싶니?"
엄마의 팩폭이 제동도 없이 바로 날아왔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나는 6개의 논술을 응시해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나의 첫번째 일주일은 그렇게 시작했다.
2.
"죄송하지만 논술은 수능 한달 전부터 미리 다들 등록을 하셔서..."
"논술을 그렇게나 빨리 준비한다고요?"
"보통 이런건 수능 뒤에는 자리가 다들 없다보니까요..."
강대 논술반을 급하게 등록하러 갔지만
...사실 논술반 공지 자체는 한달전부터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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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논술 강의 시간표 나왔으니까 다들 읽어보시고... 등록은 데스크에서..."
논술 강좌 신청서가 나왔을 시점은 10월 부근이었다.
"논술? 나 복학 각 재는 중인데... 수능 잘 봐야 논술 최저가 나올텐데... 돈 아깝다. 귀찮다."
논술 강의 신청서를 가방 속에 꼬깃꼬깃 집어넣으면서
어차피 수능 못볼거
굳이 등록해서 현금 낭비할 필요가 있냐는게
10월 나 자신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수능 말아먹을거... 적당히 하자... 프렌즈팝이나 해야지"
그렇게 10월의 나 자신은
논술 신청서가 있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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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나 자신아... 미래를 보지 못한 미련한 중생아... 그때 내가 영어든 논술이든 공부를 조금만 더 했어도..."
과거의 나 자신을 탓해도 소용은 없다.
그 모든게 나 자신이니까.
"좀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이긴 하지만... 여기서 저녁까지 기다릴 수 있어?"
뭔가 답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엄마가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실제로 저녁 쯤에 자리가 나긴 했다. 귀찮기도 하고 해서 안 갔지.)
"음...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아 잠만요."
"왜?"
"6야 담임쌤이 논술 강의하는 쌤이니까... 쌤 얼굴도 보는겸 자료도 받는게 좋을거 같아요."
"그럼... 엄마가 일단 여기서 기다릴테니까 담임쌤한테 한번 가봐."
3.
담임선생님께는 어차피
전날에 바로 성적을 보낸 상태였다.
"어! 여기는 웬일이야."
"수능도 끝나고 해서 논술 신청 겸 잠시 쌤 보러 왔어요."
"어우 잘 왔다 진짜."
"6야동안 매번 4시에 등원하고... 폰게임만 하고 그러느라 속 썩인거 죄송해요..."
"야야. 어차피 잘 봤으면 된거지. 굳이 그런걸로 죄송할 필요가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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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습시간 중간에 들어오면 자습 며칠 정지 걸리니까... 혹시라도 늦게 들어올거면 중간에 말고 좀 더 늦게 들어옵시다..."
(자습 늦었던 당사자)
"설마... 4시인데 지금 온건...아니겠지?"
"아... 사실 지금 왔어요..."
"허허허... 뭐 앞에 바빠서였을 수도 있지."
"아... 그 가방은..."
"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4시 20분이구나... 후... 그래 그럴 수 있지... 수업 중이니까 뒷문으로 들어가렴."
"여러분 제가 그래도 폰게임... 특히 요새 유행하는 프렌즈팝 그거 저도 계정은 있거든요."
"그런데 밤에 잠 안 자고 프렌즈팝 레벨 올리는거 그거 다 보이는데 네... 폰게임 너무 하지는 맙시다..."
(종례 와중에도 폰게임 하다가 슬쩍 종료)
"아... 지금 모의고사 시작했는데 1교시 끝나기 전까진 올 수 있지?"
"네 선생님..."
"그래... 빨리 와서 시험은 보자."
지난날들을 회상해보면
6야의 나날들은 괴기하다는 표현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전적과 동기가 이때 당시를 회상하면서
"복학 준비하는 줄 알았다."라는 말을 하거나
같은 반수반 출신 과동기가
이때를 묘사할 때마다
"형은 학원보다 버거킹에서 많이 본거 같아..."
라는 말을 했을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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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6야 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불성실하게 학원에 등원했는지는
내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학원 끝나고 공부를 이어서 하긴 했었다. 주로 강대 앞 버거킹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굳굳하게 참아주셨던
선생님께는 지금도 그저 감사하다.
아무튼 선생님께 그렇게 인사를 드린 후
한 몇십분 동안 이야기를 한 다음에
논술자료를 받고 다시 강대 본관으로 향했다.
4.
고민을 하던 끝에
엄마가 잠시 남아있기로 하고
나는 집으로 먼저 향했다.
집으로 향하면서
"굳이 귀찮기도 하고 자리 나는거 기다리기도 어려운데..."
라는 귀차니즘에 쩔어가는 생각이 들던 와중에
문득 별 생각이 하나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러고보니 나 서초메가 시절 아이디 살아있네?"
바로 서메 홈페이지로 가서 로그인하고
논술 강좌들을 살펴봤다.
자리가 아직 남아있었다.
고민은 길게 하지 않았다.
"귀찮다. 어차피 내가 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무엇을 듣느냐가 중요하겠어?"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돌렸다.
"엄마. 그냥 굳이 기다리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나 서메 쪽 논술 들으려고."
"굳이? 강대 재원생인데 서메껄 들어도 되냐?"
"어차피 표본만 안 넘기면 되니까... 어차피 논술이잖아요."
".....뭐 말리지는 않겠지만... 쪽팔리니까 어디가서 말하지는 말자"
수능 후 첫번째 금요일은
그렇게 별다른 것 하나도 없이 지나갔다.
다만 특이한 것이라면
강대 6야 재원생인데
강대 논술을 등록 안 하고
서메 논술로 등록했다는
별종 같은 짓을 했다는 점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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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봤습니다 의사선생님
개꿀잼 ㅇㅈ
저도 올해 서메에서 재수했어요ㅎㅎ
정말 개재밌습니다
지방독재러 입장에서 학원얘기같은거 되게 신기하기도하고 궁금하네요
이분 필력 진짜 ㅆㅅㅌㅊ 저도 삼반해야하는 입장에서 잘읽겠습니다
1편보고왔읍니다. 글에 흡입력이..ㄷㄷ
여윽시..3편도기다립니다
재밌다 다음글기댛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