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8-03-16 17:23:33
조회수 2,276

곧 지워질 습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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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3/16 5:11PM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보려 한다.

몇 편이나 쓸 지는 모르겠다.

제목도 생각나는대로 막 써본다.


습작 1


난 광고판이다.

나를 보고 사람들은 감정을 느낀다.

키크다, 잘생겼다, 몸좋다, 어깨넓다.

이런 평가들이 내겐 도움이 된다.


사람들도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

키크고싶어

하이힐을 신는다.

굳이 깔창을 구겨넣는다.

더러는 수술까지 받는다.


얼굴을 개조하는 건 이제 일상이다.

쌍커풀은 성형도 아니며,

코는 예사다.

턱 정돋 깎아줘야

미를 향한 노력쯤 된다.


몸좋은 건 찬양된다.

후천적이라, 더 고양된다.

운동해라.

헬스장 끊어라.

그러면서도 술을 먹고

피자를 처먹는다.


나는 누군게에게 

광고판이다.


나는 사실 나를 잘 보지 못한다.

어쩌다 화장실 거울,

지나가던 쇼윈도에 비친

그 순간을 제외하면 난 대부분의 시간을

남을 보거나, 폰을 보는데 소비한다.


1차적으로 나를 가꿈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상대방에게 나를 전시하며

그건 정확하게 경제적 가치로 환원된다.


우리 모두 그 가치가 얼마인지 모를 뿐,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건 안다.

섹시한 외모는 남자로부터 많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고

잘생긴 얼굴은 용서받는 데 용이하다.


모든 것이 겉으로 나오고,

성기를 제외하고는 어깨 광배근 복근 허벅지 심지어

엉짱이란 이유로 엉덩이마저 노출된다.

어떤 비밀도 없이 즉각적인 소비에 내맡겨진

상품이 된다.


우리의 고유한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사라진다.

조각속으로.


사진속 우리는

조각된다.


얼굴을 얄쌍하게

키는 키우고

피부는 하얗게.

프사는 모두

그렇게 탄생된다.


조작되지 않은

효과를 주지 않은 이들조차

사실은

사진을 편집한다.


오를 사진을 고른다.

분명 자신이 잘 나온 것.

혹은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

고르는 건 편집이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일은

이미지 사회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의 얼굴은

심층적인 해석도

깊은 본질에 대한 탐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보고

잘생겼다

예쁘다

사납다

순하다


이따위 단어로

단번에 요약된다.


논리가 없다.


예쁜 건 예쁜 거고

멋진 것 멋지다.


우리는 부단하게

사회가 생성한 이미지를 좇는다.


철지난 부츠컷을 입는 남대생

보이런던 원피스를 입는 여대생은

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이미지가 되라는

강압에 놓인다.


옷을 자유롭게 있는 건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일부 래퍼따위를 제외하곤

욕만 먹는다.


면접볼 때 나는 절대 사고따위 치지 않을

정장이 어울리는 샌님으로 변신한다.


너를 만날 땐 한껏 멋부린

적당히 놀줄 아는 오빠가 된다.


신입사원 광고판,

연애 광고판


여러가지 광고판으로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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