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 '내용일치 문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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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요즘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ㅜㅜ 솔직히 국어에 대해 더 이상 할 말도 거의 없구요... 칼럼을 워낙 많이 써놔서..
그래도 오늘은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겨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바로 '내용일치' 문제인데요.
내용일치 문제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사실 오답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끔 학생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특히 정보량이 많은 지문에서는 답은 맞히더라도 시간을 엄청나게 쓸 수 있는 그런 파트죠.
그런데 이 내용일치 문제를 정말 단순히 '내용일치'로만 접근한다면 꽤나 애먹을 겁니다.
쉬운 지문에서야 순삭하겠지만 어려운 지문에서는 눈알굴리기로 푸는 경우가 대부분 일거예요. 그러면서 시간도 엄청나게 쓸 것이구요.
그러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를 찾으셔야 합니다. 특히 '수능'에서 옳은 선지를 고르라는 문제에서는 이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 혹은 화제 그 자체가 정답인 경우가 매우 많아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 지문들의 내용은 이 시점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11수능 그레고리력 지문입니다.
이 문제의 정답은 3번인데, 왜 3번일까요? 뭐 지문을 보면 근거가 어디어디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정답이 3번인 이유는 그것이 화제이기 때문입니다. 릴리우스가 교회의 요구 (부활절을 지켜달라)에 부응하여 역법 개혁안인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지문의 내용이거든요.
이렇게 수능에서 평가원은 화제 그 자체를 정답 선지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 문제는 17수능 33번 문제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반추위 지문인데요. 이 일치 문제도 정답은 5번입니다. 2문단에 근거가 떡하니 있는, 지문을 제대로 읽어냈다면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정답인 5번 선지도, 이 지문의 화제인 '반추동물이 섬유소와 비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나타내는 선지입니다. F와 같은 미생물이 저렇게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서 생장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부속산물이 반추동물의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화제와 직결된 정보를 단순 내용일치처럼 맞는 선지로 주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하나만 더 볼까요?
18수능 부호화 지문의 내용일치 문제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처음 풀 때는 되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정답이 2번인데, 2문단에 '수신기로 복원한다'라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제가 아는 '수능' 문제는 내용일치 문제의 정답선지를 이렇게 곁다리 정보로 주는 경우가 없거든요.
그래서 한 번 고민해봤습니다. 왜 평가원은 굳이 2번 선지를 정답선지로 줬을까.
화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민하다보니 이런 내용이 보이더라구요.
일단 이 지문의 화제인 '부호화 과정'은 전송할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해주는 것이고,
송신기에서는 저런 3가지 과정을 거쳐 '기호'를 '부호'로 변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송신기가 기호를 부호로 변환하는 이유는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려고가 되겠네요. 복잡한 기호를 단순한 부호로 바꿔서 보내주면 좀 더 빠를거 아니예요.
자 그렇다면, 이걸 받는 수신기에서는? 당연히 이 부호가 원래 어떤 기호였는지를 알려면 부호를 기호(데이터)로 변환해주는 장치가 당연히 필요하겠죠. 이 지문의 화제인 '부호화 과정'은 결국 기호라는 데이터를 부호로 바꿔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고, 수신기의 목적은 그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일테니까요.
그럼 2번 선지가 이제 이해가 됩니다. 지문의 화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면 수신기에 부호를 기호로 복원시켜주는 기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선지가 되는 거예요. 결국 이 문제의 정답 선지도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로 나왔었네요.
어떠신가요? 조금 억지 같다구요?
그런 생각이 들면 평가원, 특히 수능 일치 문제들만 모아서 풀어보세요.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물론 안 그런 별로인 문제도 있지만.. 예를 들면 DNS 스푸핑 사설IP문제..)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를 정답 선지로 설정해 두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걸 안다고 여러분의 국어 실력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결국 평가원은 '화제'를 이해했는지를 묻고 싶어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항상 화제를 생각하며 글을 읽어주셔야 하고, 일치 문제에서 정답 선지를 고를 때는 한 번만 고민해보세요. '이게 화제와 관련이 있나?' 만약 전혀 없다고 생각이 들면 다시 한 번만 확인해 보세요. 틀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요즘 날씨가 참 꾸리꾸리하죠? 수능 디데이는 80도 깨져버렸구요. 지금 시점이 어떻게 보면 가장 열심히 하면서 가장 불안할 시기인거 같아요.
많이들 갑갑하실텐데, 조금만 참고 하던대로 해봅시다.
수능, 생각보다 금방 와요. 수능이 끝난 뒤 기분 좋게 교문을 나설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ps. 다다음주? 정도부터 비문학 해설지 외전? 느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평가원, 교육청, LEET 등등 섞어서 매주 조금씩 푸실 수 있도록 해볼게요.
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테니 여러분도 지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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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은근 공감, 맹신은 아니지만 검토용으로 충분, 괜히 사설 거르고 기출만으로 1가능하다는말이 나오는게 아님. 평가원이 최고시다
Direction
조용히 달리는 좋아요.. 승리갓 ㅎ
피램님 자료, 칼럼 항상 감사합니다ㅜㅜ
오랜만에 뵈요! 언제나 칼럼들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9평도, 수능도 만족할 점수 받아올게요
오옹 공감되네요 저는 이렇게 풀고부터 한 번도 눈알굴리기 한 적 없어요
특히 적절한 선지를 물어볼 때 더욱 그런거같네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잘 읽고갑니다
평가원은 비교적 이해가 쉽게 또는 조금만 변형해서 선지에 넣어놓는데
사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참 애매하네요 어디까지 잡아야할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