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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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다 개소리야,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친구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학생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제자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아들, 딸일 수 없으니까.
자기 전까지 내가 스케치했던 내 모습,
근데 그것이 지금의 나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무엇보다도, 이 거대한 구멍이 과연 무엇으로 채워질까.
내가 겪고 있는 느낌일 테고,
나와 같은 사연을 가진 이들의 느낌일 게다.
그 누군가는 비웃을 지도 모를 일이다.
좋은 학벌을 갖지 못할 두려움에,
'정신 승리'를 하고자 이 못난 글을 쓰는 것 아니냐.
그래도 용기를 조금 낸다.
세상 사람들은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에게
'낮은 학벌'을 가진 이를 철저히 짓밟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선사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고,
또, 이 수능은 그저 20대의 거대한 일부쯤 되니,
절대로 젊음이 그것의 '랭크'대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이 날은 그저 무수한 날들 중
기억의 지도에서 유난히 밝은 날 뿐이라고.
세상의 저항이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박준'이 얘기했던 '소설'쓰기에 관한 딜레마를
이해할 때가 있다.
내가 주장하고 있는 이 얘기가,
감성적인 '멜로'에 해당하는지,
누군가의 삶을 바꿀만큼의 '블록 버스터'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
그러나, 다시 용기를 내서 얘기하고 싶은 게다.
학벌과 꿈의 좌절로 인한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은,
역설적이게도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고.
아니, 조금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노력의 본질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고.
그렇다면, 재수를 하면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배운 것이야 좋은 방향 쪽으로든, 나쁜 방향 쪽으로든
많겠지만, 그 중 내가 가장 감명받은 것은,
'창공의 별을 응시하다 문득 느껴지는 성취감' 일 게다.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고,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으나,
그를 마침내 견뎌내고 집으로 귀가하는 한 외로운 이가
내일의 행복을 꿈꾸고 있다는, 변태적인 성취감인 것.
그것이 과정에 있었고, 그것이 1년 내내
행복할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과정'이 '결과'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소중한 값이라는 것을 얘기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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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4
공통만으로 50분 좀넘어가는데 다맞정도면 등급대 대강 어딘가요? 회차별 난이도 편차 진짜 ㅎㄷㄷ함
고생많았어요. 제 예전 글들 혹시 읽어보셨는지
정말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