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반수생 [815735] · MS 2018 · 쪽지

2018-11-21 02:29:01
조회수 4,623

장문주의) 수능을 4번 본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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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까지 수능을 4번이나 본 대학생이에요.

저한테도 벌써 수능이라는 이벤트가 4번이나 지나갔고

나이도 1달즈음이 지나면 23살이 되네요. 여태 많은 글을 쓰긴 했지만

제 이야기를 한번 제대로 써보고 싶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저는 어찌보면 공부라는 것에 담을 쌓고 산 평범한 인문계 학생이였어요

그렇게 평범하게 수능을 망치고, 대학교를 가기전까지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어린이 테마파크쪽에서 알바를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보통 키즈카페나 어린이체험전과 같은 알바가 상당히 악명높기로 유명한데

저는 아이들하고 함께 있는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어린이 체험전 특성상

아이들을 인솔해서 퀴즈를 내며 발표를 유도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자신이 재량껏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그러한 부분에서도 좋은 방식들을 많이 개발해서 최소한 제 파트에 오는 아이들은 진부해하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아이들을 잘 이끌어 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물론 머리를 쓰지 않고 정해진 리뉴얼대로 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행복하더라구요

몸은 정말 고됐지만 내일이 기다려지는 일이였고, 무엇보다도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뭔가 이런것들을 느끼고 나서 나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직업이 맞을까?

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되었고 결론적으로는 교대라는 길이

지금의 여러가지 상황을 결부해 보았을떄 최고의 길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공부를 안하던 제가 교대라는 꿈을 가지고 재수를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치만 현실이 녹록치 않았어요. 특히 부모님의 반대. 부모님은 제가 그저 빠르게 학교를

가고 남들처럼 졸업해서 기업취직을 원하시는 분이였어요. 재수라는게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하고

제가 고3시절에는 늘 노는 모습만 보여왔으니 반대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물론 그러한 부분도 제가 이해를 할 수 있었기에 6평 목표 성적이랑 계획표를 PPT로 만들어서

보여드리기도 하면서 겨우겨우 허락을 받아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의 첫재수는 재수종합학원에서 시작을 하게됩니다.

저같이 공부의 습관이 잡혀져 있지 않은 학생은 아침부터 밤까지 붙잡아놓는

재수종합학원이 가장 알맞더라구요. 그곳에서 정말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반 아이들과 선생님들까지 인정할 정도로 쉬는시간에 쉬지않고

밥먹는 시간에는 밥기다리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 또 양치하는 시간까지 공부를 계속 했어요

친목도 이야기를 걸어주면 친절히 답변해주는, 그이상 이하도 아니였고 남들이 다 안오는

일요일까지 등원을 해서 진짜 죽어라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했지만서도 부모님의 눈에선 제가 열심히 하는것으로 보이지 않았나봐요

집에 10시 30분에 귀가해서 30분정도 커뮤니티를 하고 다음날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했었는데

너는 왜 집에 와서는 펑펑 놀고있냐? 죽어라 한다더니 말만 죽니마니이고 처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식의 압박을 견디면서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재수를 할때 죽기살기로 하다보니

몸이 많이 안좋아져서 조퇴를 몇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떈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어서

최소한의 짐만 싸들고 병원을 들렸다가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국어 영어는 아직까지 구멍이 많이 뚫렸던지라 3등급대였지만

수학하고 탐구를 금방 잡게되어서 1등급이 나오게 되었고 현역 53524였던 저한텐 나름의

장족의 발전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같은 반 아이들은 애초에 3등급대에서 1등급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였고 전 그아이들보다 훨씬 뒤쳐졌지만 죽어라 했기에,

그아이들과 어느정도 비슷해 졌다는 사실에 너무 기쁘더라구요. 사실상 반 아이들은

제가 처음에는 그 반 꼴지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거에요. 저는 이러한 노력적인 부분에 있어서

나 나름 열심히 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열심히 재수준비를 하고 모의고사 성적보다 살짝 안나오더라도 

나는 진짜 만족할 성적일 것 같고 열심히 공부해온 논술로 명문대를 가자 라는 마음으로

2017수능을 응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재수 수능이라서 너무 떨었는지 국어에서 비문학과 문법에 멘탈이 아예 박살이 납니다.

시간관리 실패는 물론이며 비문학 한지문은 통째로 찍고 그 나머지 비문학들도 킬러는 찍고

나머지는 확신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뭐같은 상황이 발생했죠. 그것에 영향을 받으면 안됐는데 그것이

수학과 영어 또 탐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저는 재수를 죽어라 하고도 공부를 안한

현역 보다도 못한 53434를 받게 됩니다.


제가 학원 내에서도 성적상승으로 순위권에 있던 학생이였고 저의 열심히 하는 모습을 칭찬해주신

담임선생님이 제 성적을 보고 지금 당장 죽어라 한양대 논술 공부하고 붙고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진짜 울면서 한양대 기출을 죽어라 봤었어요. 그리고 예비도 없이 떨어졌죠.


그후에 정시상담을 아버지랑 받으러 갔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넌지시 **는 진짜 열심히 공부했었다고

모의고사도 꾸준히 좋은 성적이였고 이렇게 되서 참 아쉽네요. 라고 말을 하니까 아버지가 

결과가 이런데 뭐 어쩌겠나요 세상은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바라보는 것이죠 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저한테 넌지시 너는 지금 너의 위치에 맞지 않는 학교를 가는 것 같다고 내가 감히

이런말을 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꼭 한번 더 시험을 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던 기억도 나요.


그렇게 저는 지방사립대를 가게 되었구요 현역때 홍익대 세종을 붙었었는데

그것까지 포기하고 죽어라 한 결과가 홍익대 세종보다 못한 학교라는게 너무나도

슬프고, 인정할 수 없고, 공허하더라구요 (어짜피 지방은 다 거기서 거기인거지만서도)


저는 그래서 그곳에 가서 세번째 수능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쌩 삼수를 하고 싶었고 등록금 지출이 너무 아까웠는데

부모님의 반대나 질책을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아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학기까지는 학교를 다녔지만

역시 과 아이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수능공부만 하고 그랬기에

바로 반수생의 이미지로 각인이 되었고

1학기가 끝나고는 자퇴를 하고 집앞 독서실에서 수능공부를 했어요


재수때는 제가 부모님께 신세를 많이 졌기에 삼수 독서실 독재는 제가 알바로

벌어둔 돈으로 다 해결을 했었고 학교를 가서 한번 납부한 등록금도 제가 학자금대출이라도

받아서 원하는 학교를 가고나서 메꿀 맘도 정말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퇴를 하고 집에서 수능준비를 또 하는순간 또 받게 되는 압박은 절 미치게 만들더라구요


어쩌다 가끔씩 하시는 말씀들 너는 열심히 하지않는다, 왜 너는 니 멋대로만 살려고 하냐

지금 니가 그딴식으로 인생 낭비하면서 우리가 버리는 돈이 얼마냐, 재수할때 너는 중고차를 날라먹었다

교대라는건 너의 그릇에 맞지 않는다, 왜 남들처럼 살지 않느냐, 등등해서


이런 말들을 버티며 눈칫밥을 먹고 공부를 또 죽어라 하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같이 교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누나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지 매일매일이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그렇게 2018수능을 또 봤습니다.


결과는 31223 교대에 못미치는 점수를 받았죠

사실 이렇게 받고 난 순간 제 능력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6월 9월을 잘봐도 수능이 이러면 어짜피 부모님의 입장에선 수능으로만 나를

판단하게 될것인데 이제는 진짜 글렀구나 수능을 더 보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또 수능을 본다 하면 이제는 진짜 그 압박감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군에는 빵꾸라도 노려보자 하는 마음으로 교대를 쓰려 했는데

여기서도 진짜 부모님하고 마찰이 심했습니다. 왜 안되는곳을 넣냐고

또 니멋대로 한다 라고 하셨죠. 그때 저는 안썼는데 만약에 그 교대가 내 성적이

되는 빵꾸가 나온다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라고 말하고 또 억지로

썼었어요. 그리고 빵꾸는 나지 않아서 결국 인서울 하위대학을 오게되죠.


사실상 제 입시는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죽어라 반대했던 부모님의 승리라는

느낌도 들었었고 원망도 컸습니다. 지지도 필요없었고 지켜만 봐주셨어도 그 압박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조금 더 공부하는 곳에 집중 하고 컨디션 관리에 집중 할 수 있었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요.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우울증이 정말 심해지게 됩니다.


학교를 다니며 패스 논패스 과목은 턱걸이 패스를 하는 수준이였고 학점은 2점대를 받게됩니다

공부 자체가 되지 않는 번아웃 증상이 심해졌으며 하루하루 매일매일 어지럼증 두통 우울감에

남들과 소통하고 싶지도 않았고 남들은 다 나를 보며 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대학생활이

지옥같았습니다. 공황장애라도 오는 순간 저는 모든걸 할 수 없이 얼굴을 감싸쥐며 고통스러움을

감내해야 됐고 그때마다 콜라를 마시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폭식증과 공황장애

너무 힘든 우울감으로 휴학을 하면 큰 불이익을 받는 학부제였음에도 휴학을 한 상태입니다.


그러고 나서 또 수능 준비를 하고 싶어서 대학교 생활비대출로 150만원을 빌려서 

이것저것을 사고 공부를 하려 하니 공부를 몸과 머리가 거부하더라구요. 이제는

하고싶어도 되지않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더라구요. 

그떄부터 정신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올해 수능도 늘 해야지 해야지 다짐글만 쓰다가

150을 날리면서 2주를 공부하고 수능을 봤네요. 물론 작년하고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내년이 교육과정 마지막 해라고 알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내용을 저는 더이상

공부를 못할 것 같아서 2020 수능이 저한테 마지막 수능이던가, 아니면 이젠

나의 꿈을 포기하고 다른길을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꿈을 포기한다는건 팔다리를 자르는 것 만큼 고통스럽지만

시간을 비롯한 수많은 포기가 저의 머리를 자르기 전에,

 꿈이라는 팔다리 하나를 자르는 것이 맞는 것 같더라구요.


여태 수능공부를 하면서 사랑도 포기하고 술도 포기하고 노는것도 포기하고

건강도 포기하고 달렸지만 꿈은 이루지 못한채 막을 내리고 있는, 그치만

새로운 막의 서막을 알리고 있는 사수생의 이야기였습니다


저한테 고생했다. 수고많았다. 한마디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0 XDK (+1,000)

  1. 1,000

  • 부드럽다, 그리고 축축하다 · 832060 · 18/11/21 02:29 · MS 2018

    고생 많으셨어요
  • 예과1학년 · 809768 · 18/11/21 02:38 · MS 2018

    고생 많으셨습니다!

  • sdvnsjdkvn123 · 748094 · 18/11/21 03:34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2BeILmclUtfVKq · 711488 · 18/11/21 03:44 · MS 2016

    고생하셨어요..저랑은 비교도 안되게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셨네요 꼭 올해 교대 붙으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 nonsoolking shimmar · 602355 · 18/11/21 10:16 · MS 2015

    저도 진짜 국어때문에 사반수를 했는데 수능에서 이렇게 미끄러질 줄은 몰랐습니다. 수업 과제도 꼬박 꼬박 다하고 수업 전후로도 항상 질문을 했었어요. 혹은 카톡으로도..그러면서 제가 국어 공부 방향도 잡혀가고 실제로도 점수도 오르고 그랬었죠. 봉소도 70점 후반에서 90점 초중반으로도 올리고 수능 막판에 졌던 이투스 모의고사에서도 1등급 찍고 6,9평에서도 1등급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습니다. 논술 최저는 다 맞춘 상태라서 가긴 하지만 혹시라도 떨어진다면 상상하기도 싫네요. (아빠가 성적 맞춰서 가는 걸 반대하시네요.)

  • 쫑형 · 575565 · 18/11/21 10:50 · MS 2015

    '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미생에서 본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짜증나는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맞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수생님이 그동안 처절하게 노력해오셨던 과정은 반수생님 내면에 그대로 남아있을겁니다. 하나를 위해 정말 간절하게 노력했던 것들이요. 다만 가까이서 그걸 직접 지켜보지 않는 이상, 그 과정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밖에 없죠. 당연하면서도 슬픈 현실입니다... 과정이 좀 그랬어도 결과가 일단 좋으면 모든게 미화되고, 과정이 좋았어도 결과가 안 좋으면 나의 모든게 부정되는 현실...

    매번 느끼듯, 본인의 기준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23살의 나이로 올해까지 수능을 응시했지만 / 이제는 제 밑천이 확실히 보인 것 같아 입시판을 뜰려고 합니다. 작년까지는 하면 될 것 같은데, 이 강의 저 강의 들으면 될 것 같은데 , 난 노력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다면 올해는 그냥 이게 내 한계인가보다라는 생각이 훨씬 강하고 후회나 미련보다는 후련함 그리고 나의 능력에 대한 깨달음, 이에서 오는 씁쓸함이 더 강하네요.

    수능을 계속 볼 지, 아니면 꿈을 포기할지는 결국 본인이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갈리는 것 같습니다. 교대를 무조건 가야겠다 + 난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다른 생각을 모두 압도한다면 결국 수능을 계속 봐야할 것이며 / 후회나 미련보다는 후련함 혹은 다른 길에 대한 생각이 든다면 수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게 맞다고 봅니다. 애초에 교대 말고 반수생님이 원하는 직업 환경이 없을리가 없다고 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건강 꼭 나으시길 바라고 , 여태까지의 힘든 시간이 앞으로의 성공에 기반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