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시 [814110] · MS 2018 · 쪽지

2018-11-22 01:08:57
조회수 2,883

어쩌다보니 22살에 첫수능을 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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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 논 건 아니고요.. 오히려 그때 심적으로 정말 최악의 상태였어서.. 올해 좀 진정이 된 거라 5월부터 6개월 정도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해서 (국어는 일주일에 한 번 현강다님) 시험을 봤는데


수나 100 (20번 찍맞)

영어86 (2등급) (근데 절평이던 현역 시절엔 항상 1등급 정말 운 나쁘면 2등급.. 이번에 그냥 공부 안 해서 낮게 나왔어요)

한국사 2

생윤 47 (만약 또 수능치게되면 세계사로 바꿀 예정)

윤사 50

아랍어 2

인데 국어.... 국어가.....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었는데... 자리가 앞문 바로 앞이었는데 감독이 계속 문여는 소리내고 첫수능이라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서... 진짜 제대로 읽은 글 하나도 없이...  50은 넘었나 의문이거든요...ㅠ 그냥 넋나간 상태에서 다 찍었어요...


저 중학생 땐 좀 잘 사는 애들 많고 외고 과고 학생 많이 배출된 학교에서 수학은 최상위권이었으나 나중에 음악이 하고 싶고 우울증걸려서 고등과정 수학은 아예 안 했거든요.. 그래서 미분계수가 뭔지도 미분이 뭔지도 전혀 모르는 상황인데도 6개월해서 저 점수까지 올리고, 2년반만에 펜 잡고 공부한 것 치고는 정말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내년에 다시 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공부한 기간보다 두배의 시간이 더 주어지는건데...


전 여자라서 군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요

첫수능이지만 나이로 치면 사수였네요ㅜ그런데 아무래도 공부기간이 적다보니 다른 장수생 분들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진않아요 (장수생 분들 정말 대단하신듯해요 존경합니다) 오히려 전 심리적으로 굉장히 아팠던 현역 때보다 머리가 더 맑은 느낌이에요


그런데 전 꿈이 국내대학과 전혀 관련이 없어요..

제꿈은 언제나 음악이었고 항상 음악일 것엔 변함이 없는데, 국내 음대는... 정말 답이 없는 곳이고 여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할게요ㅠㅠ 이왕 갈 거면 해외음대가 몇백배는 낫고 그런데 거기에 가려면 돈이...ㅠㅠ그런데 그만큼의 돈을 더 투자해서라도 국내보다 해외유학 가는 게 나아요 정말로


그래서 제가 이번에 계획했던 게 국내에서 괜찮은 대학교 음악과 무관한 좋은 학과로 안정적인 학사과정을 밟고 석사로 늦게라도 정말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던 건데 (석사는 과정이 짧으니 돈이 훨씬 절약되므로) 국어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버렸어요


수능은 유학보다 돈을 몇십배는 아낄 수 있지만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 하나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엄청난 위험요소가 있고, 음대는 여러 학교에 다양하게 지원이 가능하니까 여러번의 오디션기회가 있지만 드는 비용이 자비없다는 거예요..


제가 심적으로 매우 아팠던 것도 음악때문인데... 어릴 때 반대가 심해서 그랬거든요... 그런 고통을 알기에 부모님은 돈은 충붐하니 그냥 음악을 하러 떠나라고 하시지만 돈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음악 연습은 전혀 즐겁지가 않아요.. 오히려 고통만 주더라고요

그렇다고해서 수능만 공부하자니 뭔가 제꿈과 너무나도 멀어지는 기분이라서 이것도 울적해지네요.. 현강 종강시간에 선생님이 하고 싶은 거 찾으라고 하셔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내가 왜 6개월을 수능에 투자했을까 하고..


그냥.. 이렇게보나 저렇게보나 둘 다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큰 상황이네요ㅠㅠ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줄이라도 의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같이 터놓고 얘기 할 사람이 별로 없어서요.. 그리고 수험생여러분들 수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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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왑삐- · 747802 · 18/11/22 01:14 · MS 2017

    본인이 미련이 많이남으시면 다시보는것도 나쁘지않다고생각해요.
    나머지도 다 잘보셔서 안타깝네요

  • 안일해지지말자 · 809256 · 18/11/22 01:27 · MS 2018

    어렵네요..한낱 죄수생으로써 뭐라 할말은 없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던 꼭 꿈이루셨으면 좋겠네요

  • 함시 · 814110 · 18/11/22 01:31 · MS 2018

    ㅠㅠ감사합니다 이런 댓글도 정말 힘이 돼요

  • 한지사문1컷4848기원 · 803616 · 18/11/22 01:39 · MS 2018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수시원서는 하나도 안 쓰셨나요? 올해 정시 원서 쓰실 생각이라면 인서울 주요대학은 어렵겠지만 경기도쪽부터는 수영탐만 보는 곳도 의외로 많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검색해보는것도 좋을것같습니다

  • EwOs6ahcnrSPTK · 645210 · 18/11/27 06:54 · MS 2016

    순수하신 분 같은데... 정말 화이팅입니다.. 어린시절 저를 보는거 같아서 안타깝네요... 그리고 보통 음악쪽으로는 수시로도 많이 가는데... 수시도 많이 알아보시구요..

    강해지세요.. 저는 우연히 님 글을 봤고 비록 님을 모르지만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쪽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