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돼지 [753830] · MS 2017 · 쪽지

2018-11-23 00:29:03
조회수 1,761

재수 씹망후...... 새벽 푸념(장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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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현역인 당시에는 수능에 대한 두려움이 란게 별로 없었다.


아니.


두려움을 외면한 걸 수도 있었다.


그 해 수능은 예상했던대로 못 봤었다.


실모로 연습도 한 번 하지 않아 omr 실수로 엄청나게 날려 먹었던 것도 있었고 실력도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겨우 설득해서 재수를 동의 받았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냈다.


이번에는 작년과 다르게 omr 연습도 했고 인강 풀 커리도 타봤다.


그리고 인생의 2번째 수능을 쳤다.


하지만, 수능은 결과가 과정이고 결과가 쓰레기면 과정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쓰레기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거 같았다.


재수는 현역 때보다 더 못 나왔다.


오르비식으로 망했다가 아니라 진짜로 씹 망했다.


국 영 탐은 조금 올랐다.


하지만, 실수크리와 울렁증 크리로 수학에서는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못 했다.


뭐 그 전부터 계속 부담감이 엄청났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엄청난 부담감이 말이다.


어찌 됐든 그 결과 현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학을 날렸고 가고 싶은 곳은 커녕 대학을 갈 수 없을 정도로 망쳤었다.


누군가는 이런 내 결과를 보고 과정이 쓰레기였다 말할 수도 있고 노력이 부족했다 말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받아들여도 과정이 쓰레기였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진짜 과정 마저 쓰레기라고 받아들이면 내 1년은 진짜 쓰레기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나 만큼은 과정이 아름다웠다고 믿고 싶었다.


그 후 우리 부모님은 나를 자책하지는 않았다.


겉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우리 부모님은 내 입시(성적)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믿어주셨던 것이고 아버지는 진짜로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이었다.(비하x 말 그대로 관심x)


그 후 나는 잊고 싶었지만도 매일 이 시간이 되면 그 떄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국어 때 문자가 팅기는 것부터 그 영향으로 수학 때 울렁증이 왔던 것도 해서 말이다.


그 당시 수능 국어를 볼 때 감정은 슬픔을 넘은 '미안함'이었다.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 감정이 계속 밤마다 떠오르면 웃다가도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현역 수능 당시 어머니에게 재수를 허락 맏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우리집은 2분이 월 400정도 버시는 그냥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런 집에서 재수를 한다고 말하는 건 그거 자체가 불효였다.


뭐, 실제로 나는 재수 하면서 부모님께 인강 빼고는 손을 빌리지 않았다(옷도 안사고 용돈도 한달에 5만원 받음.)는 것만 봐도 나도 나름의 죄책감은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재수를 허락 맡는 게 힘들었던 건 우리 어머니는 남자에게 나이는 목숨 다음으로 중요하다 생각하시는 분이다.


나는 빠른 년생이라는 이유로 군대도 못 간다고 해서 겨우 허락을 맡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더 이상 3수 까지 하고 싶다 허락도 못 맡을 거 같았다.


부모님하고는 재수 당시 약속을 했던 것이 있었다.


'성적이 니가 생각했을 때 망하면 그냥 폴리텍 전기과 가서 기술 배워 취직해라.'라는 약속을 말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은 폴리텍에 취업 환상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어머니의 소망은 최소한 내가 어디나가 굶어죽지 않는 것이라 하셨다.


한 입으로 두말하기는 싫었고 폴리텍을 찾아보고 있었다.


아니 사실 이제 그만하고 싶어 도망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잠잠했던 교육학을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수학교육학을 배우고 싶다는 어릴 때 부터의 욕망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내 마음에 뿌리깊히 박혀있었다.


이제 배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너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마다 나는 또 다시 못난 나를 자책한다.


이렇게 이 밤에 이런 글을 쓰는 건 이런 얘기를 할 사람이 여기 정도 밖에 없어서 인 거 같아 적는다.


지금의 나는 계속 저울질을 상상한다.


한쪽으로는 교육학에 대한 욕구, 열정을 한쪽으로는 현실을.


그리고 저울질 할 때마다 눈물이 계속 나올 거 같은 맘 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내 자신에게 미안하다.


무능함에 대해 말이다.


11월 달은 점점 더 추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더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말이다.


너무 두서없이 쓴 거 같아 올릴지는 고민된다.


하지만, 지금도 이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오고 있어 이성적으로 확인할 수가 없으니 조금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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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엑몬 · 720493 · 18/11/23 00:32 · MS 2016

    지금 당장은 결과가 쓰레기같아 보여 과정이 묵살되고 있을 뿐...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니란 걸 꼭꼭 기억하시길...

  • 팽돼지 · 753830 · 18/11/23 00:40 · MS 2017

    감사합니다. 마음은 쓰레기가 아니라 말하지만 뇌는 쓰레기라 말하고 있어 힘드네요.

  • 냥냥대로 · 784820 · 18/11/23 00:41 · MS 2017

    제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수학교육학을 배우고 싶다고 하신 것을 보면 나중에 임용고시를 보고 싶으실 것 같으신데, 지방권 사범대에 가셔서 열심히 하시면 충분히 승산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정시 접수기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 충분히 고민해보시고 최선의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 어딜 가든 본인이 최선을 다한다면 길은 열리니까요

  • 팽돼지 · 753830 · 18/11/23 00:44 · MS 2017

    수학이 상상이상 보다 더 망쳐서 대학도 못 쓸 겁니다. 이렇게 쓰고나니 이런 새끼가 교육을 배운다는 것도 자괴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