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이 [863659] · MS 2018 · 쪽지

2018-12-29 15:31:54
조회수 21,910

아트앤테크놀로지 재학생이 소개하는 아트앤테크놀로지 ( 아텍 )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20317140


안녕하세요, 아트앤테크놀로지 재학생입니다.

저도 아트앤테크놀로지 입시를 했고, 정보가 부족해 답답했었던 경험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아텍에 대해 질문하시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답답할까... 해서 글을 올려요.


Q: 누구세요?


저는 벌써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지만 16학번, 3학년입니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를 나왔구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를 2012학년도 정시 특별전형으로 합격했고 (121/11),

연대에 다닐땐 공대 수업은 재미없어서 거의 안 듣고 문화인류나 문화비평같은 문과 수업을 들었구요,

휴학해서 프로그래머로 일도 잠깐 했고, 연대 방송국에서 라디오PD과 방송제 기획을 했구요,

군대를 갔는데 아무래도 공대는 안 맞는 것 같아서 전과를 알아보다가 아텍을 찾았고,

이곳이 조금 더 저랑 잘 맞겠다 싶어서 반수를 결심해 예비번호 15번으로 문닫고 추합했습니다.

군대에서 동생이 추합전화 받고 페메로 알려줘서 소리 질렀어요.


Q: 아텍은 어떤 곳인가요?


위에 올린 홍보영상을 보셨나요?

이 홍보영상은 재학생이 기획했고, 촬영했고, 편집했습니다.

나오는 작품도 모두 재학생이 만들어낸 작품이구요.

그리고 다른 학교들의 홍보영상과는 달리 교수님이나 연예인 중심이 아니구요,

맨처음에 나오는 분이 총장도 아니고, 학과장님도 아닙니다.


아텍은 모두가 만들어나가는 곳입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교수님과 학생이 가장 평등하게 존재하는 곳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교수님과 학생들이 한 자리에서 비판을 자유롭게 나누면서 피자를 같이 먹는 곳이에요. (아텍은 피자를 사랑합니다)

누구는 버릇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요.


아텍은 마치 스타트업같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대기업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같아요.

우리는 항상 이야기할 수 있고, 학과의 시스템까지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나가고 바꿔나가는 곳입니다.

우리의 이상을 현실로 바꿔놓기 위해 모두 노력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https://www.facebook.com/ATCsogang/videos/1541709472531712/

2017 ATC 영상 보러가기


Q: 아텍에서는 그래서 어떤 것들을 배우는데요?


배울 수 있는 도구는 정말 많습니다. 

프로그래밍, 사운드, 디자인, 3D 애니메이션, 게임, VFX, VR, AR, Contents Marketing, 영화..


그러나 도구가 중요할까요?

도구는 독학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성장하는 사람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과 상상력입니다.


아텍은 배우는 것을 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디자인 수업에서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디자인 (Generative Design)을 가져와도 뭐라 하지 않고,

비주얼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비주얼이 없는 사운드를 해도 비판받지 않습니다.

아텍이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도구가 아닌 상상하는 능력입니다.

아텍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우선입니다.


어떤 도구를 배우는 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것을 해도 지지해줄 사람들과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Q: 입시에서 내신이 중요한가요?


아텍은 서강대학교 최초로 수시 100% 전형을 시행했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기자 등의 입학사정관형으로만 진행했었죠.

왜냐면 아텍은 줄세우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텍은 절대평가 과목이 많습니다.

누군가를 어떤 기준으로 줄세워 능력을 구분짓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 특기자 전형에서는, 내신은 하나의 판단 기준일 뿐이지,

그것으로 줄세워 자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스펙도 비슷한데,

흔히 말하는 고스펙이 떨어지고, 무스펙이 붙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사실 어떤 스펙 리스트를 가져와서 이정도면 붙을까요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고민할 시간에 도전하는 것이 낫습니다.


Q: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아텍을 소개할 때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배웠기 때문에 너는 어떤 것을 해야해,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Film과 Animation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간 분도,

일본에서 전시기획을 하는 분도,

국내 대기업에서 UI/UX를 하는 분도,

창업을 하는 분도,

프로그래머로 살아가는 분도 있습니다.


진로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지,

학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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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융합학과들 사이에서 아텍이 주목받는 건

분위기부터 모든 것들이 기존의 틀을 깨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모든 것을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고통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있는 이유는 가능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텍 학생들은 애정도는 높지만 만족도는 낮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변화시켜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쓴 글을 하나 첨부하고 마칠게요.

아텍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의 준비과정이 단순히 하나의 학과를 합격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자신을 대면하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텍이 학문인가요?

라는 질문을 보면 역으로,
"학문인 것이 중요한가요?" 라고 물어보고 싶다.

질문의 저의가 궁금하다. 학문에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학문이면 아텍을 올려보고 아니라면 내려보려는 것인지, 혹은 학문이라는 기존의 틀로 인정받을만큼 체계적인 것이 궁금한 것인지.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느꼈던 것은, 사람들은 나처럼 활동에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성향일 때도 있지만, 한번도 공부 외의 다른 것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개중에는 판을 깔아주면 날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몸을 생각해보자. 유연하지 못하지만 하나의 움직임에 장인이 된 사람은 무언가를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해낼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변화하면 유연하지 못한 몸은 다른 움직임을 학습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학습의 정확도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아직 동작이 정확하지 못하지만 몸이 유연한 사람은 어떤 동작이 들어와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환경이 나를 위협하고 사고를 일으켜도 덜 다치는 것도 이점이다.

앞의 비유에서 나온 두 가지 용어를 생각해보자. 움직임과 유연성, 이것이 나는 타 전공의 '학문'과 아텍의 '무엇'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아텍에서 학문의 정수를 찾으려 하는 것은 논밭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아텍은 깔아주는 판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그 앞을 상상하도록 하는 유연성이다.

아직까지 아텍이 정비하지 못한 점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유연성이라고 표현했지만, 아직 이것이 커리큘럼으로 정확히 정립되지 않는 느낌도 든다. 4년동안 아텍에서 해야 할 것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 것을 두고도 다르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 계속해서 시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무조건적인 존중은 독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교육환경이 시도와 실패를 완전히 제거해버린 환경이라면 그것에서 12년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존중만 주어진다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교육의 방향은 마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끌고 나가기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체득된 관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압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압박이 기존의 한국 환경처럼 비인간적인 압박이라면 철저하게 반대한다.

또한 어떤 하나의 학문을 파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어떤 학문을 접했을 때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느냐는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텍에서는 그것마저도 배제한 느낌이 강력하게 들곤 한다. 단어를 모르면 찾으면 되지만 문법을 모른 채 직관으로 언어를 배우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특히 가이드도 없는 직관은 더더욱 말이다. 아텍에서 다루는 다양한 것들에서도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문법은 학습해야 한다. 좋은 것이 왜 좋다고 평가받는지, 혹은 어떻게 해석되는 지를 안다면 그 기준에 따라 좋은 것을 만들수도, 그 기준을 내가 변형해낼 수도, 그 기준에 따라 다른 영역의 무언가까지도 내가 해석해낼 수 있다. 아텍은 그런 것을 배우는 것이 분명 부족하다. 이번 지융미에서도 보완된 것 같지는 않다. 왜냐면 미술, 디자인, 사운드 등의 문법은 커뮤니케이션 학부가 채워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역은 아텍 학생들의 메인 필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문제가 아텍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의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여튼, 아텍이 학문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말해주고 싶다. 아텍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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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연 전 · 738994 · 18/12/29 15:34 · MS 2017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소외감을 느낄 거 같아요

  • 만만이 · 863659 · 18/12/29 15:35 · MS 2018

    치킨 혹은 젤리 혹은 케이터링도 함께 하곤 합니다.

  • oddeyecircle · 799518 · 18/12/29 15:35 · MS 2018

    그러니까 이과는 상경넘볼생각 하지말고 이런데 쓰쇼

  • 만만이 · 863659 · 18/12/29 15:37 · MS 2018

    아텍은 문이과를 가리지 않습니다! 문과가 더 많고 언제나 환영이에요.

  • oddeyecircle · 799518 · 18/12/29 15:38 · MS 2018

    앗그렇다면 고려해보겠소..

  • 나듀서울 · 806206 · 18/12/29 15:37 · MS 2018

    공대에 가까운 수업일것같은데 문과가 따라가기에 어렵진 않은가요?

  • 만만이 · 863659 · 18/12/29 15:39 · MS 2018

    프로그래밍과 공학은 하나의 트랙일 뿐이구요, 특히 프로그래밍은 공통교육과정에 들어가는 만큼 문이과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서강대학교에서 대학수학이 필수교양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구요.

  • 남은 건 이제 승리뿐 · 842739 · 18/12/29 15:53 · MS 2018

    제 로망이었던 아텍ㅜㅜㅜ저한테 예술가가 될만한 자질이 보였다면 쓸텐데..프로그래밍, 포토샵 등등을 하나도 할 줄 모르고 컴퓨터로 작업하는 걸 싫어해서 보내줬습니다ㅜ마음으로만 동경하고 응원합니다. 아텍 흥해라!

  • 만만이 · 863659 · 18/12/29 15:55 · MS 2018

    아쉽고 감사합니다. 아텍은 이름이 아텍이지만 그렇다고 테크놀로지를 무작정 추구하는 과는 아니어서요, 와서 배우는 사람들도 많고, 작품 발표때도 1인 연극 등을 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아텍 흥해라!

  • hoteve · 845095 · 18/12/29 16:09 · MS 2018

    요새 아텍 활동들이나 홍보 방향을 보면 너무 미디어아트에 치중된게 아닌지 걱정했는데ㅠ 그렇진 않나보네요 다행이에요

  • 만만이 · 863659 · 18/12/29 17:17 · MS 2018

    네, 미디어아트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ㅅ'♥ · 720922 · 18/12/29 19:06 · MS 2016

    정말 너무 너무 가고 싶던 학과고 학교여서 4년 동안 바라봤었는데 이젠 놓아줄 때가 된 것 같아서 한참 울었었는데 이 글 보니까 또 눈물나네요... 수시로 아텍 준비할 때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글쓴이 분 보면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뵙게 되니까 새롭기도 하구요. 올해는 꼭 붙고 싶었는데... ㅠㅠㅠㅠ 나중에라도 꼭 아텍과 연이 닿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만만이 · 863659 · 18/12/29 19:15 · MS 2018

    그땐 중요해보였던 것이 돌아보면 중요하지 않았던 때도 있고, 중요해보이지 않았던 것이 예상치 못하게 내 인생을 바꿀 때도 있으니까요. 지금의 자리에서 하는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바랄게요.

  • 'ㅅ'♥ · 720922 · 18/12/29 19:16 · MS 2016

    감사합니다!

  • 수시가아깝다 · 802051 · 18/12/30 01:34 · MS 2018

    인문이 아텍 복전할수있나요?? 복전 심사한다고들었는데 많이들 떨어지나요..?

  • 만만이 · 863659 · 18/12/30 01:49 · MS 2018

    철학과 분들도 많으시고 영문 등 어문계열도 많으셔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쌀과자? · 766236 · 19/02/06 11:58 · MS 2017

    혹시 지금 아텍 수시 정시 논술 다 뽑나요?

  • 만만이 · 863659 · 19/04/24 00:55 · MS 2018

    수시 일부 전형 : 아텍 전공예약, 나머지 전형 : 지융미 학부로 선발 입니다.

  • Beng · 815122 · 19/08/02 11:23 · MS 2018

    학부로 선발되게 되면 그 이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