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면접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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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후기 - 역시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최근 두 번에 걸쳐 면접에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을 면접해본 결과 어떻게 하면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면접이든 뭐든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시험 결과가 모두 발표된 상황이기 때문에 면접 때 느꼈던 점들을 얘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 지난 번 대입 수시모집 때였습니다.
어떤 학생이 들어왔는데, 서류를 훑어보니 그야말로 '빵빵한 스펙'의 소유자였습니다.
사회대에 들어오면 경제학을 전공하겠다길래 경제학과 관련한 질문을 몇 개 던져보았습니다.
의외로 좋은 대답을 하더군요.
마음속으로 이 친구는 만점을 줘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면접을 끝마치려는 찰라였습니다.
일어서서 문쪽으로 가더니 갑자기 우리를 돌아보며 "입학식 날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습니다.
나는 합격이 분명하다는 말이었겠지요.
순간 우리 면접관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마주 보았습니다.
나도 그렇고 옆의 분도 그렇지만 "이런 맹랑한 녀석 봤나?"라는 생각을 한 겁니다.
우리가 그 친구에게 몇 점을 줬는지는 영원한 비밀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한 마디가 그 친구의 합격가능성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관도 사람입니다.
미안하지만 면접관이 몇 점을 주든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 점수는 공정하니 불공정하니 떠들어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왜 그런 쓸모없는 말을 해서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만듭니까?
물론 그와 비슷한 말을 하고 나간 친구가 몇 명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스펙이 별로여서 그저 애교같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빵빵한 스펙의 소유자가 그런 짓을 하니 거만으로 비쳐졌습니다.
자시 소개서에도 자신은 당연히 서울대 합격해야 할 사람이라고 써놓았더군요.
자신의 스펙이 너무 좋기 때문에 서울대에서 자기를 떨어뜨리면 손해를 볼 거라는 식으로요.
그 친구에게는 무엇보다 먼저 겸손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해 주고 싶더군요.
(2) 며칠 전의 전과 면접 때 일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들어와 앉았는데, 서류를 보니 우리가 대충 합의해 놓은 판정기준에 따르면 합격이 거의 확실했습니다.
경제학을 우리 학부생 정도로 많이 들은데다가 거의 모두 A를 받았더군요.
평점도 괜찮으니 떨어질 이유가 없었지요.
우리는 아주 평범한 짊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왜 경제학부로 전과를 원하냐는 거였지요.
그런데 그 친구는 약간 자기 자랑성 발언으로 변죽을 울리더군요.
그저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전과하고 싶다는 말로 족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질문에 무슨 자기 자랑이 필요합니까?
그 친구 생각으로는 경제학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잘할 자신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잘못 짚은 거였습니다.
자기가 게임이론을 들으며 교수가 내준 퀴즈를 잘 풀어 상을 받은 얘기를 하더군요.
왜 전과를 하려 하느냐는 물음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 약간 짜증이 났습니다.
그때 그 친구가 유독 그 게임이론에서 B를 맞은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자네는 게임이론에서 B를 맞았네?"라고 말해 보았습니다.
이런 심술성 질문에는 그저 "제 노력이 부족해서 그랬습니다."라는 응답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왜 B를 맞게 되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 친구가 왜 B를 맞았는지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임이론에서 실력을 과시했다는데 학점이 B라는 건 뭔가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A+ 맞은 과목을 예로 들어 자기 자랑을 했다면 그런 질문을 할 리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만 됐다고 그 친구의 말꼬리를 자르니 놀라는 표정이더군요.
경제학부 들어오면 뭘 하려느냐고 화제를 돌렸지요.
나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아니면 취직을 하고 싶다, 아니면 고시를 준비하고 싶다는 등의 대답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또 그 예의 장황한 대답이 시작되더군요.
내가 무슨 분야를 전공하고 싶은데 그건 어떻고 저떻고라는 식의 장황한 대답 말입니다.
다시 말꼬리를 자르고 그만 나가보라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 나갈 때의 당황한 표정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내가 나가보라고 한 것은 어차피 합격으로 판정할 테니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아마 내가 불쾌해서 쫓아낸 것으로 해석한 것 같습니다.
어제 경제학부로 전과 합격해 나에게 고맙다는 글을 스누라이프에 쓴 학생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준 제자가 있었습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뜻밖에 붙어서 나에게 무척 고맙다구요.
아마 그 친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공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분에 좌우되어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대응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 에피소드에서 공통적인 교훈을 찾는다면 겸손함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면접에서 자신감을 어느 정도 보여야 좋은 점수 잘 맞는다는 얘기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섣불리 자신감을 내보이다가 거만한 것으로 찍히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면접관도 사람입니다.
그리고 언제 어느 경우에서나 면접관의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다면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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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겸손하라는 말에 거부반응을 느끼는 분이 많던데 정말 사람은 뛰어날수록 겸손해야 합니다.
그게 도덕적으로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니 어쩌면 하늘에서 천국 입시 채점하는 하느님이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차갑게 생각해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오고 그럴 경우 나에게 무엇이 이득일지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때때로 자신감과 과장된 자기 어필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열혈운동만화에 출연중인게 아니라면 그러한 때는 극히 드뭅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정말 스펙과 환경에서 사차원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은 오히려 조용하고 겸손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 결론적으로 더 낫더라는 걸 본능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알았겠지요.
때때로 가식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 정 반대로 행동했을 때 사게 되는 빈축에 비하면 그정도의 반응은 아주 우호적인 편이죠.
수험생은 아니지만 많이 배워갑니다. 글쓴이님 고맙습니다.
가장 존경하는 경제학자 준쿠리 ㅋㅋㅋㅋ
여러 직업군 중 특히 교수님들은 자만하고 튀는 거 싫어하십니다. 사실 뭘 모르고 순진해서 잘난 척 하는 그런 말 하는 건데 사람이 그렇다고 보는 경향들이 강하시더군요.
타대학에선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샤대 교수님들 되게 공정하시네
어차피 떨어질거 내년 수시때
샤대 한번 넣어봐서 면접보고싶어지네요
아 1차에서 떨구려나 ㅠㅠ
내년 면접때 뵙겠습니다 교수님 ㅠㅠㅠ
1차 통과시켜주시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