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니사 [825944] · MS 2018 · 쪽지

2019-06-29 08:29:34
조회수 782

그냥 흔한 감성글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23362018

저는 삼수생입니다 쌩삼수

18학년도 19학년도 그리고 20학년도 절반

정말 다사다난 했습니다 큰사건도 많았고 사적인 일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물론 어느 때라고 안힘들겠습니까 수험생활이...

18학년도의 저는 고3이었고, 겨울방학때부터 공부하기가 싫었던건지 재수를 외치고 다닙니다.

사람이 간사한게 2년 준비할생각은 안하고 ㅋㅋㅋ 재수해서 잘가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습니다.

고3때의 저는 정말 개판이었습니다 허구헌날 학원 째끼고, 술마시고, 학교째고 피시방가고...

별로 심하다고 안느끼실수도 있겠지만... 요는 저와중에 절제란 없고 공부를 정말 하나도 안했다는 것이지요.

중학교때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탓인지 정말 하고싶은대로 친구에 미쳐서 살았던것 같습니다. 그냥 놀고싶을때는 놀아야 적성이 풀렸던것 같아요.

수능 미뤄진 일주일조차 착실하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망치고 원서접수도 하지않은채 재수종합반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공부하는척 속여왔던 아버지께 매우 실망했다는 말씀을듣고, 그래도 다시한번 기회를 주신것을 감사하며,

'이제부터는 정말 책임감있고 후회없이 살자.'

라는 생각을 가슴한켠에 품은채로 선향반에 들어갑니다.

(여담이지만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보냈던 문자를 보고 저혼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들 생활기록부 보니까 사회생활 잘할것 같다고... 잘키워줘서 고맙고 수고했다고..)

재수 선행반.. 그렇게 큰소리쳤던 재수생활의 시작이었죠.

정말 열심히했습니다. 무식할 정도로요. 그렇게 하면서도 버틸만하다는 생각도들고 재수 체질인가?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보고싶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공부에 불타올라 있었습니다.(월드컵 마지막경기 독일전은 봣숩니다...)

의대라는 목표도 세워보고, 수능이 끝나고 하고싶은 것들을 생각하면 버텼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종합반에 들어오시는 선생님 두분정도가 수업이 매우 마음에 들지않았고, 종합반의 분위기는 산으로 가고있었습니다.

친목질, 연애질, 심지어는 저와 제친구의 뒷담화도 하더군요... 그친구들한테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좋아하는 분 한분이 계셨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것 같아 사정이 있어 못오시거나 늦으실때 자리에 프린트를 두는정도로 챙겨드렸습니다. 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그리고 성적을 맞춰서 

'저분과 같은 대학을 갈정도가 되어야 겠다.'

'어느 대학을 쓰셔도 같이 갈수있을 정도가 되자.' 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다른 친구랑 사귀시더군요.

그친구는 저보다 키도크고 몸도 좋고 잘생겼습니다.

사실 낙담이라기보다는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지 않다는것에서 조금더 충격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알고지내는 반친구가 저한테 얘기하더군요.(그친구는 제가 그여자분을 좋아하는걸 알고있었습니다.)

"야 ○○○있잖아 남자친구 있던데?"

장소는 그 남자친구의 반앞,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절 쳐다보았습니다. 그날 그친구의 목소리는 어찌나큰지...

그때부터 담임쌤과의 트러블, 누군가의 뒷담화, 주변 친구의 사건 사고, 사소한 인간관계의 마찰....등등

못버티고 독학재수 학원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의지를 품고 혼자서 무언가를 해본 경험도없고, 심지어 혼자 공부계획도 세워보지 못했던 저는

원래부터 망상에 빠지기 좋은 성격이었던 탓인지,

온갖 철학적인생각, 지난날의 반성,성찰 그리고 죄책감, 책임감에대한 강박, 후회....

모든것이 악순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수초기에 학원끝나고 독서실에서 2시까지 공부했던게 무리였던 탓인지 몸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과, 안과, 피부과, 비뇨기과...

약을 하루도 안먹은 날이 없는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의지를 잃고 고3때와 점점 비슷한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수능까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버티고

수능은 당연하게도 또 망쳤습니다.

논술을 정말 잘썼다고 생각했는데 그쉬운 최저 하나도 못맞췄더군요.

성적표가 나온날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정말 혼자서 잘한거 하나 없으면서 나약하게도 죽고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집에 꾸역꾸역들어가 어머니께 성적표를 보여드리는데,

평소에 항상 위로해주시고, 타일러주셨던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시고, "좀더 하라고 했잖니 " 라고 울면서 말씀 하셨습니다.

어머니를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누구보다 힘드셨을 어머니의 마음을 제가 위로할수는 없었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울지말아야지 라고 생각을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저는 죽겠다면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께 너무 죄송하네요.

소동을 진정시키고... 아버지가 오실시간

정말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저의 사설모의고사 성적에조차 예민하시고, 논술을 잘봤다고 했을때 누구보다 좋아하시던 아버지셨습니다.

집안이 뒤집어질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들어오시고 성적표를 보신후

'어떡하냐... 네가 제일 아쉬울텐데... 그래도 수고했다.'

안울수가 없었습니다.

그날의 아버지의 품은 너무도 따뜻했습니다.

세가족이 얼싸안고 울었던 기억이납니다.

후에 정시로 원서접수를 한후... 마음한켠에 계속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차마 너무 죄송스러워 삼수 얘기는 못하겠고, 중학교때부터 동경해왔던 학교이자 꿈을 져버리자니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그랬던 제마음이 티가났는지 부모님께서는 다 알고계시더군요.

'삼수를 해보지 않겠느냐 아빠도 재수 망하고 대학가서 많이 힘들었다. 대학에 적응 못할바에야 후회없이 한번더해라.'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번더 주어진 기회를... 절대로 허투로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학년도 절반이 넘게 지났습니다.

페이스 조절도 잘해왔고 지금부터는 뒤안돌아보고 앞만보고 달리려 합니다.

저의 중학교때부터의 동경해왔던 꿈은 크지만 그리 크지도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의대도 아닌데 목을 메는 이유가 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이유는 제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것 입니다.

그냥 가고싶습니다. 그곳에 몇번 가봤지만 갈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적성 취향 까지 모두 맞는 학과입니다. 그렇다보니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삼수를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말고도 많은 분들이, 많은 수험생 분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수험생활은 이기적이어야 합니다. 오직 자신만의 꿈을 위해 앞만보고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저또한 열심히 달릴것입니다.


이글을 보시는 모든 수험생들이 입시에서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