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디아코니아20학번기원 [857094] · MS 2018 · 쪽지

2020-01-01 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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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군대에서 수능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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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수능을 망치고 나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지쳐있었다

더 이상 망쳤다고 슬퍼할 기력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매년 수능을 다시 보기를 강요하던 집안에서 조차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않았다


22살이 먹도록 이룬 업적은 하나도없이 매일 피방과 집을 오가며

잉여처럼 살면서 나는 그제서야 또래들보다

한참을 뒤쳐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뭔가를 해야 할 나이지만

무기력하게만 살고있는 이 루틴을 깨기 위해서

빨리 병역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동안 가기 싫었던 군대를 하루빨리 가고싶어했고

몇달간 빈자리를 꾸역꾸역 찾은 결과 다음해 5월에

입대를 할수있었다


사실 군대를 5월에 간것은 그 안에서 수능을 봐서

1학기 복학을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집에서는 넌 안될애라고 더 이상 수능을 보지 말라했지만

오히려 집에서 수능을 보라고 강요할때보다 

학벌에 대한 욕심은 계속 커지기만 했다


그래서 18년동안은 적응을 하고 자리를 잡은 뒤

19년부터 본격적인 수능 공부를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고

2018년 5월 8일 육군의 모 후방사단에 입대를 하게되었다


22살동안 해 온것이라고는 수능 공부뿐이었기에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않았다

작업을 해도 실수가 잦았고 장구류 착용법등 사소한것 조차도

쉽게 해내기 힘들어서 이등병과 일초때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19년 2월쯔음 되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수능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군대에서는 공부량을 많이 확보하지는 못했다

1월달에는 수분감을 일주일에 많아봐야 10시간정도

조금 끄적일수 있는게 공부의 전부였을 정도니까

최소시간동안 최대의 효율을 뽑아낼수있는 공부를 해야만했다


그래서 대충 초반에 계획을 새운것이


이전 18수능에서 화1 4페이지에서 뇌절이와서 40점이 채

안되는 점수를 받았지만 정작 1컷은 47인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채 지1로 돌린채 수능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하는 과목 지1에 반이상의 시간을 투자하고

수학은 18수능때 85점을 받았고 더이상 오를거같지않고

영어는 절대평가니까 상대적으로 중요도 순에서 밀려있으니까

초반에는 국어와 지구과학에 90%이상을 투자하고

수학은 기출약간 보는정도로 공부를 6평까지했다


그렇게 휴가를 나와서 6평을 응시한결과

국어 89 수학 84 영어 71 생1 35 지1 34

12333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매번 3등급갑산을 못벋어나던 국어에서 백분위98이 나온것은

나같은 노베한테는 엄청난 의의가있었다

하지만 탐구과목에서 원래 삼반수할동안 6평 1등급은 국룰이었던

생명과학이 3이뜬것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고

생명과학 공부도 소흘히하면 안되겠다 생각하였고

지구과학은 그동안 기출을 보면 대부분 이해가 갔는데

올해들어 유독 괴리감이 심해진 과목이라 그에따른 대비를

해야겠구나 이게 6평에서 얻은 피드백의 전부였다


그러나 6월달에 6개월 만에 나가는 15일짜리 휴가라 그런지

공부를 접어두고 친구와 술을 마시거나 롤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버렸고

그 당시는 대대에서 근무할때라 복귀하고도 공부시간이

좀처럼 뽑히질 않았다


우리 부대는 대대와 격오지를 일정주기로 교대하는 그런

시스템인데 격오지에서는 간부들이 많지 않아서

일과시간을 빼주면서 까지 공부를 하게 해주어서 

하루에 6시간정도는 할수있었지만 대대는 그게 안되고

일과시긴에 도서관 출입자체가 금지되어 있어서

하루에 4시간도 채 공부시간이 나오지않았다

더불어 그 사이에도 px에 가서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기도

빨래를 하기도 하는등 개인생활 정비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했기에 7-8월에는 수완수학을 1회독하고

생1지1기출만 몇번 풀수있었던게 공부의 전부였다


이때되서야 6월달 휴가를 던져버린것을 참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린걸 어떡하나..6평이후로 공부를 거의 못한채

 9월달에 3개월만의 휴가를 나와서

9평을 응시하게되었다


결과는 국어 70 수학 80 영어 77 생1 35 지1 27

43334라는 말도안되는 결과가나왔다

그냥 결과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3개월동안 공부를 제대로 하지못한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까지 떡락할수가 있단 말인가 ㅋㅋ


표점과 백분위를 보니까 지금 다니고있는 대학 조차도

가기 힘든 점수가 나왔다

6평때 뇌절한줄알았던 생1은 현행유지였고

지구과학은 오히려 내려가고 수학도 뼈아픈 4점실수 두개

1등급을 받던 국어는 5에가까운 4ㅋㅋ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면서 또 한심하게 표본 수준을 탓하며 이제 수능따위는

치지 않을거라며 남은 휴가기간 3일을 또 다시 던져버린채

부대에 복귀했다


그런데 행운인지 모르겠는데.. 다시 격오지에 투입할 시기가 다가왔고

다시 공부할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도 6평때 국어에서 말도안되는 성적 향상을 이뤄냈으니까

그거 하나믿고 두달동안 공부하면 9평보단 잘나오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 아무리 격오지에서 공부할 시간이 많았다고는 하나

짬이 덜차서 작업같은데 빈번히 불려 나가곤했는데

나도 어느덧 상꺽을 넘어 말년이 되가면서 후임들도

공부하는 나를 배려해주기 시작하였고 하루에 6시간 공부를

거의 매일 유지할수 있게되었다

거기다 더불어 훈련이나 각종 부대사정등으로 나가지못했던 

휴가를 10월부터는 한달에 15일씩 몰아서 나갈수 있게되어


공부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되었다

휴가를 나오면 10시간도 채울수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내가 멘탈이 좋은건지 합리화를 잘 하는건진 몰라도

어차피 수능은 벼락치기야! 하면서 다시 일어설수 있게

되었던거같다

휴가를 나가서는 작심독서실을 끊고 하루종일 공부를하고

부대내에서도 7시간까지도 할수있게 되면서

수능까지 국어는 상상온 이감온 베오베3회분 가량

실모를 풀면서 그동안 고전했던 키트 점유소유 오버슈팅등의

어려운 비문학 3회독씩풀고

수학은 히든카이스 킬캠 양가원 등등 각종 실모를

30회분정도 풀면서 홀로서기와 너기출등으로 기출을 병행했다

영어는 시간상 연계를 볼 시간은 별로 없어서

독해연습 1회독 정도로 만족해야했고

생1은 기출 14부터 여러번돌리며 백호 디카프 라인 등

각종 실모를 하루에 하나씩풀고 백호와라인N제를 풀고

지1은 그동안은 오즈 개념책만 풀었는데

두달동안 오즈N제 실모 다지선다 등등 모두 풀었다


이렇게 두달간 그 몇개월동안 해온 공부보다 많은 양을하고

10모에서 국어 1등급을 다시 받아내며 

올해는 진짜 예년과는 다를거라는 자신감으로

수능장으로 들어갔다


16수능부터 국어에서 자주언급되던 지문들은 걸러져서 나왔는데

올해는 신기하게도 월선현십육경가라던가 베이즈정리등의

중요지문이 나오니까 뭔가 좀 웃기기도 하면서

편하게 시험을 쳤다 난이도 자체가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기때문에 나는 국어는 어느정도 잘 쳤다 생각했다


문제는 수학이었다

그동안 4점주는 문제들이 모조리 3점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수능날은 늘 쉽게나왔던 공간도형 난이도도 확 뛰고

9평을 대놓고 변형한 17번도 풀리지않으면서 1교시때 기분

좋았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생명과학은 아주 쉬웠지만 9평때도 이런 체감난이도에

35라는 말도안되는 점수를 받았기에 좀 찝찝했고


지구과학은 뭐 말도안되게 어려워서 그냥 9평급이겠거니

했다


그니까 현장체감은 국어만 잘보고 나머지는 조진줄알았다


그런데 이게왠걸 

시험장에서 나오자마자 채점해보니 국어점수가 뜬금없이

80점이라고 되있지않은가

업친대 덮친격으로 수학은 7번8번을 틀려서 74점,,


그냥 허탈했다

군대에서 휴가때마다 20권가까이되는 책을 책가방에 매고

나오던것과 실모풀때마다 작업있다고 하는 한마디에

80분 재고 푸는 국어 실모가 끊겨버려서 짜증났던

그 1년이 넘는 시간은 모두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단 생각에

재수때처럼 아쉬워서 울기에는 그때만큼 많은 공부를 하지도

않아서 슬프지는 않았고 그냥 허탈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조진줄만알았던 탐구가 둘다2가 나와서

결과는 국어 80 수학 74 영어 77 생명 45 지구 38

34322로 지거국은 갈수 있게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다행이었다

어떻게든 서울가서 살고 싶다 학벌을 좋은학벌을 따고싶다

이 두가지 목표로 막연히 군수를 시작한건데

두 가지 목표는 모두 이루지 못한채로 그냥 뒤지지않고

살수는 있게 되었다 정도로 끝나버리니까 너무 허무했다


솔직히 아직도 21수능을 응시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긴하지만

그러기에는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져버렸다

의치한은 가기 힘든 성적대여서 단순히 학벌교체로 수능을

보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져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오르비에있는 재수삼수 준비하는 애들이

부럽기만 하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않는다

비록 노예비 광탈이긴해도 처음으로 논술 최저도 맞춰보았고

군대에서 공부하면서 했던 고생들이 그래도 그러면서 행복했다

동기들이 수능 응원도 많이해줬고,,,

지잡대에서 지거국이라도 갈수 있게 되었으니까


만약에 내가 군대 입대시절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거같다

그래도 지루하기만한 군대에서 수능공부를 하며

꽤나 행복했다


4번의 수능중에서 가장 재밌게 보냈던건 올해였던거같다

앞으로 늦게나마 드가는 대학에서 학점을 잘따서

전과를 하던가 그거도 안되더라도 열심히 학교생활하면

언젠간 나도 성공하지않을까


(글 다시 읽어보니 필력부터 연습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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