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 적는 수능과 원서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26811391
수능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엄마께 미역국을 차려달라고 했다. 마침 수능날이 아버지 생신이셔서 미역국 차려달라고 했다. 못 보면 미역국 탓할 수 있도록 차려달라고 했다.
수능장이 가자마자 의자높이를 맞췄다. 몸이 커서 높이가 안 맞으면 불편하다. 복도에 남는 의자에서 핀까지 가져와 맞춰놓고 학교친구들과 복도에서 떠들다 돌아오니 다시 의자가 낮아져있었다. 어떤 놈이 의자를 바꿔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교무실에서 핀을 가져와 맞췄다. 언짢았다.
국어를 보기전에 차를 마시려 가방을 열어봤다. 점심으로 갈비탕을 텀블러에 가져갔는데 압력이 높아져서 뚜껑이 통으로 열려버렸고 국이 넘쳤다. 기분이 떨떠름하면서도 못 봐도 되는 핑계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어는 초반 화작문이 너무 잘 풀려서, 평소에 너무 잘하는 과목이어서 만만히 본 탓에 2점짜리 장기이식 문제에 너무 시간을 오래 썼고 결국 뒷지문 3개와 마킹을 20분만에 마쳐야했다. 살면서 시간이 남지 않은 적 없던 국어에서 살면서 틀려본 적 없는 경제지문을 시간때문에 버렸다. 경제지문을 풀지 않고 그냥 가채점표를 작성했다. 포기했었다. 88점, 살면서 가장 낮은 점수인 것 같다.
수학은 걱정이 많았다. 6평에 만점을 받은 이후로 계속 성적이 떨어져서 자신감이 없었다. 한 30분 걸려 다 풀었던 것같다. 너무 쉽게 풀려서 걱정했다. 모든 문제를 2번정도 더 풀었다. 100점이었다.
차게 식은 갈비탕을 먹고 오니 의자는 바뀌어 있었다. 높이를 맞춰놓은 의자를 또 누가 바꿔간 것이다. 시험 시작 직전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불편하게 영어를 풀었다. 잘 풀리지도 않았다. 97점이었다.
사탐에선 사문이 어려웠다. 헷갈리는 문제에 시간을 많이 써서 20번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했다. 19번까지의 답을 마킹하고 20번에는 가장 적게 나온 2번을 마킹했다. 마킹하고 나서 5가지 보기중 2번만 풀어봤다. 풀어보니 2번이었다. 사문은 만점이었다. 쉽게 푼 생윤이 48점이었다.
아랍어는 그냥 1번과 2번만 공부해서 풀었고 나머지는 5번으로 찍고 몇 문제는 느낌으로 풀었다. 19점, 3등급이 나왔다.
원서영역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중학교에서부터 경제학과 지망이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공부라고 생각해서다. 막상 원서를 쓰자니 취직이 좋다는 경영이 마음을 흔들었다.
또, 고려대에 가고 싶어했다.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연세대 간 사람은 없지만 고려대는 많이 간다. 그래서 연고대급 내신이면 고대만 붙는다.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고대를 생각하니 나도 그랬다. 매일같이 매점에서 슈퍼콘 민트초코를 먹으며 친구와 "민초코대 가자!"라고 말하곤 했다. 지방에 살고 관심도 없어서 연대가 어떻고 고대가 어떻고는 잘 모르지만 고대를 꿈꿨다.
결국, 연세대 경제학과를 썼다. 오랜 꿈인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대학교를 고른 기준은 정원이었다. 19명 정원의 고대경제에 1년을 걸 수 없었다. 76명 정원의 연대경제를 넣었다. 입시 경쟁 분석 사이트 마지막 업데이트에서 고대 경제를 엄청 널널하게 잡아서 6칸이 나왔다. 고대경제가 터질 것 같아서 5칸인 연대경제를 넣었다. 아직 합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연대경제는 역대 최저 경쟁률이라고 한다. 붙을 것 같다.
이렇게 수능과 원서에 대해 길게 쓴 까닭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국어를 망친 건 실력이 부족했다. 수학을 잘 본 건 운이 좋았다. 100점은 더 올라갈 점수가 없다. 남들 점수가 중요하다. 나에겐 쉬운 시험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려워서 나는 좋은 표준점수를 얻었다. 또, 사회문화는 찍다시피 푼 20번이 운이 좋아 맞았다. 원서는 어떤가. 고민하다가 넣은 원서가 역대 최저 경쟁률이란다.
운이 중요하다. 하지만 운을 기를 순 없으니 실력을 갈고 닦는다. 일이 안 풀리면 운이 나쁜가보다 생각하고 털어내고 일이 잘 풀리면 하늘이 도와주시나보다 여기고 감사하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먹은지 1.5주 되니까 슬슬 체감됨 다행히도 안구건조증은 없는데 침이 엄청 마르네
-
부산대 교수회, 의대 정원 증원 학칙개정 심의 부결 0
부산대학교 교수회는 지난 3일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를 개최해 의과대학 정원...
-
뭐가 더 어려울거같나요?
-
플래너 특 3
3일 쓰다 안쓰게 됨 그래서 그냥 꼴리는대로 잡히는 책 정해서 공부했음 근데 그러면...
-
왜 오르비 0
갑자기 완전 죽음..?
-
피지컬 n제 0
수1 34페이지 29번 n루트 a라고 되어있는데서 조건에서 n이 5이하인 자연수만...
-
걍 버린시스템이노
-
반수 시작날에 사고나서 얼굴뼈 작살이라 너무 힘들다 4
반수 전 마지막 약속으로 친구랑 낭만있게 끝내고 새벽 3시쯤 집으로 따릉이 타고오던...
-
On 기준 더 좋은거 있으면 댓 ㄱㄱ요
-
수학이 높1이어야되나... 군수인데 우야노.....ㅠㅠㅠㅠ
-
고2 정시파이터 0
강기분 끝냈고 친구랑 강민철 이감 현장반 가는데 도움 될까요?
-
물2 배기범 생2 백호 해설강의 촬영 ㄷㄷ
-
이런건 손가락걸자요. ‘추세(趨勢)’는 어떤 현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
못본건아닌데맘에안들어 다들어케봄
-
b가 넘쳐나네요 12
그래도 c는 없으니까 다행인건가... 상법 b+ 민법 b0 나올거같은데 기말을 노려야겠어
-
디저트 ㅇㅈ 3
갓트초코
-
ㅅㅂ정법 한번도 안해봤는데
-
이제 슬슬 수능 준비를 하려는데 지구 지금 시작해도 괜찮나요?? 24수능에 물화...
-
ㄹ 보기 설명해주세요 ㅠ
-
아시나유>??
-
9등 vs10등 ㅋㅋㅋ 선발 류현진 박세웅이네 짱재밋겠다
-
ADHD 0
성인 ADHD 있어서 영어 듣기 할 때마다 옆에 조그만한 소리라도 나면 바로...
-
에반데 진짜
-
플래너 사용 특 6
1. 화려하게 꾸미면 +1 2. 나만 알아보도록 글씨 쓰는게 맞다 그래서 커뮤에...
-
이미지 vs 현우진 11
각 사이트 1타인데 현우진을 이미지로 대체할 수 있음?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유를 좀...
-
이미지 커리 타는 사람인데 급해서 상담 좀 해주세요 4
수학4등급입니다. 지금 미친개념 한지 얼마 안되긴 했는데 미친기분 시작 건너뛰고...
-
아직 사문정법 하나도 안 하고 국영수만 계속판 현역입니다. 내일 5모 끝나고...
-
몇 년도인지 몰라도 션티 어느강의에 있나 아시는 분 있나요? 강의만 찍먹해보게 ㅜ
-
그냥 글삭이 맞는듯 그냥 심심해서 올린 똥글이면 정확한 논리를 갖춰서 정확한 언어로...
-
좋댓구 0
퇴근못해서좋댓구
-
플래너 특 0
쓰는 놈: 정상 안 쓰는 놈: 정상 쓰는데 안 지키는 놈: 정상 안 쓰는데 할 거...
-
계속들어도 좋다
-
에바에여?? 미적4-5등급임;) 정시러입니다.,
-
통합과학 개편 0
통합 과학 개편되면 인강 한사람이 다할거 같음 아니면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할거 같음
-
이걸 왜 놓치고있었지 히히
-
짝사랑 어케 접음 15
하루종일 연애상담 유튜브 찾아보고 마음도 들떠있어서 이거 못 접으면 올해 망할것같음...
-
의대가고싶다 1
의대가고싶다 수능개잘보고싶다
-
ㅈㄴ 어렵네 진짜
-
코스프레 해본사람 12
화장은 커녕 선크림 바르는게 전부인 사람이라 여름에 코스 준비중인데 화장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음
-
컨텍 하나야 메쟈 80 받을 정도로 뛰어난데 (실제로는 70받음) 타구질이 영...
-
돈은 여유 있는데 제가 고정석16마넌 쓰고있음 관리자분한테 문의하니까 자유석...
-
최근에 아침을 건너뛰니까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당분간 해보려고...
-
이상하게 14
동뱃달고다니는사람중에는 반수하는사람 잘 못본듯
-
적어도 아무 말 안하고 있으면 그렇게 보일테니까 현실에서 아는 사람들은 그냥...
-
음..난 닥후!
-
오르비ㄹㅇ망했네
-
ㅈㄱㄴ
-
인문인가요? 사탐 치든 과탐 치든 상관 없나요?
독수리대 가즈아!!!!
호랑이 못 잃어 엉엉ㅠ
운이 좋은 것 같아서 감사하는 중입니다
공감~ 실력을 갈고 닦다보면 운이 올때 잡을 수 있지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축하합니다.
만사에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