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는 말바꾸기를 좋아한다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28323428
학생들이 수능 국어를 힘들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수능에서는 단순히 말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소 난이도가 낮은 교육청 모의고사나 사설들을 보면 지문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서 선지에 넣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평소 눈알 굴려가며 같은 단어 찾기에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경우이죠.
그러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수능과 비슷할수록 단순히 같은 말을 또다시 그대로 해주는 경우가 적어집니다. 왜 그런가요? 라고 물으면 출제자 입장에서 아주 쉽게 난이도를 확 올려버릴 수 있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 답변을 좀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언어 사용자의 '사고력'에 그 이유가 존재합니다.
예컨데 제가 철수라는 아이를 싫어한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래서 철수를 엄청나게 욕합니다.
"철수는 혼이 좀 나봐야 해"
"철수는 정신 차려야 해"
"철수는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해"
"철수는 자기 행동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야해"
"철수는 훌륭한 자기 형을 본받아야 해"
정말 다채롭고 다양한 언어를 활용해서 철수를 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저 말들이 서로 다른 말로 보이시나요? 저는 이 모든 말을 같은 의미를 가지고 한 것입니다.
혼이 좀 나야한다, 정신 차려야한다,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다 등등의 말들을 듣고나서 생각해보면 "아, 철수는 나쁜애라는 거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훌륭한 형을 본받아야 해'라고 했는데, 이쯤되면 표현이 알쏭달쏭해지죠. 조금 더 고민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철수의 형은 훌륭한데, 이 사람을 본받으라고 하는걸 보니 철수는 안 훌륭하다는 점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비록 표현은 달리 해가며, 다른 단어를 쓰며 철수를 욕했지만, 제가 철수를 욕했다는 사실은 모든 문장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표면적으로는 달라 보이는 문장들을 다 같은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죠.
수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능에서 지문과 선지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다른 표현으로 적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고민해보면 어떤 선지는 지문에서 나온 내용을 단지 표현만 바꾸어 똑같이 말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표현을 달리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완전히 같은 말을 반복한거면 그냥 일치여부만 살펴보면 되지만,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면 과연 그것들이 같은 의미인지 생각을 하고나서 판단이 가능하죠.
이렇게 다른 표현임에도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사고력을 써야합니다. 수능의 궁극적 목표가 대학 교육에 적합한 사고력을 테스트하고 자극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비춰보면, 수능 국어에서 말바꾸기로 출제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일상적인 패턴입니다.
이런 부분은 다른 과목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납니다. 제가 예전에 수학을 지지리도 못할 때에는 모든 문제들이 전부 다 달라보이고, 다르게 풀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나니 '같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는 문제가 많이 보이더군요.
이렇게 서로 달라보이는 문제들이 사실은 같은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야, 같은 도구와 과정을 이용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달라보이지만 그것들이 사실은 같은 것을 아는 것이 공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0 XDK (+10)
-
10
-
Feedback & Summary 국어 문학 1. 선지에서 대상 명확히 따지기 2....
-
높2에 만점1이면 되는건가요
-
질문받는다 4
ㄱㄱ
-
지학사에 기재된 겸양 어법을 보면 양보가 겸양의 필수조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제가 좀 다쳤고 119도 왔고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 안전한 공간인 파출소에 있다가...
-
하루 한 번은 하는 거 아니었음 다들? 나만 두 번 함? 깨서 하고 자기 전에 하는...
-
동생이 고1이고 과목 선택해야하는데 건축학과 희망하고 내신은 2등급 나옵니다...
-
최적 정법 1
고2 정법 1학기내신으로 공부 좀 했었는데 (약간 까먹은 상태) 최적T 개념완성코어...
-
화학에서 백날 2나 처맞다가 지구 1뜨니깐 너무 행복함 2
화학에서 런친게 이렇게 달콤할줄이야
-
아 미적분 0
개어렵네. 미적분땜에 수학 망칠 거 같아.
-
부라 식비 컨비 학사 합치면 150은 넘게 든다고 알고있어서 걍 딴 재종 왔는데...
-
왜 자꾸 학원 급식으로 제육이 나오지...... 일주일에 한번 보는 기분인데 내가 민감한건가
-
유베 현역임 지구 공부를 안하는건 아니라서 맨 뒷페이지 허블법칙 세차운동 등등...
-
갖고싶은게 다 거래 준비중이라는데 내가 주인 설득 해야됨?
-
사문리밋 듣다가 안맞아서 윤성훈 으로 갈아탔는데요 ,리밋 교재 계속 갖고...
-
그럼 내일 아프지 머ㅓ
-
과탐도 양치기가 좋음? 13
둘 다 1컷~살짝 위라는 가정하에
-
전 3년 동안 못 받았어요
-
뉴런 다시보는데 이문제 닮음비랑 넓이비로 a,b 잡고 코사인하면 수가 너무 커져서...
-
작년엔 앞시간 뒷시간 따로 쪼개는 것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훈련시키진 않았는데 그냥...
-
실모 추천 2
수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실모 추천해주세요!
-
다음번에는 요걸로? 해야지 ㅎㅎㅎ
-
국어를 거의 100점 맞아야 될 거 같긴한데..목표 이대의대 제발
-
으억 물리 전자기장은 여전히 Amy가 없네 ㅋㅋㅋ
-
김종익쌤 후기 2
우선 우리 학교는 학기별로 2개씩의 선택과목을 마무리하는 식이고 나는 1학기때...
-
재수할껀데 6
뭐가 더 낫나요? 언매, 미적 생지 입니다. (높은 3 아님)
-
거성->백색왜성 단계 사이에 맥동변광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맥동변광성은...
-
평가원 기출만 본다. 사설모고는 주1회
-
프사 요걸로 바꾸고, 각성해서 광기든 NATO 용사 코비 어때유? ㅋㅋㅋ
-
4공법 한지 꽤 됐고 코어테마 앞쪽은 강의 2번 본 후 문제 3번씩 풀면서 어느정도...
-
사랑해요♡
-
학종 3
진짜 스토리도 없고 다 뭐 발표함, 모범이 됨 이런 내용밖에 없는데 걍 버리는 게...
-
현역땐 개판으로 공부해도 성적잘나오는 국밥과목이었지만 각잡고 파니까 성적 미친듯이...
-
강사 수업이 좋은 것도 맞는데 애초에 단과 강사 3명씩 라인업에 박아놔서 따라가기만...
-
티어별로 한두개씩만 하려고 함
-
지금 재종도 그냥저냥 다닐만 한데 강사컨은 전부 개쓸모 없는 것들 뿐인데 그걸...
-
시대,두각 강사 추천 10
07이고 내년에 다닐건데 진짜 추천하는 선생님만 투표하고 가주실 수 있나요 100점이 목표입니다
-
하지만 잠깐의 유흥에 속아 수능선택을 하는 바보짓은 하지말자
-
돈이없기도 하고 그냥 영화만 보는게 재밌기도 함
-
제가 무척이나 나가고 싶지만 반수하고 있어서 힘들듯 ㅠㅠㅠ 공유라도 하고 갈게여...
-
다들 취향이 확고하구만 글리젠 은근 빠르네
-
아주대의대교수들 "의대증원 매몰돼 전공의 사직 임시방편 처리" 1
"의대생, 2학기 등록금 납부 거부 '초강수' 둘 것…정원 배정 다시 하라"...
-
문학ㄱ.. 0
심찬우,정석민 둘다 문학 수강하셨던분계신가요? 쪽지로 질문 받아주실수있나요?
-
카라멜 혐오함
-
근데 그게 학벌이 있어야 됨 수능이 튜토리얼인것이에요
-
내신 등급 질문 0
고1이여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대학 수시로 갈때 과목별 등급을 보는거죠? 평균 등급이 아니라.?
-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채용 보장 계약 학과:가천대학교 클라우드공학과 2
올해 건국대 컴공과 겹쳤어요. 첫해는 무조건 저점이고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면...
-
3월이랑 비교해봐도 제자리걸음이네 ㅋㅋㅋㅋㅋ
-
어떤 게 더 나은가요?
박광일쌤 강의 들으셨나요 ??
아뉴
수능 영어도 똑같은듯
아 그거 재진술???
크윽 국어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