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서울대 합격자 수기.txt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2854122
지퍼가 고장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 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 쓴 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에 대한 희망이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
그러던 추운 어느 겨울날, 책 살 돈이 필요했던 나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 있는 시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 걸음 뒤에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 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감고,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앉아
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계셨던 것이다.
그 날밤 나는 졸음을 깨려고 몇 번이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가며 밤새워 공부했다.
가엾은 나의 엄마를 위해서......
내가 어릴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형과 나,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형은 불행히도 나와 같은 장애인이다.
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 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그런 형을 생각하며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 뒤 시간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에 합격하던 날,
나? ? 합격 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 날도 엄마는 좌판을 등지고 앉아
꾸역꾸역 찬밥을 드시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등뒤에서
엄마의 지친 어깨를 힘껏 안아 드렸다.
'엄마...엄마..., 나 합격했어.....'
나는 눈물 때문에 더 이상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엄마도 드시던 밥을 채 삼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서
한참동안 나를 꼬옥 안아 주셨다.
그날 엄마는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에게
함지박 가득 담겨있는 생선들을 돈도 받지 않고 모두 내주셨다.
그리고 형은 자신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나를 태운 뒤.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게 입혀 주고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나를 자랑하며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그때 나는 시퍼렇게 얼어있던 형의 얼굴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시장 한 구석에 있는 순대국밥 집에서
우리 가족 셋은 오랜만에 함께 밥을 먹었다.
엄마는 지나간 모진 세월의 슬픔이 북! 받치셨는지
국밥 한 그릇을 다 들지 못하셨다.
그저 색바랜 국방색 전대로 눈물만 찍으며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너희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기뻐했을텐데......
너희들은 아버지를 이해해야 한다.
원래 심성은 고운 분이다.
그토록 모질게 엄마를 때릴만큼 독한 사람은 아니었어.
계속되는 사업 실패와 지겨운 가난 때문에 매일 술로 사셨던 거야.
그리고 할말은 아니지만.....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몸이 성치 않은 자식을
둔 애비 심정이 오죽했겠냐?
내일은 아침일찍 아버지께 가 봐야겠다.
가서 이 기쁜 소식을 얼른 알려야지.'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는데,
늘 술에 취해 있던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들 앞에서 엄마를 때렸다.
그러다가 하루종일 겨울비가 내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유서 한 장만 달랑 남긴 채 끝내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고등학교 졸업식날,
나는 우등상을 받기 위해 단상위로 올라가다가
중심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만 계단 중간에?! ? 넘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움직이지 못할 만큼 온 몸이 아팠다.
그때 부리나케 달려오신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얼른 나를 일으켜 세우셨다.
잠시 뒤 나는 흙 묻은 교복을 털어 주시는
엄마를 힘껏 안았고 그 순간,
내 등뒤로 많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한번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매점에 들렀는데
여학생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그날따라 절룩거리며 그들 앞을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구석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측은해 보일까봐,
그래서 혹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까봐
주머니 속의 동전만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열람실로 돌아왔다.
그리곤 흰 연습장 위에 이렇게 적었다.
'어둠은 내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어둠에서 다시 밝아질 것이다.'
이제 내게 남은건 굽이굽이 고개 넘어
풀꽃과 함께 누워계신 내 아버지를 용서하고,
지루한 어둠 속에서도 꽃등처럼 환히 나를 깨어 준
엄마와 형에게 사랑을 되갚는 일이다.
지금 형은 집안 일을 도우면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 고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한시간씩
큰소리로 더듬더듬 책을 읽어 가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채.
오늘도 나는 온종일 형을 도와 과일 상자를
나르고 밤이 되서야 일을 마쳤다.
그리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문득 앙드레 말로의 말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는
너무도 아름다운 말이다.
**위의 글은 10 년전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 공모에서 고른 글이다.
그후 이 학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여
지금은 미국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여 박사과정에 있으며
국내의 굴지 기업에서 전부 뒷바라지를 하고있으며
어머니와 형을 모두 미국으로 모시고 가서
같이 공부하면서 가족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
90년대 초반이랍니다
퍼왔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부엉이 정전되면 좋겠다 17
후레시 켜놓고 동그랗게 앉아서 마피아하면서 놀고싶어
-
물독서 기원 아니면 22처럼 다죽어라 기원
-
이정도면 무난...?
-
문제 만드시고 비판을 받으시는데 문제도 잘못인거 맞는데 태도 자체가 틀림 사과를...
-
ㅈㄱㄴ
-
가성비 상타치인데 퀄도 좋으면 옵붕이들한테 공유해주겠음
-
두려워요...
-
엣지 배부 일정 0
간격이 어느정도인가요?
-
90점 이상 받은적이 단 한벗도 없음 바탕 상상은 점수 잘 나오는데
-
천둥번개 무서워 낼 설마 2년전 사태 재발하진 않겠지
-
국어 일클 4주차 1강 (비문학 파트) 수학 짱쉬운유형 미적 유형01~03...
-
저 정도로 비 오면 내일 등원할 때 우비 입어도 되겠죠? 2
가방 젖을거같아
-
방금 독서실 나왔는데 천둥번개 미쳤네...
-
좋은건지 나쁜건지…. 문학 비문학 실력은 늘고있는거 같은데 시간 조절 때문에 1등급...
-
마마마 9
-
이걸 야뎁을 쓰고도 오르비에 고개를 들고 다닌다고?
-
오늘 메모장에 있는 피드백은 넘기도록 할게요 힘들어서 쓰러지기 직덪ㄴ이에요
-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조합 독서고자도 얼추 풀 수 있음 (한비자 시간 갈기)...
-
물화생 아무단원이나 비교해서
-
음의정수? 그거 빼고는 왜케 쉬움..? 거의 다 맞고 심지어 시간 남음 나 국어못하는데
-
풀어본 사람 있음? 어떤지 요약좀 추천 or 비추천
-
히카 난도 킬캠이랑 비교하면 어느정도임?
-
원래 낼 아침에 올라갈랬는데
-
쩝쩝 2
대충 누가 먹는 소리
-
제발내일휴원 10
에바야 대치 지금 번개 존나 치는데
-
초성퀴즈 4
맞추면 10덕 ㅅㅋㄴㅋㄴㅋㄴㅋㅋㅅㅌㅌ
-
사문은 만표 평균 70, 세사는 66인데요. 탐구반영비가 높은 대학이 목표라면...
-
방학때 공부할려고 반년묵힌 강기분 언매 교재 잃어버림 ㅋㅋㅋㅋㅋ
-
이번에는 국어 영역 문학 대비를 사설 모의고사로 해야 하나 기출로 해야 하나 이...
-
우르르 쾅쾅 2
군주가 실정을 저질러 변화된 음양의 기를 통해 홍수가 내리는군.
-
-마플시너지 검더텅 -동네학원 교재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상한 실모 몇 개 직전년도...
-
이 글을 보고 있는 너. 너가 공부를 안하고 놀고 있으니 하늘의 수능신이...
-
중앙대 기계 버리고 한양대 정치외교 어때요?
-
SIUUUUUU
-
유빈이 순기능 6
컨텐츠 무료체험 ㄱㄴ 고민될때 직접 풀세트로 풀어볼 수 잇어서 커뮤에 안물어봐도돼서 너무좋음
-
김승리 빌런즈 2
기출인가요? 테이리는 부담스러워서 빌런즈라도 할까 하는데..
-
강대도 시대처럼 3
웰컴키트 같은거 주나요 궁금함 시대인재는 카드?도 예쁘던대
-
그래서 실모도 여러가지 섞어 풀어야 하는듯 하나만 풀면 그 스타일에만 익숙해지니...
-
팩트라 반박을 못하겠농
-
얘 왜 이럼 초성 개무시하네
-
여기서 2세대 얘기해도되지..? 콘서트도 한다는데 넘 조타
-
언제쯤 남들처럼 빠르게 n제와 실모를 벅벅할 수 있을까
-
지구 퀴즈2 8
분광형이 A0인 주계열성의 표면온도는 (A)K이고, 반지름은 태양 반지름의 (...
-
이제 실모 좀 주마다 풀려는데 히카 빡모 꿀모 강x 이해원모고 이렇게 좋다고...
-
나도 가지고싶다 번장 봤는데 88000원ㅋㅋㅋㅋㅋ
-
3131 주기성에 따라 수능때는 1예정
-
최적 기선제압 0
답지 없나요?? 책만 사서 풀려 했는데 답지가 없네요 작년까지는 있었던 것...
-
노원구에 있는 일반고에서 내신 3 초~중 나오던 허수입니다. 저희 학교 애들이...
아................
제가 고등학교 때 봤던 수기인데...
그 때 이거 보고 엄청 감동 받았던... ㅎ
나중에 얼마나 우리나라에 귀중한 인재가될지 애국자가 될지 기대되네요
다시 봐도 감동적인 수기네요
꼬끝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훌륭하신 분이 되었으리라 확신이 드네요
감동이에요ㅠㅠ
그후 이 학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여
지금은 미국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여 박사과정에 있으며
국내의 굴지 기업에서 전부 뒷바라지를 하고있으며
어머니와 형을 모두 미국으로 모시고 가서
같이 공부하면서 가족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이부분은 거짓말이라고 하네요.
그냥 사실을 알고싶어하시는 분이 계실까 해서..
아 이거 거짓말인가요 ㅠㅠ
이게 거짓말이어도 다른쪽으로 잘되셨을듯 ㅠㅠ
예전에 오늘의유머에서 봤었는데 지금 선생님인가 하여튼 잘되셨는데
우주항공 전공은 아니라는 댓글을 봤었어요.
감동을 더하기위해서 사족을..
눈물날라그래
ㅠㅠ... 감동적이네요 잘되셧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