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kmiki123 [84300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6-28 18:00:21
조회수 17,462

서울대 간 친구가 항상 했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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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wkmiki123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공부하면서 들였으면 좋을 법한 습관 하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

사진이 대여섯 개 되는데 글 자체는 짧으니 쭉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재수하던 해의 5월쯤에 재종학원에서 같이 짝이 된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딱 봐도 공부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게 티가 나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자사고 출신이기도 했고, 나중에 정시로 서울대 공대를 갔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서로 일부러 재종학원 담임선생님께 같은 짝으로 앉혀달라고 할 정도로 그 친구랑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때때로 국어와 화학을 알려줬다면, 저는 영어를 알려줄 수 있어서 서로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이런 학습적인 것들 말고도,

그 친구한테는 행동과 태도에서 배울 점들이 여럿 있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 친구가 아침에 학원생활을 시작할 때 한 행동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아침마다 뭘 했냐면,

학원에 오자마자(제가 통학버스 시간상 더 일찍 와 있었습니다이면지를 하나 꺼내 책상에 딱 올려놓고,

오늘의 날짜를 쓰더라고요.

그다음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국영수과탐순으로 리스트를 쫙 씁니다.

쓰는 데 몇십초? 얼마 안 걸렸어요. (아래는 예시를 든 사진이라 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적은 겁니다)

점심 먹을 때가 되니까,

그 친구는 2~3개 정도 리스트에 취소선을 촥촥촥 그었고,

저녁 먹을 때가 되니까,

똑같이 2~3개 정도 촥촥촥 긋고,

밤 10시가 거의 다 되니까,

똑같이 또 2~3개 정도 촥촥촥 그었습니다.

그러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면지를 구기고 재활용 통에 버리더라고요.


저는 재수 당시 그때까지는 평상시 계획표를 잘 작성하지 않았고,

그냥 시간에 맞춰서 손에 잡히는 공부들부터 했어요.

재종학원은 스케줄이 있으니까 수동적으로 해도 그나마 공부는 됐으니까요.

그리고 하루가 다 끝나고 나서야 뭘 했는지 일지를 기록하는 정도로만 끝냈습니다. ‘아 오늘은 이거이거 했었지...’ 이 정도로만 끝냈습니다.

끝나고 일지 기록하면서 공부한 것들 다시 상기시키고 복습한 건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와 달랐던 게 뭐냐면,

그 친구는 오늘은 뭘 할지에 대해서 이미 생각을 해 둔 상태로 학원에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첫 번째로 달랐던 점이었어요.


저는 그 친구가 아침에 맨날 하는 그 행동(그 친구한테는 이미 습관이 돼있었겠죠)을 옆에서 나날이 지켜보면서,

나중에 친해지고 그 친구한테 직접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친구가 저한테 말하기를

오늘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것들을 어딘가 볼 수 있는 곳에다 적어두고 하나씩 밑줄을 촥촥 긋는 행위 자체가

본인과의 약속을 훨씬 잘 지키게끔 한다

라고 하더라고요.

머릿속으로만 해야할 것들을 생각해내는 건 금방 까먹으니까,

일부러라도 기록을 할 수 있을 때 바로바로 적어놓음으로써 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하게끔 하는 것...

이게 두 번째로 달랐던 점이었어요.


이 두 가지 점들은 그 친구한테 정말로 잘 배웠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저는 당일 내로 또는 며칠 내로 할 일들이 생길 때 어딘가에다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어요.

정말로 [머릿속으로만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랑 [어딘가에다가 기록을 직접 남겨놓은 뒤에 실천하는 것]이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가장 큰 차이점은, 그날 해야 할 것들을 이면지에 적어놓으니까, 반드시 그날에 끝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는 것이었어요.

시각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가 앞에 놓인 이면지에 바로 보이니까요.


메모를 하기 전의 시기에는... 어느 날 완벽하게 못다한 일이 있으면 대충 '에이내일 또 하면 되지시간 많은데'하면서 긴장감 없이 느긋하게 내일로 미루고 또 미루는... 그러한 엉성한 공부를 하는 느낌이 좀 컸던 반면,

메모를 하고 나서부터는 그 당일당일의 리스트들 자체가 저에게 채찍질을 다소 해주더라고요.

'여기 이면지에 적혀 있는 거 얼마 안되는데,

합해서 6시간 정도만 제대로 집중하면 다 할 수 있는 건데,

오늘 이거 다 못 끝내면 난 진짜 게으른거고 의지가 약한거다...'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이전보다는 하루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메모를 꾸준히 작성함으로써 저는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들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내가 오늘 뭘 해냈는지 뭘 못 해냈는지 바로바로 확인이 매일매일 가능했고,

시간배분도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됨에 따라 더 규칙적인 공부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날 못한 게 한두개 있으면 반성하고 다음날 더 빡세게 공부할 수 있게끔 동기부여도 많이 됐습니다.

당연히 저도 역시나 사람이었기에,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그날 할 일들을 다 해내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는데요...

그러나 그 습관이 저로 하여금 '알찬 일주일'(일주일 중 5일 이상은 그날 할 일들을 다 해낸 주)들을 몇주동안 연속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분명합니다.

(7월말부터 9평 직전까지, 10월 초부터 수능 직전까지는 '슬럼프'가 전혀 없었습니다.)


처음에 습관 들일 때는 사실 귀찮아요.

에이 뭘 이런 걸 일일이 써~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면 되지...

저도 원래 이랬어요.

그런데 한 3일만 연속으로 아침에 할 일들 이면지에 써보고 하나씩 끝낼때마다 취소선 시원하게 그어보세요.

본인이 더 '성실하게'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고 성취감도 커지고 자신감도 훨씬 더 올라갈거예요 정말로.

물론 이것들이 평상시 메모하는 게 습관이 된 분들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ㅎㅎ




P.S.

여러분, 이 글의 포인트는 '계획 잘 세워라'가 아니라,

'계획만 세우지 말고 적절한 방법을 동원해 한다 했으면 꿋꿋하게 해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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