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이라는 공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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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이라는 폭력
'맞춤법'이라 칭해지는 어문규범에 관해...
논술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학생들끼리 어문규정을 두고 다투다가 네이버 국어사전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국립국어원에 들어가 최후의 심판을 받는 모습을 목격할 수가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좀 구분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문 규범이 사회적 약속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드물지 않은 경우라면, 그에서 벗어나는 건 (물론 읽는 사람도 불편하거니와) 사실 자신에게 적잖은 불편과 손해를 입힙니다. 공적인 발언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함으로써 내용에 대한 신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어디를 방문하고 남긴 방명록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맞춤법에 심지어 '쓸데없는' 강박을 과도하게 가지는 건 바로 이 때문)
그러나 사회적인 약속 자체가 동요하고 있거나 경합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이때 성문화된 규범은 실제 언어생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이 경우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이죠. 거칠게 말해 국가가 사회적 약속을 참칭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까지 성문 규범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건 '쓸데없는' 강박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더 고약한 경우는, 성문화된 규범이 아닌 그저 정보에 불과한 것이 마치 성문 규범인 양 호도되는 경우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떤 어문규정을 살펴봐도 성문적인 근거가 없는데도 단지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렇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그게 옳다는 식입니다. 대체 누가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런 규범적 권위를 부여했습니까? 그건 그저 국립국어원이라는 사전편찬 주체가 수집해 정리한 한국어에 대한 정보일 따름이고, 거기엔 얼마든지 잘못된 정보도 혹은 낡은 정보도 담길 수 있는 거죠. 즉 '표준국어대사전=사회적 약속'이 아닌 겁니다. 이건 '폭력' 중에도 죄질이 더 나쁜 일종의 '공갈'에 속합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세가지 층위를 구별하지 못하며, 그런 걸 훈련받은 적은커녕 배운 적도 없다는 거. 한국어 교육이라는 게 무조건 정답맞추기.. 사회적 약속이니까 무조건 지켜라.. 였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이 할 일은 무작정 사회적 약속이니까 지키라는 더러 옳을 때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는 '폭력'적이고 심지어 '공갈'스럽기까지 한 그 '교과서적인' 믿음을 되뇌며 재생산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상황에서 적어도 그 문제가 위의 세 층위 중 어디에 속하는 문제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입니다. 첫번째 층위에 속한 문제까지 '폭력'이라 매도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두번째나 세번째 층위에 속한 문제를 '사회적 약속'이라 강변하는 것도 매우 무모한 일입니다.
논술통 인문논술 정규반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 강남오르비학원
강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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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표준어를 강조하는 것은 또한 서울이 지방보다 더 “표준”이여서 지방이 서울을 따라야 한다는 이미지를 준다고 봐요.
그렇죠. 표준이 기술적 합리성이기 이전에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만들어내죠.
공적인 발언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함으로써 내용에 대한 신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부분 끝에 좀 다듬으셔야 할 것 같아요~ 글 잘 봤습니다
네. 고마워요.
맞춤법은 말씀하신 것처럼 어마어마한 권위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국가/기관 차원에서 일정한 기준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들마다, 심지어 일반 언중들마다 맞는다고 여기는 정서법이 다를 때 옳든 그르든 기준이 있어야 불필요한 언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약속이 동요'할 때 국립국어원에서도 그 동요를 억누르기보다는 인정합니다(효과[효꽈] 허용, ㅟ/ㅚ 발음 변화 등). 물론 짜장면, 닭도리탕 같은 경우는 국어원 측에서 강박 때문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 세 층위에 대한 구별이 필요하죠. 소통과 인지 과정에서 매우 유용성을 가져다 주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합성, 정보성의 성격이 강한 것은 이것이 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지, 그 확장 가능성을 알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헐 글을 읽다 말았었네요.. ㅋㅋ
글이 너무 읽기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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