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스멒 [376644] · MS 2011 · 쪽지

2013-06-06 01: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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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평가원을 응시하신 수험생 분들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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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험생 여러분. 오늘 평가원 시험 치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삼수 끝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시험은 잘 보셨나요?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7~8시간이나 되는 시험 시간 동안 긴장을 참아내고 시험 문제에 꾸준히 집중한 것은 대단히 가치 있고 정성스러운 일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본인 결과에 상관 없이 오늘 하루는 스스로에게 대견한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고3 혹은 n수생이 된지 벌써 못 해도 4달은 흐른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신 분들도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여러분이 시험 결과에 실망하셨든 만족하셨든 분명히 아셔야 할 것은 이번 시험은 고작 6월 모의평가일 뿐이고 대수능이 아니란 사실입니다.

수험 수기나 조언글을 많이 찾아본 수험생이라면 이미 6월 모의평가의 무의미함을 익히 아시리라 믿습니다.
6월 모의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이 정작 수능에서 그보다 훨씬 못한 성적을 받거나
6월 모의평가를 완전히 망친 학생이 수능에서 상위 1% 안에 들거나 하는 일이 매년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남은 150일은 그 정도로 길고 중요한 시간입니다.

6평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신 분들도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는 이르고 6평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으신 분들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수험생활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하죠.
6평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수능날 승패가 바뀔 가능성은 아직까지도 충분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과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먼저 수험생활을 겪어 본 선배로써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세워 드리겠습니다.


 1) 시험지를 펼치고 - 틀린 문제와 마주하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나간 모의평가 시험지를 다시 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시험지를 다시 열어 자신이 실수한 부분,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 완전히 문제를 잘못 푼 부분, 등을 마주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감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시험지를 다시 펼쳐야 합니다. 그것도 바로 지금 당장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능이 아닙니다.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치러지는 시험일뿐입니다.
여러분의 점수와 상관없이 시험지를 다시 살펴서 틀린 문제를 분명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6월 모의평가라는 귀중한 자료를 버리는 셈입니다.

수능은 승자/패자로 나뉘는 단순한 시합이 아닙니다. 1점이라도 나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막바지까지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험이지요. 
6월 모의평가는 여러분에게 있어 9월 모의평가 다음으로 귀중한 자원입니다.
이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중 어느 쪽의 점수가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또한 시험지를 다시 펼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더라도 틀린 문제를 똑바로 마주하는 것은 또 전혀 다른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건 다 아는데 실수한 거야. 수능에 나오면 맞을 수 있어.’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 이건 내 원래 실력이 아니야.’

‘내가 계획을 좀 잘못 짜서 6월 범위까지 진도를 완료하지 못했어. 범위까지 다 공부했으면 분명 그 부분 문제는 맞았을 거야.’

이런 합리화는 모의평가에서 점수를 잃은 수험생에겐 너무나도 쉽고 편한 길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명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문제를 실수해서 틀렸을 수도, 시험 당일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수도, 진도를 미처 커버하지 못해서 점수가 많이 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모의고사에서 실수한 학생이 수능날에도 실수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모의고사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학생이 수능날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모의고사에서 시험 범위까지 공부하지 못한 학생이 수능날에는 모든 과목의 진도를 마쳤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본 시험은 수능은 아니지만 수능의 ‘모의평가’입니다. 오늘 일어난 일은 수능 시험장에서도 능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뜻입니다.
모의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무시하지 마세요.

컨디션, 실수, 등의 변수들이 문제 풀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만약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생각되시면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세요.
또한 반대로 이러한 변수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이것들이 수능날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세요.

수능은 여러분 생각보다 훨씬 모의고사와 흡사할 것입니다. 약간 더 긴장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러니 만약 아직도 6월 모의평가에서 틀린 문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수험생이라면 지금 당장 시험지를 들고 책상에 앉길 권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지금이 안 된다면 내일도 괜찮고 모레 정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6월 모의평가가 주는 경각심도 떨어지고 틀렸던 문제에 대한 생생한 감도 떨어집니다.

최대한 빨리, 시험지를 마주하세요.


2) 시험지를 자르고 - 틀린 문제를 분석하자.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효율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오답노트이기에 오답노트 작성을 위주로 분석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문제를 분석합니다.
문제의 속성을 파악하라는 뜻입니다.
무슨 과목의 문제인지는 당연하고 무슨 단원의 문제인지, 무슨 형식의 문제인지,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가능한 한 상세하게 파악하여 적어봅니다.

적는 방식은 스스로 고안해 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대략적인 예시를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리 B형/ XX번 / 수학1 - 행렬의 연산 / ㄱㄴㄷ 진위 판정 문제 / 역행렬의 특징과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필요하다면 옆에 문제집이나 교과서 등을 펴놓고 목차를 참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적다보면 본인이 문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틀리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풀이를 분석합니다.
이 때에 인터넷이나 학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풀이 답안지를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물론 결국은 참고해야겠지만 일단 처음에는 스스로 문제를 다시 풀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도출한 풀이를 문제 아래에 펜으로 잘 정리해서 적습니다.
필요한 말만 적되, 사고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보이도록 적으세요.

(수학이라면 각각의 과정이 도출되는 근거를 확실히 하면서 넘어가시고, 언어나 외국어라면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풀이하게 되기까지 본인이 사고한 과정을 기록하세요.)

이제 드디어 풀이 답안지를 꺼냅니다.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면 아마 여러분이 작성한 풀이와 답안지의 풀이가 비슷할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분명 어딘가 여러분이 부족하게 푼 부분이나 논리적으로 비약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을 본인 풀이를 적은 펜과 다른 색깔의 펜으로 보충하여 적어 넣으세요.

만약 본인의 풀이가 완전히 틀렸다면 다른 색깔 펜으로 크게 가위 표를 하거나 네모로 묶어서 ‘틀림’이라고 적은 뒤,
그 아래에 올바른 풀이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본인이 작성한 풀이가 틀리거나 부족하더라도 옳은 풀이와 분간하여 읽을 수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답노트는 작성에도 의미가 있지만 다시 읽고 분석하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오답노트를 꺼내 읽었을 때, 본인이 어디서 풀이를 실수했는지 한눈에 볼 수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본인 풀이와 그 부족한 점이 동시에 드러나도록 오답노트를 구성하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답안을 분석합니다.

여기서 답안은 자신의 ‘틀린’ 답안입니다.
위의 문제 분석과 풀이 분석을 완료하셨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답안이 왜 틀렸고 어떠한 판단 미스로써 그런 답안을 도출하였는지 알고 있는 상태일 것입니다.

이제 그 원인을 좀 더 상세히 파악하여 적어둡니다.
가령 실수를 해서 한 문제를 틀렸다면 그 문제에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왜 했는지를 적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읽기 조금 힘들더라도 쓰기 편하게 서술형으로 적는 것이 나중에 사고의 흐름을 이해하기에 용이합니다.

‘수학 XX번 : 실수를 해서 틀렸다. 문제를 읽다가 이전에 푼 기출과 비슷한 표현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그 기출문제와 똑같은 문제일 것이라 여기고 성급하게 문제를 풀어버렸다. 
XX번인데 시간이 집모의 때보다 훨씬 적게 남아서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위와 같이 적다 보면 본인이 부족한 개념이나 문제 풀이 기술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시험 자세 및 시간 관리 등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3) 시험지를 덮고 - 틀린 문제를 잊어버리자.

지금까지 신나게 시험지를 펼치자느니 자르자느니 하고 왜 다시 시험지를 덮고 잊어버리자는 걸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6월 모의평가는 수능이 아닙니다. 끊을 때를 확실히 하잔 뜻입니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났습니다. 1, 2 단계를 잘 따라오셨다면 틀린 문제의 인식과 분석도 완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험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은 것입니다. 미련 없이 6월 평가원 점수나 실수한 문제 따위는 잊어버리세요.

그렇다고 이제부터 완전히 6월 모의평가와는 상관없는 수험생활을 꾸려 가라는 말은 아닙니다!

6월 모의평가 시험을 분석하고 오답노트를 만들었다면, 여러분은 단순히 모의평가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 시험 자세와 스스로의 공부 진척 정도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게 이루어져 있는 상태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수험 생활 설계를 시작합니다.
거창하게 수능까지 계획을 모두 짤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상세히 짠다면 좋은 일이긴 합니다.)
본인이 수행해 나갈 수 있을 만큼의 계획과 공부 방법의 작은 변화를 시도합시다.

실수로 문제를 많이 틀린 학생이라면 오답노트 및 문제 꼼꼼히 읽는 연습을 좀 더 계획 하세요.
시간 조절에 실패한 학생이라면 하루 공부 일과에 모의고사 1회분 정도를 추가해 보세요.
시험 범위까지 진도를 나가지 못한 학생이라면 1달 정도 구체적인 기간을 잡아 밀린 진도를 모두 커버하는 공부 계획을 작성하세요.

이런 식으로 단순히 문제 풀이를 넘어 매일매일 수험생활에 피드백을 넣고 나서야 6월 모의평가의 활용이 완전히 끝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으셨을까 걱정이 됩니다 ㅋㅋㅋㅋ
좀 더 피부에 와 닿도록 설명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했더니 글이 길어졌지만 요약하자면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6월 모의평가 시험지를 다시 검토하고’, ‘틀린 문제와 원인을 분석한 뒤’, ‘이를 보충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수험생활 계획을 설계할 것’

이 세 가지 단계가 6월 모의평가 활용의 핵심이자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150일 정도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수능까지 150일 가량 남아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나간 150일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150일 입니다.

수험 생활의 딱 중간 정도에 시행된 6월 모의평가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읽고 궁금하신 점이나 상담 받고 싶으신 분들은 편하게 쪽지로 연락 주세요.
시간이 되는 한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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