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 [882601] · MS 2019 · 쪽지

2021-04-28 16: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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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판을 떠나고 나니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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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난 삼수를 했다


고1 후반이 돼서야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했고 나름 괜찮은 성적까지 도달한 적도 꽤 있었지만 기초가 부족했던 국어나 영어에서 심각한 결함을 보여 재수를 선택했다


큰 마음을 먹고 강남 러셀로 가서 독학 재수를 시작했고 인터넷으로 보던 유대종, 조정식의 현장 강의를 러셀에서 들으며 나름 즐거운 재수생활이라고 생각하며 공부했다

6월부터는 김승리,현우진,이지영의 대치동 현장 대형강의도 들으면서 성적도 같이 상승했기에 공부가 너무 재밌다고 느끼면서 수험생활을 보냈다

특히나 내가 이때 친 9평은 국어 1컷이 98이고 어려운 과목이 딱히 없던 시험이었기에 내 인생 최고 점수와 등급을 기록했다

겉으론 겸손해야된다며 공부에 집중하는척 했지만 속으론 이미 내가 가고싶은 학교의 캠퍼스를 걸어다니는 생각에 신났던 것 같다

수능을 못 칠거라고 생각 자체를 안했다


그렇지만 19수능, 난 처참하게 패배했다

국어가 어려운 탓도 있었지만 난 시험 자체를 탓하기보단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이 어려운 시험에서도 1등급은 존재하고 난 그걸 받지 못했고 그만큼의 노력이나 실력이 부족했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삼수를 결심하고 몇개월동안 내가 실패한 원인이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수많은 강사의 강의와 기출분석을 보면서 생각을 뜯어고쳤다

통달할 때까지 보고 외우자 반복하자

그래서 3월부터 풀악셀을 밟아 공부했다

작년부터 지겹도록 본 기출과 개념이지만 정말 많이 봤다

그래서 6평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왔지만 나에게 칭찬은커녕 즐거울 정신이 어딨냐며 억압했다

그 결과 난 7월부터 무너졌다

이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공부를 하고싶은데 할 힘이 없어서 못하겠더라

그러다가 공부할 마음까지 사라져버렸다

최대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할려했지만 이미 한 번 빠진 힘은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또 신기하게 이렇게 힘이 없었는데 9평도 잘 봤다

삼수때는 재수보단 나은 성적이 나왔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다행히도 지금 다니는 학교가 꽤 마음에 들어서 입시판을 떠나게 됐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진짜 부족했던건 실력보다 다른 것이었다


작은 것이라도 칭찬해주는 마음가짐과 그 와중에 묵묵히 공부해나가는 뚝심이다.


재수때는 오만함이 삼수때는 조급함과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다

여기에도 이런 감정 느끼는 사람들 많을텐데 이걸 느낀다고 본인에게 뭐라하지않았으면 한다

이런걸 느끼는건 당연하고 그 와중에도 그냥 묵묵히 공부하는 애들이 결국엔 이긴다 이건 진짜다

본인을 작은거라도 칭찬해주고 예뻐해줘라

남들과의 비교보단 이런건 내가 낫지 않나?라며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줘라


본인을 괴롭혀서 얻은 동력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수험생활하면서 진짜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올바른 방향으로 묵묵히 버티다보면 봄은 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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