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11-22 00:40:43
조회수 6,577

One Value VS Own 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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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가치.
자신만의 가치.

가끔 스스로에게 의문이 듭니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가치인지.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내가 성공했소'
'내가 부자가 됐소'
하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메뉴얼을 따르고 있지는 않은가. 
가끔 스스로에게 의문이 듭니다.

여태까지 시험문제 정답을 맞추고 좁은길에 들어서는 법은 배웠지만
내 앞에 놓인 무수한 가능성과 광활한 자유속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법은 배운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조금 '덜'불안하기 위해 
타인이 만들어놓은 매뉴얼을 따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겠다는 의문이 듭니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습니다.

제로섬 게임은 

게임에 참가하는 양측 중 승자가 되는 쪽이 얻는 이득과 패자가 되는 쪽이 잃는 손실의 총합이 0(zero)이 되는 게임을 가리킨다. 즉, 내가 10을 얻으면 상대가 10을 잃고, 상대가 10을 얻으면 내가 10을 잃게 되는 게임이다. 이처럼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독식의 게임인 만큼 치열한 대립과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로섬게임 [zero-sum game] (두산백과)



One Value.

하나의 가치

우리는 여태껏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야한다는, 당위로서의 교육만 받았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우리가 교육받은,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모두들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러한 가치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정원이 정해져있더라구요.

제로섬 이더라구요. 

한명이 붙으면 한명이 떨어지더라구요.

내가 일등급 맞으면 다른사람은 이등급으로 바뀌더라구요.

내가 대학에 붙으면 다른 사람은 재수를 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얻으면 남들은 잃게 되더라구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은 좋은거라고, 남들도 좋은거라고 하죠.

솔직히

명문대에 붙으니 남들도 부러워하고 스스로가 자랑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니, 따가운 기억들이 남더라구요.

전 삼수했잖아요?

남들에게 +2를 해주는 동안, 내가 -2가 되었던 기억들이요.


지나친 감성주의 일까요? 제가 +1이 되니

갑자기 -1이 되어야할 타인들이 생각이 들더라구요.

(... 한번에 붙었으면 평생 이런 생각 안하고 살았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굉장히 우울하게 보냈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죠.

물론 타인에 대한 걱정보다도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대학공부도 재미 없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 뭐 그런 것들에 대한 걱정이 저를 필요이상으로 짓눌렀죠.



우연이 누적되면 필연이 되는 것일까요?


물리 레포트 쓰기 싫어서 작년의, 오르비를 구경하다.

내 글을 읽어보고. 

'아 나는 작년에 이런 생각을 하며 삼수생활을 했구나.'

라고 추억에 빠지다, 글을 하나 썼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좋아요도 많이 받고, 조회수도 일만이 넘어가고. 솔직한 쪽지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져서, 

'아 나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날 때 가끔씩 글을 써서 올렸어요.


오르비에, 대학생이 되어 처음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살아가는 자기만의 이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해놓았더라구요.

다다음 글은, 비교하지 말라면서

'세상의 모든 관심은 컴플렉스의 반영이다'라는 박경철 씨의 문장을 인용했더라구요.


왜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비교하지말라는 닉네임으로 아이디를 만들었고.

살아가는데 자기만의 이유가 필요하다. Own Value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비교'와 Own Value가 아닌 One Value만을 추구하는것이 저의 컴플렉스가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제 삶은 비교와 One Value만을 따른것은 아니었을지요. 


약간 다른소리를 하자면,

저는 우연을 좋아합니다.

혼자여행가서 계획도 그 전날 밤에 새우고

처음보는 사람들과 갑자기 동행도하고, 술도 마시고.

우연히 만난 선배한테 학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 두달? 늦게 들어가서 갑자기 같이 활동하고.

참 재미있더라구요. 우연이라는 녀석은

오르비에 쓴 글도 하나의 우연이 아니었을까요.

이 글을 본 그대들도 하나의 우연이죠.


하지만 한번의 우연과 여러번의 우연은 다른것 같아요.

우연찮게,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한번이지만,

다시 한번 그 분을 우연찮게, 만나면 정말 기쁘더라구요.


글쓰는 것도 저에게는 하나의 우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번이 두번이 되고 세번이 되고 열번이 넘어갔고,

그대들의 피드백도 저에게 상당히 만족할만한 것이었습니다.


글쓰는 것은 이제 우연을 넘어서 저에게 하나의 필연이 될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 자신만의 Own Value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이 길이 쉽지 않아요.

경제적인 문제나 현재의 전공, 어떤 글을 쓸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찰.

혹은 내가 이 길에 정말 흥미를 느끼는지, 재능은 있는지 고민해봐야겠지요.

거기다 Own Value를 찾았다고 마냥 행복할것 같지만은 않아요. 

또한 글쓰기라는 것은 보통 행복을 쓰기보단 불행을 쓰는 작업이잖아요?


다시 한번 다른 길로 새자면,

우연찮게 어떤 수험생과 밥도 먹고 술을 먹을기회가 생겼어요.

한 소주 네잔? 먹이니 정신을 제대로 못차리더라구요.

술집에서 취해서, 누워 한마디씩 하더라구요.


'나는 20년동안 공부만 했는데 왜 의대를 못가!'

로 징징거리기 시작해서..

재종반 다니면서 짝사랑했던 이성에 대한 문제.

헤어졌던 그에 대한 이야기. 

약간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

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라고 결론이 나더라구요.



One Value는 우리를 구원 해 줄 수 있을까요?

타인과의 비교우위를 통한 행복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 가능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꺠진 항아리에 물을 계속 부어넣으면 그 순간은 물이 차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하지만 평생 부어야죠. 그것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 그대들이 추구하는 Value는 One이에요? Own이에요?

아니면 광활한 자유앞에서, 불안하지 않기 위해

일단 열심히 무엇을 하고 있나요?

떄로는 열심히 하지 않는 자신을 경멸하기 까지하면서...?



 

나는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있는지.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면 결론을 내릴 수 있으신가요?


참..답이 없는 문제 같아요.

설령 답이 있다고 해도 남들이 내려줄 수 있는 결론은 아닌것 같아요.


이제 시간 많잖아요?


좋은 남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좋은 책들도 접해보고.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들도 해보고.

주체적으로 결정한 자신의 일들도 해보고.


그렇게,그렇게 필연의 길로 인도해줄

현재의 모든 우연들에게 충실해 보세요.


또 알아요? 우연들에 충실하다보면.

내년에는 술먹고 드러누워도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이 안나올지??

Own Value를 갖는것이 쉬운길은 아니더라구요.

저도 물론 그 과정속에 있는 사람이고.

(어쩌면 모든것은 과정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항상 쉽고 효율적인것만이 최고의 선택은 아니더라구요.

가끔은 어려운 길도 가보고,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도 하지만 그속에서 깨닫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 우리네의 삶이 아닐까요?


.. 그대들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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