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생의 재수 시절 이야기 - 1.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40259645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재수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19수능(국어 헬 수능) 현역 세대이며, 20수능까지 응시했습니다.
현역시절, 내신이 고2 2학기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했으며 고3때 수리논술만 한다고 무모한 도전을 했고, 수능은 국어 5등급, 수학 가형 4등급, 영어 4, 물리1 6등급, 생1 5등급이 떴죠.
지방대도 미달 뜨는 곳 겨우 갈까 싶은 수준입니다.
차라리 수시로도 지거국은 갈텐데 싶은 심정으로 부모님께 빌어서 재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처음 간 곳은 꽤나 꽉 찬 스케줄로 굴리기로 유명한 강남의 "ㄱㅇ" 이라는 학원이었습니다. 상담 받을때 들리는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죠. "다른것도 문제고 물리는 책임 못지니까 지구과학으로 바꾸던가 아니면 물리는 알아서 하라" "잘 된다면 국민대까진 가능할 수도 있다" 라고 하더군요. 중학교때부터 지구과학은 첫장 보자마자 집어치우고 손도 안댔기에 저로서는 참 모순되는 말이었죠.
다른 학원은 성적때문에 힘들었기에 강남 대치동에서 가장 들어가기 쉬운 대형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거기서 가능 등급으로 "23222"를 말하며 잘 하면 중경외시도 간다는 식으로 말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대치동 모든 학원의 재수 성공 사례를 다 찾아봐도 그 정도의 상승 사례는 없었으며, 진작에 그것이 등록시키기 위한 거짓말임을 알았음에도 애초에 갈 곳이 없었기에 등록을 했습니다.
첫 상담, 담임이 말하길 "참 문제다...이걸 어떻게 해야되냐"며 등급을 끄적입니다. "34222...33222...상명대...? 안되나..." 하더니 "알아서 해봐..." 하더군요.
이미 예상했으면서도 마음이 쿵...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목표는 서울시립대 이상이었는데, 주변 친구들부터 학원 선생님들까지 하나같이 "내년까지 할려고??" 라는 반응을 했습니다 ㅋㅋㅋ...
악에 받친 저는 수학부터 잡자고 마음먹으며 하루에 정규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평일 5시간, 주말 10시간을 수학만 했습니다. 밥도 점심은 굶고 저녁만 귤 하나 or 바나나 하나로 버티며 밥시간도 아끼고 잠도 12시에 자서 5시 반에 일어났었죠.
유명하다기에 맛보기 강의를 보고 재밌어보여서 현우진 선생님의 커리를 타기로 작정하고 오티에서 설명하신대로 무작정 뉴런, 시냅스, 수분감 미적2 기벡 확통을 모두 사서 1월 22~29일부터 모두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문제를 반드시 먼저 풀고 강의를 들었으며 오답노트도 전부 하고, 부교재와 기출 또한 하나도 빠짐없이 다 풀고 오답까지 다 했으며 그렇게 9권의 문제집을 3월 초에 모두 끝냈습니다. 정말 당시 뿌듯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러고 바로 드릴 미적분과 해시태그2750이라는 모의고사로 연습을 했죠.
국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만난 선생님 세 분중 한 분을 만났습니다. 당시 "네 현재 국어 실력은 말갈족 급이다. 이제 내가 하라는걸 한 번 해와봐라. 네가 타고난 언어능력이 있는지 보겠다" 하셨고, 하루 50분 딱 시키는대로 했더니 "타고난게 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하셨고 이후 고3때까지 모의고사에서조차 3등급도 받아보지 못했던 제가 6평에서 2등급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빡빡한 생활을 견딘건 당시 그 학원에서 친해져 현재까지도 같이 노는 한명의 친구와 서로 스터디메이트같은 역할이 되어준 덕분이었습니다. 여담으로 그 친구는 홍익대 공대에 붙었으나 한번 더 했고, 의대에 갈 것이라며 현재까지 수능공부를 하고있습니다. 그 친구와 붙어앉아 서로 같은 모의고사를 풀고 서로 봐줬으며 졸릴 땐 한쪽이 딱 3분정도 뒤에 깨워주는 식으로 지냈죠.
과학은 물리 김성재T, 생물 한종철T의 강의를 들어서 수능에서 원점수 42점, 45점 정도가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고 남들의 예상과 "한계는 보통 그 성적대는 1년 해서 상명대다"라는 것을 뒤엎고 수능 최저를 맞추어 수리논술로 중앙대 공대를 붙게 됩니다.
6평 이후 옮긴 메가스터디 학원에서 새 담임선생님이 수능 성적표와 6평 성적표를 대조하며 "빨리 진짜 수능성적표 가져와"하시던게 생각나네요 ㅋㅋㅋ
참 다사다난 했었는데 그 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고, 가장 많은걸 배우고 돌아본 해가 아닌가 싶네요.
지금까지 평범한 대학생의 이야기였으며 예비고3분들과 수험생분들 모두 파이팅 하시고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합격 당시 후기는 제 이전 글에 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자꾸 고1쪽에서 막혀셔 쎈 상,하 샀는데 문제 B-하 B-중 B-상 C 중에서...
-
둘다 붙으면?
-
공연시간 150분이라던데 이 정도면 아는 노래 총출동이겠네 초딩 때부터 들어온 나의...
-
8의 의지 ㄷㄷ
-
원래 작은 책상 하나 있고 그 옆에 1단 짜리 책장있는데 그거 다 없애고 존나 긴...
-
92점 (확률과통계) 15번 틀: 딱 한 번 시도해보고 못 풀겠다 싶어서 바로 드랍...
-
기억이안나네
-
수학 도와주실분 4
수1은 어느정도 푸는데 수2를 못하겠어요..ㅠㅠ 4등급인데 공통 수1은 21,22...
-
역사덕후들이 하는 게임 있는데 주변에서 아는사람(하는사람x) 딱 1명봄...
-
3등급 노베임 ㅎ 지금 들어가면 따라가기 많이 힘듬??
-
아무 말이나 써놓고 양으로 승부봐도 되긴 하지만 그럼 만족이 안 됨 문장의 짜임이...
-
대깨의는 그럼 강제로 +1인거임?? ㅋㅋㅋㅋ 진짜 말이되나? 미치겠네
-
수학 노베 0
수학 노베이스라서 재수 생각하고 늦었지만 지굼부터 수학 해보려고하는데 현우진 선생님...
-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성실하게 공부히고 얌전히 말 잘 듣는, 전형적인 선생님한테...
-
수2는 재미있기라도 하고 기하는 단연 최고의 과목인데 수1은 왜 이 모양일까요...
-
국어 23 6모 6등급 23 수능 5등급(국어 공부 거의 안 했다고 봐도 무방함)...
-
여기 역덕 있나요? 10
동사세사 5050 나오는데 저랑 역사얘기 하실분 구해요
-
앙대앙대 0
중앙대 국문 가려면 정시 백분위 어느정도로 봐야돼용? 6월부터 공부시작햇는데 감이안잡히네
-
친구가 그리말하는데 개소리인거같기도하고
-
[10모 5>수능 1] 수능 한국사 전범위 요점정리(2025 수능대비) 1
구매링크...
-
항상 수1 수2를 하다보면 미적분을 오래 안하게 되어서 까먹고 또 그래서 미적분...
-
어케 풂? 진짜 다 구해놓고 마지막에 막히는게 너무 많음
-
수학은 수1 수2 미적 이렇기 과목이 나눠져있잖아 나는 현우진 듣는데 과목마다...
-
내일 무득점할듯
-
택시 탈려고 하는데 잔액이 없거든 근데 후불이라서 당일이 아닌 며칠 후에...
-
.
-
전공의 대표 “병원장들은 거대 권력에 굴복...고소·고발 준비 중” 2
17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
수1은 어느정도 푸는데 수2를 못하겠어요..ㅠㅠ 4등급인데 공통 수1은 21,22...
-
댕신기;;
-
"종일 암 수술해도 쌍꺼풀 수술보다 값싼 게 필수의료 현실" 3
'공공병원서 필수의료 20년' 외과의사…"빅5 병원만 살아남고 필수·지역의료 붕괴할...
-
잠이 많이 안와서 오늘좀 일찍 시작했어욥 05시부터 19시40분까지 쎈 자꾸 틀려도...
-
독서는 김동욱 일취월장 하고있고 문학은 김상훈 문학론 하고있는데 문학론 끝난이후에...
-
수시입시 컨설팅 0
수시 이과 컨설팅 받고 싶은데 입시 컨설팅 추천해주세요
-
고2때 윤사를 안했었는데 3학년 선택과목으로 생윤해도 2학년 때 윤사 했었던...
-
사실 제가 그동안 직장에서 일을하면서 직장 바로 위 사수님이랑 갈등이 있었어요...
-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 질문! 유기화학 아시는분… 2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을 했는데 촉매를 산촉매랑 염기촉매를 썼거든요? 저는...
-
작수 미적 사문 지구 봤고요 반수중입니다 올해도 미적 사문은 그대로 갈건데 지구가...
-
시대인재 인문반 기준으로 하반기 한달에 컨텐츠비로만 어느 정도 나오나요?
-
으쌰 으쌰! 진핑아 멀리 안간다 ㅋㅋㅋ 착짱 죽짱!
-
4등급이 듣기에 시대 남지현t 확통 서바 정규반은 따라가기 어려울까요? 이미지t...
-
약장 달았다 2
희희
-
수학황들 기출 7
현재 삼반수 중인 사람인데 기출을 재수랑 현역때 애매하게 봐서 다시 제대로 잡으려고...
-
블라 굳굳 6
감사합니다 웹툰이나 ott 미리보기 사이트였어도 똑같이 신고해달라고 했을거에요
-
쌍점 0
쌍점(:)은 대부분 앞말에 붙여 쓰고 뒷말과 띄어 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
김광현 요새 왜이러냐 세월이 무서워
-
그렇게 느끼는분들 궁금해요
-
사문 문풀 0
문풀 한 번도 안 했어요
-
안녕 5
-
6모 공통에서 10 15 20 22 틀렸는데 1등급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드릴 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하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운을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