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및 경상수지와 관련해서 더 읽어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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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경제적 언어의 이해 해설집>에 실린 2011학년도 9평 J커브 관련 해설의 <더 읽어볼 이야기>입니다.
무료 PDF로 배포되고 있고, 제가 최근에 썼던 글을 보시면 문제집과 해설집이 모두 PDF로 올라가 있습니다.
https://www.orbi.kr/00040668492
《더 읽어볼 이야기》
[Q] 지문을 보면, 환율이 상승 후에 수출량이 증가하고 수입량이 감소하더라도, 국내외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면 경상 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데 그게 무슨 말이죠?
[A] 먼저, 이 글에는 빠져 있는 내용입니다만,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경상 수지는 미화($)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수출량도 $, 수입량도 $로 계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각각 1$짜리 약과와 초콜릿을 100개씩 수출하고 수입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환율은 1$에 1000\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이게 수출과 수입의 전부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상 수지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도표1] - 환율 상승 전의 상황
개당 가격 | 수입량 / 수출량 | 수입액 / 수출액 |
초콜릿: 1$ (원화1000\) | 수입량 100개 | 수입액 100$ |
약과: 1$ | 수출량 100개 | 수출액 100$ |
[도표1]의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빼니 0$네요. 환율이 1$에 1000\일 때 경상 수지는 0입니다. 무역 적자도 흑자도 아닌 상황이네요.
그런데 환율이 올라서 1$에 1300\이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상품의 가격이 조정되겠죠? 초콜릿은 1$에 수입하면 환율이 1300원에 1$니까 1300\은 받아야 외국에 1$를 지불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약과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1000\에 판매되겠지만, 환율이 올랐으니까 0.8$에 팔아도 1040\으로 바꿀 수 있어 이익입니다. (0.8 × 1300 = 1040) 이렇게 수입 초콜릿은 1300\에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수출 약과는 0.8$에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황이라면, 수출량이 늘어나고 수입량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도표2] - 환율 상승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상황
개당 가격 | 수입량 / 수출량 | 수입액 / 수출액 |
초콜릿: 1$ (원화1300\) | 수입량 50개 (50개 감소) | 수입액 50$ (-50$) |
약과: 0.8$ | 수출량 150개 (50개 증가) | 수출액 120$ (+20$) |
이렇게 되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빼니 70$가 남습니다. 경상 수지가 70$ 흑자겠군요!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은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수입량과 수출량의 변화가 큰 경우입니다. 만약, 국내외 상품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면, 수입량과 수출량의 변화가 작아서 경상 수지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수입 초콜릿이 1000\에서 1300\으로 올랐지만, 초콜릿을 끊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입량이 조금밖에 줄어들지 않고, 미국에서 약과가 예전보다 0.2$나 싸게 팔리지만 그다지 소비량이 늘어나지 않아 105개로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면 다음과 같이 경상 수지에 적자가 납니다.
[도표3] - 국내외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상황
개당 가격 | 수입량 / 수출량 | 수입액 / 수출액 |
초콜릿: 1$ (원화1300\) | 수입량 95개 (5개 감소) | 수입액 95$ (-5$) |
약과: 0.8$ | 수출량 105개 (5개 증가) | 수출액 84$ (-16$) |
[도표 3]의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빼 보니 –11$ 적자가 났습니다. 환율이 오르기 전에는 0$였는데, 가격 조정도 이루어졌고, 수입량이 줄었고 수출량은 늘어났는데도, 오히려 경상 수지는 악화된 것이죠.
위의 [도표3]과 같은 장기적인 현상과, J커브 현상에서 일어나는 단기적 경상 수지의 악화 현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도표3]이 보여주는 문제는 수요 구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수입량이 더 줄어들거나 수출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습니다. 즉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장기적인 현상입니다. 반면 J커브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장의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현상이지요.
또한 [도표3]은 가격 및 물량 조정이 모두 끝난 결과적 상황인 것에 비해, J커브 현상은 가격 및 물량 조정이 이루어지는 기간 중에 발생하는 과정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도표3]에서는 환율이 상승한 만큼 초콜릿의 원화표시가격도 1300\으로 상승되어 있는데요, J커브 현상이 일어나는 가격조정기에는 환율이 상승했음에도 초콜릿이 여전히 1000\으로 표시되어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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