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12-27 01:16:41
조회수 9,790

현 세대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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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은 다르게 태어나는 것 같던데?” 

“아니야, 그 사람들은 다르게 태어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거야.”

-신경숙, 외딴방中-



그녀는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정읍여자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구로 공단에서 노동하며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야간부 산업체특별학급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합니다. 

여기서 말한 '그녀'는 신경숙 이며, 신경숙 작가는 삼십대가 되어서,

십대시절의 자신과 삼십대 시절의 자신을 소설속에서 교차시킵니다.


작중 화자는 서른 두살, 제주도에 홀로 글을 쓰러 내려온 신경숙작가.

작중 화제는  과거의 신경숙. 방황하던 십대시절의 자신의 스토리.


위에서 인용한 문장은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던

열여섯살의 신경숙과 열아홉의 사촌언니가

타지의, 구로공단 직업훈련소에서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며 나눈 대화입니다.


편지를 쓰며.. 앞으로는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어린 신경숙에게, 늦깍이 여고생이된 사촌언니는

작가는 다르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아니냐고 질문 합니다.

그에 신경숙 작가는.

그 사람들은 다르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시대, 우리들은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며 사나요?


현대의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사회는

인간에게 크나큰 편리성과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속력을 10km/h 까지 올린 런닝머신처럼 우리에게 

'숨가쁜' 뜀박질을 명령합니다.


우리는 진보한 사회, 10km/h의 사회에서

칼로리가 소모되는 혜택을 얻는 동시에

숨이 가빠야하는 한계 또한 받아들여야합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차이는 언제나

당연시 되는 권리를 누릴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법입니다.


우리의 한세대 위인, 신경숙작가는

전북에서 서울로 '유학'을 오고,

낮에는 공장에서 조립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공장일에 숙달이 된 '레일 1번' 신경숙은

미리 부품을 조립해놓고 레일위에 노트를 한권 폅니다.

그리고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필사합니다.


'숨가쁘게' 수능을 준비하는 우리들 '조차' 아는 이야기입니다.



생존을 하기 위해 '숨가쁘게' '레일 1번'의 역할을 하던

유신시대의 신경숙작가는 '숨이 가쁘다'는 이유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여섯의 신경숙이 아름다운 태도로 '한계'를 대한 지

이십오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유신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고, 군사정권도 물러갔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서로 정권을 뒤바꾸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냅니다.


그 사이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를 믿는 우리는,

런닝머신 계기판 위에 적힌 속도를 제한없이 올리고 있습니다.

태어남을 선택하지 않은 나약한 개인으로써는,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는 사회상입니다.



결핍의 시대를 지나 풍요의 시대를 맞은 우리들은

외적으로는 풍요로워지나 내적으로는 결핍이 발생하는 역설을 맞이합니다.



문학 평론가이자 사회 인류학자인 '르네 자라르'는 

욕망의 삼각형 이론을 제시합니다.

그 이론의 내용은,

우리의 욕망은 자기 자신이라는 욕망하는 주체와

그 욕망의 대상, 그리고 그 욕망을 만드는 매개자라는 세 꼭지점을 

중심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즉 욕망의 본질은 대상이 아니라 중개자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 자체를 보고 저절로 욕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제 3자가 그 대상에 대한 욕망을 부추길때만 욕망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것이 르네 자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이론이고

간단히 줄이자면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금언과 일맥상통합니다.


제가 욕망에 대한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숨이 차오를때'의 우리들의 태도를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유전자에 아로 새겨진,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삶의 목표로 갖는 우리들은,

'숨이 가빠질때'에는 타인을 바라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튀지 않는 것이 살아남기에 가장 쉬운방법이니까요.

적어도 남들을 따라하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믿으니까요.



하지만 독특하게도 인간은 유전자나 사회의 명령'만'을 따르지는 않는 존재입니다.

또한 사회의 많은 진보들은 그러한 명령들을 '거부'하는 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저는 독서의 중요한 효용중 하나를 이러한 '거부'로 꼽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부'는 반체제적이고 소모적인 의미보다는

자유롭고 생산적인 의미로 귀결 됩니다.


독서는 매스미디어가 우리의 사고를 점령하고

이미지라는 복제품이 우리의 진보를 저해할때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억눌리지 않게 해줍니다.

'객관화'를 통해서죠.


무수한 인류의 역사속에서 살아 남은 고전들은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껍데기를 벗겨낸,

비교를 통한 상대적인 인간이 아닌,

알맹이의 인간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또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동시대인들중에서

시대를 통찰하는 눈을 가진 뜻있는 지식인들.

때로는 돈키호테스럽지만 창의력을 발휘하는 선각자들.

아니면 그저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보통의 존재들이

진력을 다해 적어놓은 글들은 세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새로운 기준점이 됩니다.


 능력이 모자라 글을 너무 추상적이고 난삽하게 쓴것같은데,

요약하자면 우리들은 독서를 통해 세상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지 않은 장소에 시선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매스미디어와 이미지라는 방해물이 흐트러트려놓은

인간의 알맹이에 대해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자기삶의 주인이 되고 

자유를 획득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텍스트를 암기하고 시험성적을 올리거나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사유하고 지혜를 얻고 자아를 찾기 위함입니다.



+ 그렇다고 처음부터 아주 심오한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평균의 수험생들이 처음부터 '서울대 권장목록 100권'이러한 (물론 좋은 책입니다)

책들을 읽으면 독서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서 책과 멀어집니다.

저 또한 고3수능끝나고 파우스트,햄릿,죄와벌 이런책 사서 읽다가

.... 책과 원수질 뻔했습니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드는, 몇장 읽어보니 느낌이 닫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책에 흥미를 갖고 읽는 습관을 가지시길 권유합니다.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며 불안해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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