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4-08-03 02:23:48
조회수 24,397

'고승덕 모드'는 고승덕이니까 한 거다...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4747743

수능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 요즘 꽤 보인다.


Q : "남은 시간동안 고승덕 모드로 공부하면 XX대학, XX과에 갈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니 고승덕이 사법시험 1차를 준비한 기간이 석 달, 100여일 남짓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고승덕이 고승덕 모드로 공부할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서다.


고승덕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하던 사람이었다.

그냥 잘한 것도 아니다. 굉장히 잘했다.

무등중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전국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을 했던 사람이고,
(상을 받고 돌아오는 날 전교생이 운동장에 도열해서 박수를 쳤고, 그 날을 학교에선 '무등의 날'이라고 이름짓고 기념일로 삼았다고 한다. 학교에 기념일을 만든 사람이 바로 고승덕이다)

당시 한 해 서울대를 수백명씩 진학시켰던 경기고에 입학했던 사람이며,

그 경기고 내에서도 전교 10등 안에 꾸준히 들었던 사람이다.

당시 경기고에선 매달 모의고사를 치러 전교 10등 안에 들면 부모님을 학교에 초청하고 깃발 모양의 페넌트를 표창으로 줬다는데 처음엔 그 페넌트를 집안에 자랑스럽게 장식했다가 나중엔 하도 많이 받아서 라면박스에 모아놨다고 한다. 1년에 서울대를 3~400명씩 보냈던 경기고에서 전교 10등 안에 꾸준히 들었던 게 바로 고승덕이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기에,

낮과 밤을 바꿔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석 달 동안 과 배정을 위해 학교에 출석했던 며칠을 제외하곤 집밖으로 나가질 않았으며,

죽을 만큼 공부하고 기력이 다 빠지면 쓰러지듯이 제자리에 누워 잠들 수 있었다.

젓가락질 하는 게 시간이 아까워서 밥을 비벼서 숟가락으로만 퍼먹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수능이 100여일 남은 시점에서 고승덕 모드를 얘기하는 당신은 둘 중 하나다.

1. 이제 공부를 시작한 반수생이거나,

2. 2, 3월부터 공부를 해왔음에도 지지부진하다가 'D-100'이란 숫자를 보고 심장이 쫄깃해진 수험생이거나

그러나 1번이건 2번이건 간에 공통점은 하나 있을 거다.

공부를 치열하게 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달콤한 과실을 따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간단하다.

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테니까.


공부로 정점을 찍어본 사람은 본인이 해봤기에 묻지 않는다.

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는 '고승덕화'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당신은 아니다.


고승덕도 엄마 뱃속에서부터 공부한 건 아닐 테니 나도 하면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중3 시절 전국 1등을 해봤고 경기고에서 전교 10등 안에 들어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한 베이스가 전혀 없는 당신이라도 어느 날 깨달음을 얻어(돈오), 미친듯이 공부하면(점수) 할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사람들은 묻지 않는다. 확인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왜? 깨달음을 얻었으니까.

묻고, 확인받는 건 깨달음을 얻기 한참 전의 과정이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선문답이냐고?


근데 주위를 한 번 둘러봐라.

분명히 어느 날 갑자기 확 바뀐 친구들이 한 명은 있을 거다.

팽팽 놀던 놈이 갑자기 영혼이 바뀐 것처럼 미친듯이 책에 몰두하는 케이스가,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니까.

근데 그런 친구들이 오르비에 글 올리고, 수XX에 글 올리고, 댓글 보고 안심하고, "님도 화이팅!"이란 댓글을 달던가? 아니다. 그 친구들은 그냥 한다.


결론.

1. 고승덕 모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공부하는 습관이, 성과를 낸 실적이, 다년간 축적된 고승덕이니까 할 수 있는 거다. 바로 어제까지 공부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당신한테는 불가능한 일이다.

2. 어느 날 갑자기 강한 내적 동기부여로 인해 사람 자체가 180도 바뀐 당신이 고승덕화될 수도 있겠지만 오르비에 그게 가능하냐고 묻고 있는 지금은 절대 고승덕화된 게 아님이 자명하니 '하루 17시간 공부'와 같은 꿈같은 목표설정은 그만두고 현실적인 계획 수립에 들어가길 바란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슈퍼사이아인 · 428065 · 14/08/03 02:38 · MS 2012

    캬~ 역시 서독옹 연륜(?) 이 묻어나는 진심어린 말씀!!! 감사합니다!

  • 연대가서강대를성대하게고대한대 · 444283 · 14/08/03 02:54 · MS 2013

    헛된 환상을 심어준 공신을 둔 수험생들에게 미안하다!!!!!!

  • 합성수지 · 448655 · 14/08/03 03:01

    그런 글 올리는 사람은 또 이 글을 이해못하겠죠..
    아무튼 속이 후련해요!

  • 메롱 ㅎㅎ · 509501 · 14/08/03 03:34

    구구절절다맞는 말씀인데 ㅋㅋ갠적으로 이런 글 쫌 그래여 헤헤헤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어떤학생들에게 자극 (그것도 일시적인) 글이 될수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 규명으로 해결하기보단 아니?진짜잘하는 사람들은 너같이 안해.
    라고 말하면서 자존감을 올리는게아니라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진 글이라 생각해서..ㅋㅋㅋ

    하긴뭐 글자 몇글자로 사람자체를 변화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한일이니 이러한 조언글이 오르비, 수만휘같은 사이트의 존재의미이기도하지만ㅋㅋ
    주저리주저리 걍생각는대로 썼어요 참고로전 서독옹.. 사랑함다:)

  • 세든 · 488173 · 14/08/03 07:30 · MS 2014

    무엇이 되었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목표대학에 갈 확률이 0%는 아닙니다
    죽어라 해보세요

  • 못생아조용해 · 243365 · 14/08/03 08:14

    첫째로 단순히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먼저이며 둘째로 그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가야 하죠. 보통 사람은 두 번째에서 막혀서 고승덕 모드가 안 되는 것이고. 단순히 열 몇 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흉내낸다고 그게 고승덕 모드가 아니죠ㅋㅋ 셋째로 수능은 공부량으로 조지는 시험이 아니죠. 애초에 고승덕 모드가 필요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최근 고승덕 모드 운운했던 그 사람은 댓글에서 상당한 피드백과 설명이 이루어졌음에도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던 그 모든 댓글을 씹고 너흰 나에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난 힐 거야 식의 글을 남기고 가버렸죠. 누가 목표를 못 이룬다 했나? 고승덕 모드가 안 된다고 했지ㅋㅋ 현실적인 조언을 바란다고 해놓고 댓글을 무시한 그넘은 처음부터 어그로 끌고 갈 생각이었던 것. 고승덕 모드 이런 것보다는 라끌옹(기억이 희미해져서.. 사부로옹의 수기일 수도)의 수기에서 한 구절 차용하자면, 나는 이제껏 진정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던가? 정도만 생각하고 공부하면 될 것 같습니다.

  • 해도지 · 513442 · 14/08/03 08:40 · MS 2014

    개인정ㅋㅋㅋ

  • tablet · 472893 · 14/08/03 09:49 · MS 2013

    필력이 ㄷㄷ하시네요

  • 제르맹 · 343315 · 14/08/03 10:34 · MS 2010

    이글 요약: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 그동안 공부안했다고 해서 괜히 비현실적인 목표로 좌절하지말고 자기가 하던 페이스나 잘 유지해라.

  • 뷁시시… · 22709 · 14/08/03 11:32 · MS 2003

    좋은 말씀입니다.
    남은시간 열심히 하면 어디까지 성적 향상 가능한가요?
    지금부터 탈퇴하고 공부 열심히 하러갑니다.
    같은 글 볼때마다 정작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런말조차 하지 않죠
    본인이 하는데까지 해놓고 진인사대천명하면 후회없는것을.......
    지금까지 놀아놓고 솔루션을 찾는데... 정답은 뻔합니다. 케바케이고 본인하기 나름인것을....

  • 산소수 · 513663 · 14/08/03 12:42 · MS 2014

    좋아요 10000개주고싶다

  • 서울대과잠 · 493973 · 14/08/03 13:03 · MS 2014

    산소수 10000개 주고싶다는 줄...

  • 제르맹 · 343315 · 14/08/03 14:15 · MS 2010

    저도 ㅋㅋㅋㅋㅌㅋㅋㅋㅋ

  • 박주혁t · 370907 · 14/08/03 13:00 · MS 2011

    two thumbs up !!!

  • 서울대과잠 · 493973 · 14/08/03 13:03 · MS 2014

    따봉!

  • tablet · 472893 · 14/08/03 14:01 · MS 2013

    리얼...

  • 제르맹 · 343315 · 14/08/03 14:14 · MS 2010

    과정이 좋은사람이 성공하는게 아니라 성공한사람의 과정이 좋아보이는것 뿐이죠.. ㅋㅋ

  • Boas · 473988 · 14/08/03 16:00 · MS 2013

    현답.

  • 하플 · 505036 · 14/08/03 14:25 · MS 2014

    리얼ㅋㅋㅋㅋㅋ

  • 섹서아저씨 · 467928 · 14/08/03 16:02 · MS 2013

    고승덕 본인은 그 특출난 능력으로 공부분야에서 성공하였을진 몰라도 다른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행복'을 얻지는 못했네요 별로 부럽지않은 인생 ..

  • 유제 · 440913 · 14/08/03 16:08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비교하지말자 · 401975 · 14/08/03 16:28 · MS 2012

    보편룰로 접근하자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시길.

  • 제르맹 · 343315 · 14/08/03 16:50 · MS 2010

    그건그렇고 고승덕씨 당연히 경기중 출신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경기고가 평준화되면서 경기중도 폐지됐었다던데... 고승덕씨가 비평준화 경기고의 거의 끝세대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 동사서독 · 383625 · 14/08/03 16:57 · MS 2011

    고교평준화가 가장 먼저 시행된 지역이 서울과 부산이고 시기가 1974년이니까,

    고승덕이 서울대 76학번임을 감안하면 거의 비평준화 막차를 탄 셈이죠. ㅎ

    경기중-경기고-서울대 법대 테크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선 이회창옹 정도? ㅋ

  • 제르맹 · 343315 · 14/08/03 16:58 · MS 2010

    제가 알기론 경기고는 평준화 된 직후에도 잠시동안은 비평준화때에 준하는 입학결과를 냈던것 같긴하네요. 경기고... ㅋㅋ 200점만점에 평균 컷이 195가 넘어갔다고 하던데...

  • 제르맹 · 343315 · 14/08/03 17:01 · MS 2010

    어라? ㅋㅋ 회창옹이 경기중나왔나요? Ks까진 알았는데 경기중은 오늘 알았군요.. 회창옹은 경기고에서 중간정도 성적을 했다는데 서울대 사회계열 입학 ㄷㄷㄷㄷ 경기고의 위엄이 대단하긴 하죠 ㅋㅋ

  • Tomaz · 466270 · 14/08/03 20:14 · MS 2013

    못난 수험생이라 정말~~~~미안하다!!!!!!!!!!!!!!!!!!!

  • 채스터 · 505031 · 14/08/03 21:13

    고승덕..정말 공부에있어서는 대단한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밥먹는시간도 아까워서 비빔밥해서 먹었던걸로 알고있는데.. 역시 그런 습관은 하루아침에 나오는것이 아니군요ㅜㅜ

  • 로스 · 508962 · 14/08/03 23:09

    하루정도 저렇게 해볼라는데 진짜 사람이 할일이 아니더라구요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귀로넘어가는지 ;; 하루에 13시간씩해도 힘들어죽겟는디 ㅠㅠ

  • akiyama · 405298 · 14/08/04 00:35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코멘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