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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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서울대 수석 합격한 이런 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위 노가다를 하다가 26살의 나이에 서울대 수석 입학.
이후 사법고시까지 패스한걸 보면,
대단한 노력과 더불어 재능까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은 해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걸 보면
이건 그냥 지구에는 있긴 하지만 나한테는 절대 안오는
영화같은 스토리일 수도 있죠.
공고출신 노베이스 26살 2년반 동안 준비해서 한의대 합격하겠다.
이런 글을 봤습니다. 지금도 메인에 가 있네요.
오르비에서 이렇게 뜨거운 글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걸 보면서
제 예전 생각도 나고 여러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봅니다.
칼럼 같은거 아니고, 그냥 제 생각. 뻘글.
바쁜 수험생들은 패스해도 됩니다.
특히 틀딱의 충고같은거 극혐한다면 그냥 읽지 마세요.
일단 노베이스가 2년반 만에 한의대 합격
저는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합격 성공담 책을 내거나
유튜브 찍으면 100만 조회수?
그만큼 대단한 일이라는거죠.
그걸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좋은 말 안좋은 말 가리지 않고
작성자에게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애를 쓰는것 같습니다.
각자 생각이니까 일일이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한가지 마음이 걸리는게 있더군요.
26살에 수능 시작해서 28에 실패하면 어떡하라고
도전해보라고 응원을 하냐?
한의대 못가서 30에 일반대학가서 35에 졸업하면 어쩔거냐?
이런 댓글들.
만약 여러분이 비슷한 코스를 밟았고
35살에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현실이 너무 암담해서 꼭 뜯어말리고 싶은거라면
그나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하나의 조언으로 생각할텐데요.
여러분이 아직 20대라면,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참고로 저는
오르비의 창조주님인 Lacri님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현재 고3학생보다는 2배 이상 인생을 살아온 틀딱이라는점
미리 말씀드릴게요.
21세기에 태어나신 여러분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점.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저는 수능을 본 이후로 여러 도전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번도 계획대로 된 적이 없어요.
A를 할거야 시작했는데 B를 하게 되고.
3년 이면 될거야 했는데 5년이 걸려도 되지 않고.
인생이 그렇더라구요.
헬기조종사가 되겠다고 계룡대까지 가서 시험을 보고
뒤늦은 나이에 음악을 하려고 겁도 없이 일본에 갔다가
닭꼬치 굽는 가게 점장이 되기도 하고
음대인줄 알고 대학원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음악을 안하는 분이라서
생전처음보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공부하게 됐구요.
공연기획 하다가 대차게 망하기도 했습니다.
강사 시작하면 금방 1타 될줄 알았어요 ㅎㅎㅎㅎ
그렇지만 현실은 외모원툴 소리나 듣는 듣보 강사 ㅎㅎㅎㅎ
지나고 보니 저는 늘 꿈을 꿨는데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꿈이 허황된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 경우가 많아요.
아니면, 그 꿈대로 안되서 다행이다 싶은 것도 많구요.
물론 제 곁에서도 저에게 말해주었던 분들이 있어요.
그건 말이 안돼. 넌 왜 이상한 짓을 하니.
기억이 나네요.
제가 기타를 메고 제가 재학하던 컴공과 교수님을 찾아갔을때
너는 이미 이 분야에서 상위 1%에 있는데
지금 음악을 시작하면 절대 그 경지에 올라갈 수 없을거다,
말씀해 주셨어요.
지나고보니, 1%는 커녕
음악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저의 인생은 다른 분기점을 타게 되었죠.
만약 허황된 꿈을 꾸지 않았다면
저는 외국에 가지 않았을테고,
강사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평행세계가 있어서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잘살았을까요?
글쎄요. 아무 의미 없는 생각인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꿈 덕분에
지금의 이승효로 살고 있으니까요.
여러분 혹시 지금 의사를 꿈꾸고 있는데 의사가 되지 못하면
아니면 원하는 수능 성적이 안나오면
인생 ㅈ될것 같습니까?
그게 ㅈ같은 인생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정하는겁니다.
저도 물론 지금 ㅈ같은게 정말 많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사는게 더 힘들지만
아직 제 인생이 ㅈ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최선을 다했다는걸 알고 있고.
가끔은 아무도 몰라줘서 그게 참 서럽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살겁니다.
저는 글쓴이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무언가 꿈을 꾸고 있는거고.
그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결과가 마음먹은대로 되든 안되든.
도전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걸 축하해 주고 싶네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수험생 여러분들.
고3 재수라면 아무 생각 없이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화가 난다고 해서 아무데나 풀지는 마세요. ㅎㅎ
삼수 이상, 특히 나이가 20대 후반을 넘어갔다면
나이때문에 고민이 정말 많을텐데요.
한의대 글에 달린 댓글들 보면서 남일같지 않아서
마음이 심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인생을 논할 나이가 아니긴 하지만
인생에 결론은 없고 정답은 없다고 한 선배들의 말
틀리지는 않은것 같애요.
마무리를 뭐라고 지어야 할지 애매해서
그냥 끝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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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평 4등급(68)인데 공부법 추천좀 해주세용~
멋있당
다 읽엇슴다
멋지심다
좋은 글이네요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6.gif)
진짜 명글 그 자체...밤에 눈물나네요..
원래대로라면 자취방 근처 독서실에서 수능 공부했어야 했는데.. 오늘 만큼은 엄마를 만나고 싶어서 엄마직장쪽으로 저녁시간에 찾아갔었어요.
심리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밤 잠 설치는 날이 많아 수면 패턴도 무너진 상태였었어요.
9x년생이라는 나이에서 오는 걱정, 나름의 완벽주의 성향으로부터 오는 현재 수능 준비 상태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인생이 펼쳐지지 못할 것 같아서 생기는 불안한 감정들에 대해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제 속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엄마가 해주신 말씀들을 우연찮게 오늘 밤에 이렇게 글로 보았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느낌때문에 ("저게 되면 나는 뭐가 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말도 안된다 생각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공산이 크죠. 너무 좁은 세계에 매몰되지 맙시다.
멋진 글 감사합니다! 늘 눈팅만 하다가 댓글 달 용기를 주는 글이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