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534033] · MS 2014 · 쪽지

2015-05-13 19:34:48
조회수 7,261

담임선생님의 "나는 스승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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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담임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말씀하시더라고요.

평상시에 반장, 부반장이나 학부모님들께도
무엇이던 원칙적으로 선물이나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정말로 당신께서 생각나서 선물을 주고 싶으시다면
졸업하고 나서 찾아오라고 하시는 강경하신 분이시거든요.
모든 일에 원칙을 중시하시는 분으로 유명하기도 하고요.


"가르치는 사람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눌수 있는데,

첫번째는 강사다. 강사는 강의 시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말하며,
두번째는 교사다. 교사는 학교 내에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말하고,
세번째는 선생이다. 선생은 학교 밖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며,
네번째는 스승이다. 스승은 학생의 인생 전체에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스승이나 선생이 될만한 사람은 아니니,
적어도 교사가 되고 싶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몸이 건강해지듯이,
학교에서 지도를 받고 너희들의 정신이 건강해졌으면 한다.

평생을 교사로 기억될 수만 있다면,
스스로 행복한 교직 생활이라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나를 만난 지
기껏 두어 달 뿐이 되지 않으니,
너희들이 나에게 은혜를 입어봣자 얼마만큼의 은혜를 입었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또는 작년 너희들의 은사님들을 찾아뵙고,
너희들 부모님께는 너희들 부모님의 은사를 찾아뵙도록 말씀드려라.
나는 너희 부모님들의 선생이 되지 못한다.

교편을 잡은 지 20년이 되었지만,
언제나 스승의 날 마다 나는 부끄럽다.
차라리 스승의 날이 "노동자의 날" 정도로 바뀐다면,
나도 부끄러움 없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생각난다면, 졸업하고 나서 나를 찾아주면 좋겠다.
내가 술을 먹지 않아서 술을 사줄 수는 없겠지만,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주머니 사정대로 대접할테니
스승의 날은 쇼맨십 없이 넘어가고,
너희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너희들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평상시에 워낙 강경하신 분이라
대부분 애들에게 이미지가 크게 좋으신 분이 아닌데,
오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하시더라고요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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