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해력이 낮은 원인들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116406
![](https://s3.orbi.kr/data/file/united/2009200137_DQAh6d4X_frameworkgraphic.gif)
(이미지 놀래셨죠. 오르비 그림첨부 기능이 참 안좋군요....)
만약 앞이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게 뭐에요?’하고 보지 못한 것을 대신 봐서 알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다른 방법은 병원에 가는 것입니다.
보지 못한 광경을 지금 당장 알고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보지 못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병원에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글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물어봅니다. 그럼 할 일을 다 한 것입니까?
여러분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가는 것 외에 ‘왜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즉, 병원에 가야 할 만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국어 시험을 본 학생들도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지문을 읽고 답하는 문제를 틀리면 학생들은 자신이 지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지문이 어떤 내용인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읽거나, 해설을 찾아봅니다. 하지만 왜 자신이 그런 내용, 그런 의미를 알 수 없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안과 의사를 생각해 봅시다. 안과 의사가 어떻게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안과 의사는 눈을 잘 알고 어떻게 보는지를 압니다. 빛이 각막을 지나 망막에 닿아 시세포에서 전기 신호로 전환되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됩니다. 안과 의사는 이런 과정을 알기 때문에 사물이 보이지 않거나 정상적이지 않게 보일 때 어디에서 이상이 생겼는지를 알고 치료를 합니다.
여러분, 사람이 글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거의 대부분 국어 지문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여기는 이런 내용이다, 다음은 이런 내용이다, 그리고 다음은 또 이런 내용이다. 그래서 글은 이런 것을 말하고 있다’ 이건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는 것이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설명한다면, ‘여기서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이렇게 이해하고, 저기서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이렇게 이해한다’고 설명을 하겠지요.
왜 보지 못한 것만을 설명하고 왜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사람이 어떻게 글을 이해하는가는 신비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이해하는 과정은 많은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연구해서 많이 밝혀 두었습니다. 단지 우리 가까이에 있지 않은 것입니다.
글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안다면 어떤 사람이 글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지적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글이해 과정을 알지 못하면 그저 열심히 해라, 몇 번씩 읽어라, 잘 봐라 등의 이야기 외에는 해줄 말이 없을 것입니다. 아니면 보통 수준의 독해력을 가정하고 독해력 이외의 것을 논함으로써 문제 해결력을 높이려 시도할 것입니다.
맨 처음 이미지를 한 번 보세요(보시기만 하세요)
이것은 글자를 보면서 이것이 단어나 문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처리 능력을 정리한 것입니다.(수험생이 더 자세히 알 필요는 없겠지요) 이 단계를 잘 처리하지 못해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과도한 문자나 게임, 인터넷 검색 때문에 시선이 제대로 글에 향하지 못한 사람
유소아기에 언어 발달이 늦었거나 가족과의 대화량이 상당히 부족한 이유로 구어 커뮤니케이션이 전반적으로 신속하지 않은 사람
통사적 처리가 원활하지 않아서 문장을 읽다가 다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사람
여러 언어 정보를 동시에 담을 수 없어서(동시에 처리하지 못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익숙해져야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단어를 남보다 늦게 익힌 사람)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
단어가 다른 단어와 문장을 구성하는 규칙을 잘 모르는 사람
단어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주지하지 못하는 사람
다의어의 의미를 적절하게 선택하기 위해 문맥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인문지문을 못읽는 이과생에게서 많이 보임)
...
이 단계 위에는 문장과 문장을 결합하여 이해하는 글 수준(text level)의 처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미숙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나타납니다.
앞 문장과 다음 문장 또는 이전 내용과 현재의 내용을 결합하는 읽기 방식을 모르거나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
글이 구성하고 있는 구조를 심성적으로 구성하지 못하는 사람
글의 유형에 따라 적절한 읽기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과학지문을 못읽는 문과생과 같은 case)
특정한 글 유형을 읽기에 필요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비교/대조 구조는 잘 하지만 좀 더 복잡한 구조-ex)대형구조 안에 소형구조가 있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글이 제공하는 정보를 자신의 특수한 지식이나 경험으로 왜곡하는 사람
글에 사용된 단어의 상위 개념에 비추어 다른 단어(다의어)의 의미를 선택하는데 미숙한 사람
글에 사용된 단어의 상위 개념에 비추어 다른 부분의 내용을 해석하기에 미숙한 사람
문장의 구조와 글 구조의 연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삶의 여러 상황에 무관심하게 살아와서 다양한 감정을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
학문 영역의 기초적인 개념을 모르는 사람(경제에서 공급-수요 곡선, 자아 개념, 예술에서 ‘형식’...)
...
이렇게 수많은 case가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case들이 수험생에게는 어떤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성적이 낮은 결과로 뭉뚱그려집니다. 하지만 동일한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 두 수험생 혹은 열 명이 모여도 원인은 서로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밥 잘 먹고 잘 쉬고 적절한 운동 하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나을 수 있는 것처럼 정확히 어떻게 해야 독해력이 나아지는지 몰라도 경우에 따라 그저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독해력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독해력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능력 중에서 부실한 것을 향상시켜준 활동이 공부 안에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결과를 낳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사람, 운좋게라도 독해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반드시 약을 먹어야만 치료가 되는 상태의 환자처럼 그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뭘 듣는다고 나아질것같은 상태는 아니라서 한다면 뭐 사서 할지 추천좀 해주세요
-
오늘은 밤새 게임하면 안되겠지..?
-
할짓 1순위: 메가스터디 큐브 앱으로 돈벌어보기
-
오랜만입니다
-
현역 공부 고민 0
학원은 따로 안다녔고 지방에서 러셀 다니면서 김기현 단과만 듣고 있어요 7월까지만...
-
난 불안증세 약 더 먹고샆은데 의사쌤이 3주치나 전에 먹던 대로 주심 하아 너무...
-
7모 2
N수 없어서 컷 ㅈㄴ 낮네
-
나도 친구들한테 도움 많이 받아왔는데 나 이리이리해서 힘들어~..이러면 내가 힘내...
-
교육청인데다가 쉬웠다길래 안풀려는데 낼 함 풀어볼까 귀찮은디..
-
“뚝배기 어디갔어?” 머리 다친 응급환자에 막말…병원 사과 2
경남 창원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머리를 다친 환자를 가리켜 ‘뚝배기’라는 표현을...
-
드크북에 삼도극, 등비급수도형 나옴? 드릴에는 빠졌다길래
-
안정 2등급이 목표인데 1. 영어 연습할 때, 시간 생각 안 하고 확실하게 글...
-
소재 고갈 2
무슨 글을 쓸까
-
비문학 못하면 1
일단 혼자 문제 많이 풀어보는게 좋을까 아님 인강 커리 따라가는게 좋을까
-
원래 성적문자 저한테안오고 부모님께만 가나요? 엄소연샘반이에요
-
너무 힘들때마다 12
과외쌤한테 연락해서 조언구하는것 같은데 너무 자주 이러면 쌤도 힘드시겠지? 맨날...
-
흐어
-
ㅇㅇ
-
65세 이상 인구 1000만명 돌파...5명 중 1명이 노인 1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일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
"크아아아아" 8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투명드래곤이 울부짓었다투명드래곤은 졸라짱쎄서 드래곤중에서...
-
실수 ㅈㄴ 해서 1컷 간당간당하네 스벌거 천체 다 맞고 개념형에서 와르르 틀리기 ㅋㅋ
-
한 달 안에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다름을 인정해야겠군
-
잇올 담탱이랑.. 이로다가 말하는법 까먹는거 아닌가몰라
-
n제를 푼다= 실전개념과 기출 공부를 마쳤다= 1등급이다
-
X는 2개의 아르지닌을 가진다 이 조건이 문제를 제대로 푸는데 필요한건가요? Y...
-
마혜림 진짜 개이쁘다 14
누나❤️❤️❤️❤️
-
가르친다 그래서 빌드업 드리블 다 뒤져봤는데 공벡 얘기 하나도 없는데 혹시 22...
-
오르비에서 6
남붕이 하렘 만들고 싶다
-
다들 잘자! 9
코코낸내
-
안녕하세요. Another class 화학 II 저자 이병진입니다. 평소에는...
-
이거 진짜 아무도 안믿더라
-
현역이고, 오늘 7모 84점 (22 28 29 30 틀, 13번 찍맞) 기파급으로...
-
사랑합니다
-
이건 교육 시스템, 좀 더 크게 보면 사회구조의 모순들의 희생자들임 마치 조선시대...
-
텔그 19%메가는 최초합권 난메가를믿어
-
7모라서 그런가 2
오르 오늘비 노잼이네
-
겁나아프므
-
서울 일반고 내신 2.4 받고 수시로는 서성한 중경외시도 애매해보여서 2학기부터...
-
그는 수학천재임에 틀림이 없다
-
50~60%?
-
안녕하세요 고1 학생입니다 저희 학교는 고1 2학기때 수학 1을 나가는데요 내신...
-
주기적으로 복습해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시절은 대단했네용 아무리 앞에 문제 빨리...
-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잡을 수 있는 건 잡자는 생각으로 언매, 연계 공부에...
-
현재 3 등급따리입니다. 현재까지는 사설로 연계소재들 눈에 좀 익히면서 기출들로...
해결방법은 어떤게 있죠?.. 원인 별로 다 다를테고..ㅠ
맞습니다. 다 다릅니다. 그리고 같은 원인이라도 사람에 따라 해결 방법을 달리 합니다.
본인은 어떤 것에 해당되나요?
글 읽을때마다 원인이 다른거 같은데...
정상입니다 글은 다 같은 글이 아닙니다 어떤 처리과정이 중요한가는 어떤 글을 읽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의사한테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때 아프냐 걸을 때 아프냐 걸을 때 아프면 어떻게 걸을 때 아픈지를 확인하겠지요(계단을 오를때인지...의사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 인대가 넷이라 어느 인대가 아픈지 확인하려는 질문일겁니다 사진을 찍어 확인하면 되겠지만 독해력을 그렇게 점검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독해력은 어느 하나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글을 읽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부족함이 드러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