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학 공부를 위한 기본적인 글
게시글 주소: https://i.orbi.kr/00062171593
지금 시기가 아니라면 다들 여느 수험생들처럼 일률적으로 공부하게 될 거 같아서
글을 간단하게 써보려 합니다. 즉, 갈래별 포인트 중에서도 지금 생각해볼 것들입니다.
기출을 바탕으로 누구나 하는 공부를 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고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울 때 이런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각 잡고 공부하기 전에 방향성 챙기기' 정도가 될 듯합니다.
- 고전 시가
고전 시가는 두 가지 학습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데
// 1. 고전 어휘 2. 고전 시가의 주제
입니다.
어휘랑 주제는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거 같으니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고전 시가에서 등장하는 고전 어휘를 공부하라고 하면
내신식으로 모든 구절의 의미를 다 파악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쓰겠지만 이러한 내신식 문학 공부는 분명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는 문학 사용설명서 활용법 편에서 다루도록 하고
이 글에서 원하는 포인트는 그게 아닙니다.
복잡한 사자성어, 한자로 이루어진 긴 구절 등은 사실, 문제 풀이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파악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솔직히 대부분 정확히 모르고도 잘 풀립니다. 우리는 수능 문학 문제를 푸는 것이지 아버지 세대의 고문(古文)을 공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지금 시기에는 고전 시가에서 주로 다루는 기본 어휘(ex. 듣다, 어리다, ~ㄹ셰라, 둏다/죻다 ...)를 꼼꼼하게 보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물론 나중에 기출 분석을 할 때 하나씩 알아가겠지만, 지금은 고전 어휘 정리본을 들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계속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무식한(?) 공부는 지금이 아니면 하기 어렵습니다. 진짜로 어렵냐?라고 하면 그건 아닌데, 아무래도 점점 바빠지다 보니 기본적인 공부를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필수 고전 어휘 정리본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고, 제 인생을 바꿔주었던 책 <개념의 나비효과>에도 나와 있습니다.
추천드리는 방식은 정리본 2~3개 프린트 + 개념의 나비효과 어휘 정리본을 같이 보는 건데, 읽다 보면 겹치는 게 많아서 어렵지 않습니다. 저렇게 겹쳐서 읽게 되면 빈틈을 대부분 메울 수 있게 됩니다. 겹쳐서 읽는다는 부분은 문학 뿐만 아니라 독서에서도 배경 지식을 위한 공부법에서 강조했던 내용이죠.
고전 시가의 주제 파악 역시 기출 분석을 하다 보면 얻어지겠지만, 지금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문제 풀이보다는 '그냥 읽기'입니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맞혀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기출에 나온 작품들을 그냥 빠르게 읽어 보세요. 예를 들어, 문제를 풀고 오답을 하며 5개년 기출 분석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건 나중에 하고 지금은 그냥 고전 시가에서 뭐가 나오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읽으면 됩니다.
읽다 보면 매번 나오는 주제들이 있죠. 결국 문제 풀이에 매몰되지 않고 가볍게 읽어 내렸던 것들이 문학 전반에 대한 내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면
[완상을 위한 자연, 강호와 속세 사이에서의 갈등, 임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랑, 이별에 대한 슬픔, 세태 비판, 임금/부모에 대한 공경] 등이 있겠네요. 지금 제가 쓰는 것처럼, 나중에 가면 딱히 애쓰지 않고도 저런 주제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야 합니다.
계속 작품을 접하다 보면 주목해야 할 포인트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완상을 위한 자연: 자연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화자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강호와 속세 사이에서의 갈등 : 속세를 그리워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강호에서의 빈궁함, 임금에 대한 순수 그리움, 혼란한 세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등)
이별에 대한 슬픔 : 이별을 대하는 자세가 수동적인지 적극적인지, 이별을 받아들이는지 극복하려 하는지, 극복하려 한다면 어떤 방식인지
부정적 세태에 대한 비판 : 부정적인 세태에 영향을 준 시대적 배경이 무엇인지 (전란 이후 백성의 곤궁함을 외면하는 관리들 등),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고자 독려하는지 아니면 그냥 은둔해버리는지
이외에도 말하자면 끝이 없는데, 이런 느낌으로 '고전 시가 그 자체의 흐름'에 대해서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게 결국 기출 분석으로 이어지는 거라..
- 고전 산문(소설)
// 파편화된 요소 분석 (나눠서 분석하기)
학생들은 고전 산문을 고전 시가보다도 더 어렵게 느낍니다. 제가 오랜 시간 생각하고 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었던 해결책 중 하나는, 제대로 된 공부 (기출 분석) 전에 '파편화된 요소 분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전 산문이 어려운 이유는, 같은 사람을 자꾸 다르게 부르고, 하나의 장소조차 이름이 난해한데 계속해서 이동이 일어나고, '차설'이니 뭐니 하면서 장면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고 등이 있을 겁니다.
파편화된 요소 분석이란
인물이면 인물, 장소면 장소, 시간의 흐름이면 흐름, 이렇게 단일 요소에만 주목해서 작품을 읽는 방법입니다.
동시에 여러가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시점과 시간의 흐름조차 난해하다고 느끼겠지만, 최상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게 자연스럽게 '동시에' 됩니다. 그러나 초심자의 입장에서 한 번에 모든 걸 다 하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서 고전 산문을 처음 읽을 때는 인물의 관계, 동일 인물에 대한 명칭의 변화 등에만 주목해서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장소의 변화가 주는 영향 등에만 주목해서 읽고 .... 이렇게 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든 걸 신경 쓰면서 읽는 거죠.
소설은 전체 부분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인물에만 주목한다고 나머지 부분을 아예 안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에만 주목할 때도, 장소에만 주목할 때도 자연스럽게 전체 흐름을 익히게 됩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이렇게 하면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러한 '파편화된 요소 분석' 방법을 활용하다 보면 고전 산문에서 주목해야 할 게 뭔지 따로 떠올리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애초에 문제에서 원하는 대로 쪼개서 분석해왔기 때문이죠.
그에 더해 여러 작품을 두고 계속 이런 식으로 분석하면 "결국 고전 산문도 나올 이야기만 나오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바로 고전 산문을 완전히 정복한 시점일 겁니다. 수능에서는 춘향전이 뭔지, 사씨남정기가 뭔지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고전 산문'이라는 큰 틀에 맞춰서 독해할 수 있는지를 물어볼 뿐입니다.
- 현대 시, 현대 소설
// 고전 시가, 고전 산문의 흐름을 그대로
사실 고전 시가와 고전 산문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현대 시와 현대 소설 파트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별다른 학습 포인트라고 할 게 없는데, 아무래도 고전 파트에서 비해서 비정형화된 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제가 썼던 칼럼에서 "문학 <보기>에 나올 내용은 정해져 있다."라고 쓴 것을 보면 아시겠지만, 겉으로 보기에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평가원이 제시하는 관점은 대체로 고정된 편입니다.
개별 시, 소설별로 따로 정리하기보다 <보기>에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관점을 바탕으로 물어보는 걸 파악할 수는 있어도 고전 파트만큼 다 쪼개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전보다는 훨씬 더 '한글 글자 그대로' 이해하기 쉬운 부분이라서, 관점을 챙기는 공부가 조금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건 어차피 기출 분석 때 하게 될 내용이라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 극 수필
// 장면별 연결 지점 파악(유기성 파악), 시나리오 용어 이해
수필은 주로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쓴 글이 많고, 그래서 사실 "너는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뭔데?"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읽기만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필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다만 극 장르의 경우, 무조건 출제되지는 않지만 나오기만 하면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 합니다.
극의 베이스는 시나리오 용어 이해, 장면(Scene | 예) #81. ~~~)별 유기성 파악 두 가지라고 봅니다.
이것도 말하자면 굉장히 간단한데, 시나리오의 경우 사실 낯설다는 느낌만 떨치면 얼마든지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극이 다른 파트에 비해 훨씬 쉽고 재밌다고 느끼는데, 아마 익숙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파트의 낯선 느낌을 지워내고 나면 사실 극 장르에서 묻는 것은 "A이면 A인가? B를 위해서는 C가 필요한데 C가 없으면 B를 이룰 수 없는가?"와 같이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 뿐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굳이 뭘 얻어가야겠다고 느끼기보다는 정말 하나의 영화, 드라마를 보듯이 재미있게 읽기만 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재미를 들이지 않으면.. 어차피 나중에는 다 재미없기 때문에 결국 낯설다는 느낌을 극복하지 못 할 겁니다. 말씀드렸지만 지금 시기의 공부가 그렇다는 것이지 기출 분석을 할 때도 재미로만 보면 정말 재미있는 성적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경험담입니다. 어찌 됐든 극 수필의 난이도가 최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 갈래 복합
// 왜 하필 이 작품들이 묶여서 나왔는가?
갈래 복합 작품들 역시 푸는 데 집중하기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의고사 출제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갈래 복합으로 묶여서 출제되는 작품들은 언제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한 가지 분야에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표현상 특징을 유사하게 활용했어도 묶일 수 있고, 주제가 유사하거나 문학사적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같이 출제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무 이유 없이 두세 개를 묶어서 던져 놓은 게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갈래 복합을 마주하고 나서는 언제나, 왜 이 작품들이 같이 나와야만 했는지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문학에서의 갈래 복합이나, 독서에서의 주제 통합 지문을 보고 '왜'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면 출제자의 시각에 더 가까워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개별 작품들에 대해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쓰다 보니 고전 파트에 조금 몰려 있는 느낌이긴 한데, 지금 말씀드렸던 걸 가볍게 해두면 앞으로 국어를 공부할 때 베이스를 잘 다져놓고 갈 수 있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팔로우해두시면 전 과목 칼럼 + 수기를 순차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 외에는 잘 작성하지도 않지만, 꼭 잡담 태그를 달고 업로드하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아요 +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0 XDK (+200)
-
100
-
100
-
안녕하세요. N제만 풀다 보니까 기출에 대한 감을 잊은 것 같아서 킬러나 준킬러...
-
연계 되있는거 부터 푸는느낌으로 문 화 독
-
님들 현우진 시발점 step1 이랑 예제 문제 기출문제인가요? 2
현우진 시발점 책 보면 단원별 예제문제랑 스탭 1 스탭 2 문제들 있잖아요...
-
4월부터 진주교대 가고싶어서 반수 시작했는데 종강하고 독재간지 한달정도됨.요새는...
-
16주 final
-
안녕하세요 7
강혜원입니다
-
의사처럼 자격증으로 찍어누르는데 아니면 힘들다던데
-
심심해서 정병훈 핀셋4점모의고사시즌1 ot 듣는데 26분 20초에 이발언 비슷하게...
-
진짜 부모님이 나보고 혹시 집중력이 부족한고 아니야? 라고 말하실때 진짜 뭔소릴...
-
자이 하루에 데이 2개씩 나가서 2~3주 컷하려고 했는데 갈수록 빡빡하더니 한달이나...
-
수바 풀던 페이스대로 스탠모 풀면 20분 남음 계산 real joat
-
오늘도 나는 전사처럼 달린다! ㅋㅋㅋ
-
한번 적으면 못지운다는 압박감에 계산실수가 많이 줄어듦 그리고 펜으로 풀면 수학...
-
학교 기말 수학 평균이 30전대고 일컷이 70대임. 이 시험에서 오십점대 나와서...
-
이해원 n제 시즌1 데이 4 까지 회차당 30분정도에 다맞는 수준인데 드랍하고...
-
나오면 배경지식만으로 풀기 가능
-
제 이전 글도 봐주셈
-
암기량 ㅈㄴ 많아도! 필기+단권화+포스트잇 수십개 붙인 담요단을 상대하더라도 짜투리...
-
오르비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허수인 공부실력을 가진 저에게 질문할 기회를 드리죵...
-
샤프 고장나서 컴싸로 풀다가 너무 시끄러워서 색연필로 풂 같은 층에 아는 사람...
-
현장에서 현장감 안 느끼기 연습하기 우황청심환의 힘을...!
-
걍 그 느낌이 화면을 뚫고 나옴 ㅋㅋㅋ
-
딜레마 5
오답노트를 하자니 배울점은 맞힌문제에 더 많고 맞힌문제를 모두 옮겨적을 수도 없고...
-
ㅅㅅ.
-
슈퍼하드모래주머니라 맘에듦 도표만 어려운게아니라 개념도 은근 빡빡해서
-
수능말고 다른 제 잘못된 일 때문에 멘탈이 갈리고 답답해서 1
너무 힘들어요… 집중을 하고싶은데도 가슴이 답답하니 뭘 하지도 못하고요 자기...
-
2024년 7월 2주차 韓日美全 음악 차트 TOP10 8
2024년 7월 1주차 차트: https://orbi.kr/00068744658
-
히카 스피드러너 설맞이 해모 이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추가할까 고민중이에요..
-
https://orbi.kr/00068804530
-
질받 4
ㄱㄱ
-
그냥 시간재고 푸는 n제 느낌? 전혀 실전같지 않음 느낌 잘 살려야할듯 현장감 키울거면
-
과탐 공부 시간 0
하루에 과탐 몇 시간 투자하는게 좋음? 과탐 실력이 부족하다는 가정하에
-
이미지 커타만 타와서 이미지쌤 강의말고 다른쌤 강의 듣기가 꺼려지는데...
-
오늘 풀었는데 소재도 재밌고 동성애 흡혈귀 등... 지문도 무난하다고 느꼈음...
-
질받 26
심심
-
1. 에스파 2. 뉴진스 3. 프로미스나인 세 그룹 모두 맞히셔야 인정이고 기회는...
-
나만그런가 한날 담날은 쌩쌩한데 안한날 담날은 피곤함
-
강k3회 6
난이도어떰
-
대성 오시고 비싸졌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진짜.......킹 머 벨 파이널 기대해도되는 부분인가요~
-
생긴건 ㅈㄴ 정상인인데
-
역학 60문제정도 풀었는데 심층분석 문제는 좀 새롭거나 난이도 있는 거 있는데 뒤에...
-
하핳
-
히히 귀가발싸 7
오랜만에학교
-
검색해도 잘 안나오던데 혹시 오르비에 올라와있는 것 중에 운동량•충격량 문제...
-
주어진 조건보고 뭔가 이거일것같다?로 푸는 능력이 중요한 느낌
-
평균점수임??? 로스쿨 갈라면 이정도는 마지노선임??
-
나 수학 80점대 넘겨본 적 없는데(고등학교 통틀어서) 메가 수모의고사보고 90점대...
-
https://orbi.kr/00068804530 이거 ㄱㄱ 그리고 저거 26좀
-
죄송합니다 동국대생분들께 여쭤볼게 있어서….. 혹시 정시로 동국대 가신분들 댓글...
공감추